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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객원기자
2013-02-22

과학자와 예술가, 질료적 상상 필요 ‘Images, Artistic and Scientific Research Seminar’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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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고등과학원에서 제3회 ‘이미지, 아티스틱 앤 사이언티픽 리서치 세미나(Images, Artistic and Scientific Research Seminar)’가 열렸다. 강연자는 유럽에서 최근 메타-물질 그리고 전자유체역학 등의 질료적 잠재성에 집중해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김윤철 작가이다. 이번 강연에서는 과학과 예술이 서로 어떻게 긴밀히 상호관계하고 있는지, 실제 메타물질이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과학자와 예술가는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자 해결자

먼저 김윤철 작가는 과학자와 예술가의 공통점은 ‘상상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자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히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이카루스의 날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카루스는 하늘을 날았지만 태양 가까이까지 갔기 때문에 날개에 있던 밀랍이 녹아 죽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카루스의 날개를 만들어준 다이달로스이다. 최초의 엔지니어로 불리는 다이달로스가 날개를 만든 까닭은 자신이 만든 미로에 아들인 이카루스가 빠져 나오지 못해서였다. 결국 자신이 만든 문제에 아들이 빠지고 그 문제 해결을 위해 날개를 만들었지만 또 다른 문제를 만든 셈이다. 즉 날개는 해법이자 문제라고 볼 수 있다.

▲ 도미니크,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 1670

예술과 과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김 작가는 “어떤 질료를 작은 공간에서는 되던 것이 다른 곳으로 확장이 되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작품은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완성하게 된다.”며, “과학도 문제 해결 과정에 생겨나는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이론이 완성되게 된다.”고 말했다.

질료적 상상력이 중요

그런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중요한 해법 중 하나가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물질적 상상력과 형식적 상상력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유명한 사람이 죽어서 동상을 세운다고 해보자. 형식적 상상력에서 문제는 ‘현재의 모습으로 조각할 것인지, 가장 멋있었을 때로 할지’를 고민하는 정도에서 끝난다. 반면 물질적 상상력은 ‘금으로 할지, 돌로 할지, 동으로 할 것인지’ 등 동상에 사용할 재료적 상상력이다.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느낌과 의미가 달라진다. 또한 이 동상 하나 만으로 창작물이 끊임없이 나올 수 있다.

이미 과거부터 두 가지 형식은 항상 같이 존재했지만 서양미술사에서는 재료적 미술은 천대받아왔었다. ‘물질성 혹은 질료’를 사유의 중심으로 가지고 온 사람은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이다. 바슐라르는 ‘부정의 철학(Philosopy of non)'이란 책을 통해 재료, 물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언제부터인가 비유클리드 기하학, 비데카르트적 인식론 등이 확산되면서 인식의 단절을 초래했다. 물질에 대한 상상력, 물질을 가지고 하는 상상력, 모두가 과학적 담론이자 철학적 화두였는데, 그것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바슐라르는 과거의 이론을 포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 중심에는 이른바 물질적 이미지, 물질적 상상력이라는 것이 있다. 대상이 물질로서 파악되면, 물질은 형태의 밑바탕이 된다. 철학적으로 보면 의식이 확장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질료로 보자면 비유클리드 기하학과 유클리드 기하학의 질료가 나타내는 형식 중 일부일 뿐인 셈이다.

질료의 변신과 상징성 이해 필요

김윤철 작가가 “바슐라르를 언급한 것은 ‘질료적 상상력’이 새로운 과학론적 인식론적인 형이상학뿐만 아니라 예술과 과학에도 적용될 수 있는 화두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 역시 그렇다. 그는 최근 여러 입자와 염료를 가지고 미학적 판단 하에 광결정, 광학수정이라는 ‘포토닉 크리스탈photonic crystal)’ 작업을 시작했다. ‘포토닉 크리스탈’은 고체물리 이론을 광학에 적용한 새로운 빛 제어 기술로 특정 파장의 빛만 통과할 수 없게 하거나 특정 파장의 빛만 진행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화려한 컬러는 색소로 내는 색이 아닌 구조로 내는 색이다. 전파와 같은 것을 이용하는 이유이다. 김 작가 역시 필라멘트 자기장에 의해서 색을 변하게 했다.

김 작가는 ‘포토닉 크리스탈’ 작품이 든 비디오를 가지고 독일 어느 천문 연구소에 갈 일이 있었는데, 마침 입체역학과학자가 보고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며 놀라워했다. 김 작가 역시 그 과학자의 논문을 구해 모두 읽었다. 재미있던 것은 그 논문의 내용들이 경험적으로 체득한 것이어서 쉽게 이해했다는 점이었다. ‘질료적 상상력’으로 만든 작품이 결국 과학을 이해하게 된 셈이다. 김윤철 작가는 “그 순간 "과학자들은 시학 같은 과학을 해야 하고 예술가들은 과학자와 같은 자연법칙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 바슐라르의 말의 의미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사실 융합을 요구하는 현 상황에서 바슐라르의 말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김 작가도 “과학자와 예술가의 협업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질료의 변신과 상징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흔들린 사진이 과거에는 버려졌지만 지금 과학자에게는 거기 있는 질료만으로 새로운 다른 형상을 탐구하고 해독해 낼 수 있다. 예술가 역시 그 흔들림 속의 모습을 자신만의 느낌으로 질료를 가지고 표현해 낼 수 있다. 단지 어느 접점에서 서로 교류되어야 융합은 더욱 풍성하게 이루어진다.

김윤철 작가는 마지막으로 “과학자와 예술가가 교류하고 협업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문화가 중요한데, 유럽은 이런 부분에서 강한 편”이라면서 “우리도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영역을 내다 볼 수 있는 문화가 하루 빨리 자리 잡아야 융합 연구가 좀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강연을 끝냈다.

김연희 객원기자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3-02-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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