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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양성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2012-07-25

여성의 경제활동 문제, 해결책은 여성 과기인력 양성의 현주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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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한민족 과학기술자 종합학술대회'가 열린 과학기술회관에서 오스트리아 한인의학협회장을 맡고 있는 서한나 박사를 만났다.

서 박사는 8살이던, 지난 1980년 유학 중인 아버지를 따라 오스트리아에 들어갔다. 이후 그곳에서 성장해 의사가 됐다. 유방암과 관련된 외과전문의로, 그 능력을 인정받아 지금은 유방건강센터인 'Brustgesundheitszentrum der Barmherzigen Schwestern Linz'에서 근무하고 있다.

▲ 부부 모두 출산휴가 중인 서한나 박사 부부. 이달초 '한민족 과학기술자 종합학술대회' 참석 차 내한해 오스트리아 육아휴직 제도를 설명했다. ⓒScienceTimes

서 박사가 특히 눈에 띈 것은 남편과 함께 아기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 태어난 남아였다. 40세가 돼 처음 얻은 아기인데 남편과 함께 아기를 정성스럽게 돌보고 있었다. 

부부가 함께 출산휴가 중

학술대회 행사장에서 서 박사가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아기를 돌보는 일은 남편 몫이었다. 마치 그 일을 위해 남편이 한국을 방문한 듯했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아기 키우는 이야기를 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출산 전 2개월, 출산 후 2개월, 총 4개월에 걸쳐 의료보험조합에서 매월 700유로(약 100만원)가 넘는 보조금을 받는다.

중요한 일은 아기를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두 사람 모두 출산휴가 중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30+6, 20+4, 15+3, 12+2와 같은 약어들을 사용한다. 30+6은 엄마가 30개월, 아빠가 6개월 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기간 동안 한 달에 436유로(약 60만원)를 국가가 지원한다.

20+4는 엄마가 20개월, 아빠가 4개월 동안 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짧아진 기간만큼 출산휴가 지원금은 624유로(약 90만원)로 높아진다. 15+3, 12+2 등으로 출산휴가 기간이 짧아질수록 수령액은 더 늘어나는데,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 육아 휴직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업무 공간에서 여성 인력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자 정부가 나서 17일부터 '육아휴가, 동료 눈치 보지 말고 맘 편히 사용하세요'란 켐페인을 시작했다. ⓒ행정안전부

직장에서도 지원이 이뤄진다. 서 박사는 1년간 평소 받고 있던 임금을 그대로 받고 있다. 휴가 연장도 가능한데 그럴 경우 임금은 포기해야 한다. 남편 역시 6개월간의 출산휴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 박사는 "한국에 살았더라면 지금처럼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기를 출산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여의사들이 출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 박사의 이야기 속에서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이유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출산과 육아가 활발한 시기에 여성의 활동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서 박사의 말은 그대로 현실이 돼 나타나고 있다.

여성인력 문제는 정부·기업 결단의 문제

2010년 OECD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평균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64%, 상위국가의 경우 80%에 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58.4%에 불과하다. 최하위권이다. 여성 근로자들의 수가 이처럼 적은 것은 출산과 육아 때문이다.

인쿠르트가 35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조사에 따르면 25~29세 때 69.8%로 가장 높고, 육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30~39세 때에는 50% 대로 떨어진다.

여성과학기술자들도 마찬가지다. WISET의 2010년 여성과학기술인력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과학기술자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시기는 25~29세까지의 출산시기에서부터 시작해 35~39세 육아시기로 이어진다. 그만큼 한국에서 과학기술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차이가 있다면 다른 나라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출산 및 양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인 결단을 내렸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스웨덴의 경우 1974년부터 육아휴직제도를 '부모휴가제도'로 개정, 부부 공동양육 모델을 제시했다. 노르웨이는 2006년부터 기업 이사회 내에 여성임원 할당제를 도입했다.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펩시콜라는 여성인력의 누수를 막기 위해 모든 직급에서 여직원들의 경력발전 과정을 추적, 관리하고 있다. 타임워너는 (남녀가 참여하는) 부서 내 다양성 성과를 측정해 관리자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직원 중 60% 이상이 여성, 임원의 30% 이상이 여성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조직에서 남녀가 서로의 사고, 의사소통, 협상, 갈등해결 등의 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양성 이해(Gender Intelligence)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여성 지도자 후보들을 위해 맞춤형 커리어 관리를 해주고 있다. (계속)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2-07-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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