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리학 전문지인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또래 괴롭힘(bullying)‘ 행위는 상대방을 모욕하고 해를 가하는 행위로 매우 교묘하고 독특한 방법을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래 괴롭힘 행위는 새롭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행위로 그런 만큼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다른 가해행위와 비교해 매우 이른 나이에 이 괴롭힘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도 특징 중의 하나다.
괴롭힘 행위에는 항상 희생자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대상이 특별히 선발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자기주장이 없이 지나치게 수동적이거나 두려움이 많은 친구들은 어느 때고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공부를 하다가, 혹은 친구를 사귀는 중에 어떤 계기가 되면 무자비한 괴롭힘 행위가 가해지게 된다.
교실 안에 적용된 약육강식의 질서
가해자들을 어떤 특별한 기준에 의해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또래 괴롭힘(Bullying)’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노르웨이 베르겐(Bergen) 대학교 댄 올베우스(Dan Olweus, 심리학) 교수는 가해자들의 경우 매우 독톡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장 많은 경우는 연속적인 가학행위다. 어린 학생인데도 불구하고 평소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 반복적으로 약자를 공격하고 남을 괴롭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사례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상대방을 괴롭히고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데 재미를 느끼는 단계다.
약자를 괴롭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너보다 힘이 강하다는 강자의 논리에 따른 것으로 반복적인 괴롭힘 행위를 하는 학생들의 경우, 다른 아이의 힘이 약하다고 판단되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민첩성을 보인다.
가해자가 한 명일 수도 있지만 다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해자는 외톨이다. 의지할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심각한 상황에서 여러 명이 자신을 괴롭히면 그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더구나 이 괴롭힘은 장기간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관계가 이 사회의 그릇된 점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대다수 피해자들이 약한 모습의 남·여학생들이라는 점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일본, 노르웨이 등에서 많은 학자들이 괴롭힘 행위를 면밀히 연구했다. 그리고 그들의 연구결과를 종합한 결과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학자들이 슬픔에 젖을 만큼 경악스러운 내용들이었다.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면 대략 이런 내용들이다. 학생 가운데 약 30~40%가 이 괴롭힘 행위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로 포함돼 있다는 것. 반대로 60~70% 학생들은 이 괴롭힘 행위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해자로 변한 피해자 더 난폭해져
주목할 점은 60~70% 학생들이 자신을 통제하면서 이 괴롭힘 행위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는 반면 30~40% 학생들은 줄기차게 이 가해자·피해자 행위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괴롭힘 행위를 어린 시절서부터 시작한다는 것 역시 심리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어릴 때부터 싸움을 즐기고, 또래들을 위협하며 고통을 가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어른들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괴롭힘 행위가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 고통이 수십 년에 걸쳐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 이 고통이 노년까지 이어져 눈물을 흘리며 임종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괴롭힘을 당한 학생이 또 다른 학생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경우 다른 학생에게 또 다른 위해를 가하기가 일쑤인데 문제는 이 괴롭힘의 강도가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괴롭힘 행위가 주는 결과는 매우 비참하다. 학습은 물론 우정, 정신·육체적 건강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인들에 대한 반감으로 반사회적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친구들을 범죄에 끌어들이면서 또 다른 가해자를 양산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여학생들의 괴롭힘 현상에 대해 간과한 부분이 많다. 남학생들과 다른 모습이지만 많은 여학생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괴롭힘에 가담하고 있다. 남학생들이 공개적으로 괴롭힘을 행하고 있다면 여학생들의 방식은 매우 미묘하면서도 복합적이다. (계속)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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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9-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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