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의도적으로 육체적인 힘을 가하던지 위협을 가해 상대방에게 상해(傷害)를 입혔을 때 이를 ‘폭력(violence)'이라고 한다. WHO(세계보건기구)의 정의다. 사람 수와는 관계가 없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폭행할 수도 있고,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폭행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의도적인 위협, 폭행을 통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심한 경우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육체적인 상해, 심리적인 충격 외에도 어린아이를 학대해 발달장애를 일으키게 하는 경우, 상대방의 것을 강제로 빼앗는 경우 등 포괄적인 사례들이 포함된다.
WHO에 따르면 연평균 약 150만 명의 사람들이 폭력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중 50%는 폭력에 견디다 못해 자살이라는 방법을 선택한다. 또 35%는 살인범에 의해, 12%는 전쟁과 같은 집단 갈등 속에서 죽음을 맞고 있다.
캐나다인들 ‘괴롭힘’ 그 자체 심각한 범죄
이런 폭력이 학교에서 발생하면 학교폭력(school violence)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 간에 가해지는 폭력 외에 특정 학생에게 가해지는 교사폭력, 심지어 학교 내 총기발사 사건에 이르기까지 매우 포괄적인 의미다.
▲ 학교 내에서 괴롭힘(bullying) 현상이 계속 늘어나면서 세계 교육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괴롭힘을 막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커리큘럼을 무료 배포하고 있는 Bullying pppst.com 사이트. ⓒhttp://facs.pppst.com/
주목할 점은 ‘왕따’와 같은 ‘학내 괴롭힘(school bullying)’ 행위가 학교 폭력에 있어 주종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캐나다 여론조사 기관인 앵거스리드(Angus Reld) 발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5%는 폭력이 전혀 없더라도 ‘괴롭힘(bullying)' 자체가 심각한 범죄라고 보고 있었다.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유지연 씨(성균관대학교 박사과정)는 최근 교육정책포럼 기고문을 통해 괴롭힘의 범주를 신체적 괴롭힘(phsical bullying)뿐만 아니라, 언어적 괴롭힘(verbal bullying), 사회적 괴롭힘(social bullying), 사이버 괴롭힘(cyber bullying) 등으로 설명했다.
일례로 한 학생이 중국계 급우에게 중국인 학생을 비하하는 말을 건넸다가 정학 처분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한국말로 ‘짱개’ 정도에 해당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이튿날 처분을 받은 학생의 부모가 학교로 소환됐다. 이후 가해 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 했다.
지난 6월 5일 온타라오 주에서는 ‘괴롭힘 방지 법안(Anti-bullying Bill)'이 주의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괴롭힘에 대한 법적인 정의를 재확인하고, 교육청이 괴롭힘 사례에 대한 통계를 관리해야 한다.
또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교육자들이 취해야 하는 대처방안들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줄어들 기세를 보이고 있지 않은 집단 괴롭힘에 대해 교육당국이 칼을 빼어든 모습이다.
과거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 필요해
미국에서도 ‘학내 괴롭힘’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김현준 씨(중앙대 박사과정)에 의하면 최근 미국에서는 ‘집단 괴롭힘’ 또는 ‘사이버 집단 괴롭힘’에 의한 청소년 자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2011년 미국 9~12학년(한국의 중 3~고 3학년) 학생 중 20%의 학생이 집단 괴롭힘을 경험했으며, 사이버 집단 괴롭힘의 경우도 9~12학년(한국의 중 3~고 3학년) 학생들의 16%가 경험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이버 집단 괴롭힘의 경우는 24시간 내내, 혹은 일주일 이상 언제든지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웹사이트(StopBullying.gov) 구축하고 학생들의 피해 줄이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뉴질랜드에서도 최근 집단 괴롭힘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공영 TV방송인 TVNZ는 8일 크라이스트처치에 거주하던 한 여학생(15세)이 집단 괴롭힘으로 인해 중요한 시험을 치루지 못한 채 상급학교 진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약 6개월 전 그 여학생이 그룹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부터다. 오래 전부터 친구관계였던 학생들은 이 여학생을 때리고 그녀에 몸에 젖은 화장실 휴지를 던졌다. 그 여학생의 페이스북에는 친구들의 불쾌한 메시지가 수시로 올라왔다.
최근에는 한 친구가 피해자 여학생의 언니(18세) 얼굴을 플라스틱 병으로 가격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면서 피해 여학생은 한국의 수능시험과 같은 NCEA 시험을 포기해야 했다.
뉴질랜드 교육당국 역시 집단 괴롭힘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은 당국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 곳곳의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집단 괴롭힘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