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영재 교육의 시작
그러나 과학고와 외국어고를 통하여 길러진 학문적 영재들은 대학 입시라는 난제에 부딪혀 파행적으로 육성되면서 뛰어난 교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특수목적고들의 학문적 영재 양육기능이 많이 상실되었다. 또한 예술고나 체육고를 통하여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의 예술 분야와 체육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들이 나타났지만 그 저변이 약하여 이 분야의 영재들도 많이 발굴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가 지난 1998년 가을부터 과학기술부의 지원하에 9개의 대학교에서 과학영재교육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2004년 현재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팽창 단계에 있다.
1999년 12월에는 영재교육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2002년 4월부터는 대통령령인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이 공포되면서 초ㆍ중등교육에서 대학교 및 시ㆍ도교육청, 과학고, 각급학교 등에 영재교육원 혹은 영재학급들이 신설되어 본격적으로 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영재교육기관의 건립과 더불어 영재교육담당 교사들의 국내 및 국외 연수도 대량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부산과학고가 과학영재고로 전환되면서 매년 144명의 과학영재들을 교육하고 있다.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관계없이 열심히 영재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영재에 대해 되돌아보고, 공교육 현장에서 영재교육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을 다시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영재의 정의
영재를 정의함에 있어서 학자들마다 다른 주장을 세우고 있다. 인지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는 학자들도 있고, 예술분야나 체육 분야를 포함하는 학자들, 과제 집착력, 기회나 환경 등 그 외의 요소들을 많이 강조하는 학자들 등 영재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그들의 의견은 참으로 다양하다.
교육 대상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상위 3-5%를 교육해야 한다는 학자들, 상위 15-20%는 되어야 한다는 학자들, 또 창의성과 관련하여서는 영재성에는 창의성 요소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거나 아니라거나, 게다가 생활현장에 필요한 영재성은 따로 있다거나, 영재성은 발현이 된 이후에만 영재라고 해야 한다는 등 영재성에 대한 의견은 아직까지도 분분하다.
미국에서는 교육부에서 정해놓은 영재의 정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에서는 각각의 주마다 그 형편과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정의가 다르다는 것을 볼 때 영재라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영재를 정의한다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발현해보지도 못하고 묻혀버려야 하는 아까운 능력이 문제이고, 우리의 교육이 자칫 그 원인이 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영재교육 선진국들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의 영재교육현장과 이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성공적인 과학영재 교육을 위한 과제
첫째, 과학영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영재를 알아보고 이를 재목으로 키울만한 교사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영재교육의 역사가 비교적 짧다보니, 과학영재교육을 훌륭히 수행할 교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영재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성장한 우리 교사들은 영재 교육에 대해 이론으로만 공부하고, 그것을 현실에 적용해 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질적으로 준비된 교사의 양성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영재교육에서도 우리의 ‘빨리빨리 습성’을 버리고, 차근차근 역사를 쌓다 보면 언젠가는 진정한 영재교사들이 배출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과학영재교육 담당교사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 팽창하여야 하는 단계이며, 이를 위해 신중한 과학영재교육연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둘째, 과학영재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사정에 맞는 질적인 과학영재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
영재개발교육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 서유럽, 동유럽, 러시아, 호주 등 선진국의 과학영재교육을 참고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문화와 사회 및 교육 구조, 사고 구조가 다른 우리나라 과학영재학생들은 다른 나라와 달리 매우 진지하고, 어렵고 힘든 과학 지식 창출에 특히 열심이다. 따라서 이에 부합되는 과학영재교육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야 한다.
단지 다른 선진 외국의 과학영재교육의 프로그램의 벤치마킹 정도로는 우리나라 과학영재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 없다. 현재 과학영재교육 프로그램들은 양적인 성장세에 있다.
다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질적으로 체계화, 조직화를 어떻게 해 나가느냐, 과학분야에서 요구되는 창의성의 신장을 어떻게 이 프로그램에 외형적으로, 혹은 내형적으로 담을 것이냐 하는 연구를 함께 수행해 나가야 한다.
셋째, 과학영재교육 수혜 대상자를 확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학영재교육 담당교사가 부족함은 물론이고, 과학영재교육의 수혜 대상이 상대적으로 적다. 현재 초ㆍ중등 학생들 중 0.28% 정도만이 영재교육의 혜택을 받고 있다. 물론 교육부는 이러한 혜택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어 다행이다. 장차 적어도 초등에서는 20%, 중등에서는 5~10% 정도로의 증가가 바람직하다.
다만, 오해를 풀기위하여 영재교육은 정규과정을 무시하는 교육이 아니라 정규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영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규 수업 시간 외의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역사는 짧지만, 현재의 평준화 교육을 보완할 수 있는 교육정책이며, 제도이다.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시도교육청, 영재교육연구원, 영재교육원, 영재학급 등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고, 이를 조직적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시행하고는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점에서 미숙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우리나라의 부모님들이 변화되고, 그 자식들이 영향을 받고 교사교육과 학생선발 등 영재교육 전반에 걸쳐 있는 현재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질적으로 개선한다면 우리나라의 과학영재교육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으며, 세계 속에서 우리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보고 비교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