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경기과학기술진흥원(GSTEP)은 경기도 안양 평촌신도시에 있는 부흥고등학교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GSTEP는 산·학협력 연구지원 기관이다. 중소기업 등에 첨단 연구 장비들을 제공하고 기술혁신을 도모하고 있는데 이 시설들을 부흥고에 공여키로 한 것.
이에 따라 부흥고 학생들은 진흥원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센터, 바이오센터 등을 견학·탐방하는 것은 물론, 진흥원과 협력해 전문가 초청 강연, 기타 과학교육 활동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한국해양연구원, 성균관대와도 MOU를 체결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해양연구원에서는 부흥고 학생들에게 연구 활동을 통해 이뤄지는 교육, 즉 R&E 프로그램(Research & Education)을 지원하고 있다. 성균관대 역시 부흥고 학생들을 위해 교수진, 실험실 등을 개방하고 있다.
대학·연구소 등과 잇따른 MOU 체결
공립학교인 부흥고(교장 조능식)가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된 것은 지난 2009년이다. 2010년부터는 체험탐구 활동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내부적으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늘리고 동아리활동을 활성화하고, 외부적으로는 대학·연구소 등과 연계해 R&E 프로그램들을 확대해 나갔다.
2011년부터는 심화탐구반을 개설, 운영하기 시작했다. 심화탐구반이란 학생의 선택에 따라 수준을 높여 과학·수학교육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심화탐구반에 들어가면 1학년인 경우 2~3학년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2~3학년인 경우는 대학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들의 상황을 최대한 고려한 것이다.
해양연구원, 성균관대, 경기과학기술진흥원 등과의 잇따른 MOU 체결은 외부기관들의 협력을 통해 높은 수준의 교육을 수행하려는 부흥고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2012년 들어서는 교과연구회를 통해 대단위 융합교육 프로그램을 추진중이다.
현재 부흥고에는 과학중점반과 함께 인문중점반이 동시 개설돼 있다. 그러나 과학중점반에서는 과학과목만을, 인문중점반에서는 인문과목만을 중시하면서 학생들의 균형적 안목을 갖추는데 있어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흥고에서는 '생각의 빅뱅'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인문과 자연과학을 융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를테면 '다산 & 다빈치 4.0 프로젝트'란 프로그램이 있다. 인문·자연계 학생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다.
수학여행… 자연탐사 활동과 연계해
다산 정약용 선생이 수원성을 축조할 당시 거중기를 사용해 공사기간과 공사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 사건 속에는 과학적 원리도 들어있지만 당시 역사적인 상황에서 정약용 선생이 거중기를 개발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다. 이 두 가지 측면의 역사적 사실을 인문중점반·과학중점반 학생들이 협력해 탐구해나가는 것이다.
다빈치 역시 비슷한 경우다. 위대한 예술가로 알려져 있지만 놀라운 과학탐구가이기도 했다. 인문과 과학을 엄격히 나누기보다 이를 융합해 교육적 측면에서 더 나은 시너지 효과를 거두자는 시도로 올해 하반기 첫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부흥고의 교육은 앉아서 하는 교육이 아니라 움직이면서 하는 매우 바쁜 교육이다. 이달 초 2~3학년 과학중점반 학생들은 2박3일 수학여행 기간을 이용해 생태 및 지질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는 연천·전곡 지역으로 자연탐사활동을 다녀왔다.
학생들이 일정을 통보받고 시키는 대로 다녀오는 수학여행이 아니었다. 수학여행 전에 탐사활동에 관한 사전교육과 현장 설명이 있었다. 현장에 도착해서는 자유탐사 활동 등을 거쳐 마지막 날 발표 대회로 이어졌다. 수학여행의 전 일정을 탐사활동으로 소화함으로써 교과서와 책으로만 접했던 화산활동, 화성암·퇴적암·변성암 등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평소 가보기 힘든 풍혈을 탐사했으며 고사리, 이끼, 파리지옥, 물거미 등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생태 상황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전문가도 초청됐다. 지질 과 생태 탐사, 구석기유적관·DMZ·수목원 견학 등 모든 활동을 전문가의 지도를 통해 진행하면서 지식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해 교육적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부흥고는 평촌 신도시가 생긴 후 지역주민들의 교육을 위해 1992년 세워진 학교다. 학생들이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과학중점학교로서 최근 보여주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다른 학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살아있는 커리큘럼들이다. 향후 부흥고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저작권자 2012-06-07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