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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객원기자
2016-01-18

'중 2병' 고친 기적의 교실 '거꾸로 교실'을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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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가 모둠의 리더로 다시 태어났다. 중 2병이 사라졌다. 69점 맞던 아이의 성적이 95점으로 변화했다. 주말에도 학교를 가고 싶어 안달이 난 학생들이 있다.

누가? '거꾸로 교실'을 통해 다시 학교를, 공부를 즐기게 된 아이들이었다.

'거꾸로 교실'을 통해 꼴찌가 리더로, 짜증이 무한 긍정으로, 욕설과 폭력이 오가던 교실에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 '자유학기제'가 실행되면서 걱정했던 많은 부분들이 모두 사라졌다. 어떻게 이런 기적의 교실을 만들 수 있었을까.

거꾸로 교실의 확장판, '사최수프'를 만들고 있는 본오중 황고은 교사와 아이들. 황 교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표정은 날이 갈수록 밝아졌다"며 사최수프가 이루어 낸 교실의 기적을 설명했다.
거꾸로 교실의 확장판, '사최수프'를 만들고 있는 본오중 황고은 교사와 아이들. 황 교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표정은 날이 갈수록 밝아졌다"며 사최수프가 이루어 낸 교실의 기적을 설명했다. ⓒ 김은영/ ScienceTimes

꼴찌가 리더로, "우리 반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지난 14일 (목) 코엑스 교육박람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에듀토크 콘서트' 시간에는 비영리단체인 ‘미래교실 네트워크’ 주관으로 ‘거꾸로 교실’의 혁명이 소개되었다. KBS 정찬필 PD가 '미래교실을 여는 열쇠'를 주제로 '거꾸로 교실' 현장을 선보였다.  자유학기제 때 '거꾸로 교실'을 직접 체험하고 변화 된 모습을 가지게 된 학생들의 발표가 잇달았다.

'거꾸로 교실'이란 역진행 방식의 수업 스타일을 의미한다. 교사는 제시어를 주고 수업의 가이드 라인만 알려줄 뿐 모든 수업은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나간다. '거꾸로 교실'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2009년 미국 고등학교 교사 존 버그만에 의해서다. 존 버그만은 부진한 성적을 내는 운동부 학생들을 위해 직접 만든 수업 동영상을 활용해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시도했다. 교사가 주도하던 '주입식 강의'는 빼고 아이들이 함께 탐구하고 문제 해결을 하면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14년 3월, KBS에서 <21세기 교육혁명-미래교실을 찾아서>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 때 프로그램을 맡은 PD가 기적과 같은 일이 교실에서 생기는 것을 보고 '거꾸로 교실'의 전도사가 되었다.

강단에 나선 정찬필 PD는 '거꾸로 교실'의 실험이 국내에서도 가능한지를 기획해보았다. 첫번째 방송에는 부산의 한 중학교와 초등학교를 찾아가 벌어지는 일들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수업은 선생님 혼자 벌이는 '원맨쇼'였다. 아이들은 무기력하고 무표정했다. 하지만 '거꾸로 교실'을 계속 시도한 결과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풍부해지고 밝아지는 것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두개의 학교에서 시작한 ‘거꾸로’ 프로그램은 지난 2015년 2월 1,413개의 학교를 찾아가 시도하게 된다. 무너진 공교육과 교사의 권위를 '거꾸로 교실'을 통해 다시 세울 수 있었다.

공부 잘하고 싶은 아이들, 획일화 된 주입 교육은 이제 그만

‘거꾸로 교실’은 기존의 성적 서열을 재배열했다. 중학교 때 시험 점수 20점대 학생이 90점, 100점을 맞았다. “나 수포자야, 그래서 공부 싫어서 여기 ‘똥통 학교’ 왔다”며 당당하게 말하던 학생이 바뀌었다.

21세기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실에서 혁명이 필요하다며 한국형 '거꾸로 교실' 프로그램을 기획한 KBS 정찬필 PD
21세기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실에서 혁명이 필요하다며 한국형 '거꾸로 교실' 프로그램을 기획한 KBS 정찬필 PD ⓒ 김은영/ ScienceTimes

자고 있었던 학생들, 수업에 무관심했던 학생들을 인터뷰 했다. 아이들은 공부를 하기 싫었던 것이 아니었다. 자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어느 순간’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고 그 이후로 “나는 공부 따위는 중요 하지 않아, 선생 따위 무섭지 않아”라며 자위했다고 고백했다.

아이들은 모두 공부를 잘 하고 싶어했다. 다만 잘 할 수가 없었기에 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충격적인 고백이 잇따랐다. 수업시간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던 문제아들이 질문하고 스스로 고민하면서 수업을 만들어갔다. 아이들은 서로를 가르치며 배워 나갔다. 서로에게 선생님이었고 배움은 함께 즐겨나가는 놀이가 되었다. 선생님이 가르치면 화가 나는데 친구가 구박하면서 가르쳐 주면 즐거워했다.

정 PD는 “이제 진짜 세상을 향한 교실로 나아가야 한다. 비판적 사고, 소통능력, 협업능력, 창의력을 교육목표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거꾸로 교실’을 들었다.

'거꾸로 교실'이 가져다 준 삶의 변화

이어 북일고등학교 조영수 학생이 강단에 섰다. 조 군은 ‘거꾸로 교실’로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되었는지를 발표했다.

조 군은 ‘거꾸로 교실’을 처음에는 좋아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기존의 수업은 선생님이 알려주는 것만 공부하면 되었는데 방식이 바뀌면 공부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협업을 통한 수행평가 등은 친구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인데 반에 마음에 안 드는 친구가 같은 조여서 더욱 걱정 되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거꾸로 교실'에 적응해나가면서 전부 사라졌다. 단편적 지식에서 다양한 지적 체험을 하게 되었고 몰랐던 친구의 인성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는 배움을 얻었다.

조 군은 “협업능력, 소통능력, 배려 능력을 배울 수 있었다. 순발력, 판단력, 문서작업은 기본, 컴퓨터 능력 고취, 정보탐색 능력이 고취되었다. 교과서에 갇힌 수업이 아니라 발표능력까지 향상되었다”며 거꾸로 교실로 변화된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은 감동을 나타냈다.

무너진 공교육, 잠들어 버린 교실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함께 고민하게 위해 많은 학부모, 교사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좌석이 부족해 서있는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다. ⓒ 김은영/ ScienceTimes
무너진 공교육, 잠들어 버린 교실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함께 고민하게 위해 많은 학부모, 교사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좌석이 부족해 서있는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다. ⓒ 김은영/ ScienceTimes

한국형 '거꾸로 교실'은 '사최수프'가 맡는다

안산 본오중학교 황고은 교사는 한국형 ‘거꾸로 교실’의 확장판으로 ‘사최수프’를 소개했다. ‘사최수프’란 ‘사상 최대의 수업 프로젝트’의 준말로 이 수업은 초기 단계에 ‘거꾸로 교실’로 익힌 역량을 토대로 동아리 활동이나 방과후 수업을 통해 교과 수업이 갖는 시공의 한계를 극복하며 영역을 넓혀 가자는 데 있다.

황 교사의 수업 시간은 자신이 혼자 고립된 ‘섬’이었다. 아이들은 연실 “풀기 싫어, 귀찮아. 싫어”라고 응답했다. 황 교사는 자유학기제를 맞이해 앞으로 “수업시간에 가르치지 말자,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도와주자”고 생각하고 ‘거꾸로 교실’과 ‘사최수프’를 시도했다.

그러자 중국어를 잘하는 학생은 SNS 계정으로 반 친구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은 앱으로 영어 게임을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 공유하였다. 학교에 방치되어 있던 쓰레기 장 같았던 쉼터를 최고의 휴식공간으로 만들어 냈다.

아이들끼리는 할 수 없으니 직접 디자이너를 페이스북으로 섭외했다. 신사동 가로수 길을 찾아가 설명하고 협조를 얻어 공사를 했다. 아이들은 주말도 반납하고 공사에 매달렸다. 함께 해냈다.

황 교사는 “학교에서 지식을 선생님이 가르칠 필요가 있나”고 반문했다. 황 교사는 “검색만 할 수 있으면 정보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시대다. 교사가 지식전달자 일 필요가 없다”며 “협력을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야 말로 바로 선생님들이 만들어야 할 미래형 인재”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거꾸로 교실’이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21세기의 인재를 기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은영 객원기자
binny98@naver.com
저작권자 2016-01-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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