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토) 오전 이대부속초등학교 영어교육실에서 즐거운 게임이 벌어졌다. ‘부루 마블’이란 주사위 놀이다. 놀이에 참여한 학생과 교사들 간에 흥겨운 대화와 함께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언뜻 보기에 다른 주사위놀이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주사위 말판을 주의해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주사위를 던진 후 나온 수만큼 앞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다른 주사위놀이와 똑같지만, 말판 곳곳에 많은 나라들이 그려져 있다.

놀이 참가자들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등 여러 나라에 도착해 사업을 하게 된다. 자원사업이다. 사전에 정해놓은 룰에 따라 자금을 확보한 후 발전소를 세울 수 있다. 발전소에는 재생에너지와 같은 순환에너지 발전소와 석유·석탄과 같은 고갈에너지 발전소가 있다.
주사위 놀이 속에서 발전소 건설
순환에너지 발전소를 세울 경우 초기 비용은 많이 들지만 점차 그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반면 초기 비용이 적게 드는 고갈에너지는 비용 감소폭이 매우 적어 오래 가동할수록 손해다. 참가자들은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어떤 발전소를 세워야 할지 고심해야 한다.
말판을 옮기다 보면 상대팀이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나라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때는 상대팀에게 발전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상대팀은 규정에 따른 사용료를 받아 부를 축적할 수 있다. 반대로 다른 팀 참가자로부터 발전소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이 게임의 주제는 에너지자원이다. 말판 위에서 순환·고갈 연료 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세계 자원문제를 생각해보게 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만든 것은 이화여대 동아리인 ‘커리큘럼’이다. 교육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 학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작해왔다.
이 커리큘럼들을 이대부속초등학교에서 매주 토요일 진행하고 있는 대학생 교육기부 프로그램(함성소리)에 적용하고 있다. 이날 선보인 ‘부르마블’뿐만이 아니다. ‘나무심기 게임’, ‘먹이사슬 완성하기’, ‘자원 스펙트럼 만들기’ 등 또 다른 프로그램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게임마다 그 발상이 매우 새롭다. ‘나무심기 게임’은 참가팀을 개발조와 보호조로 나누어 진행된다. 바닥에 100개의 부직포를 깔아놓고 게임 룰에 따라 이 부직포를 뒤집는 게임이다. 부직포는 양면 색깔이 녹색과 갈색으로 돼 있다.
보호조가 이기면 녹색 면으로, 개발조가 이기면 갈색 면으로 뒤집는다. 녹색 면은 나무를, 갈색 면은 나무베기를 상징하는데 이를 통해 어린 학생들에게 지구에 있는 나무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나무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게임이다.
학생들의 놀이문화 커리큘럼에 접목
‘먹이사슬 완성하기’는 참가자들에게 생물 이름이 적힌 카드를 나누어주고 카드 배열을 통해 북극이나 남극, 연못, 초원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의 먹이사슬 관계 작성하는 게임이다. ‘생태계 그리기’ 프로그램도 있다. 자연사박물관 등을 방문한 후 얻은 지식 등을 활용해 건강한 생태계를 그려보는 게임이다.
게임들은 특정 주제를 놓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학습활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삼림파괴가 급속히 일어나고 있는 보르네오, 아마존 등의 지역 상황을 주제로 하고 있다면 먼저 이 지역에 대한 생태계 조사를 실시한다. 이 때 ‘먹이사실 완성하기’, ‘생태계 그리기’ 프로그램 등을 적용할 수 있다.
다음에 ‘OX 퀴즈풀기’ 게임이 이어진다. 교사와 학생이 그동안 해온 게임을 통해 특정 지역 생태계 문제를 정리한 후 그 내용을 주제로 퀴즈를 풀면서 자연스럽게 지식을 축적해가는 게임이다. OX 게임을 진행하면서 DDT 사용과 생물농축에 대한 설명 등을 추가하고 학생들이 그동안 배운 지식들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화여대 동아리 ‘커리큘럼’은 사범대를 비롯 역사, 지리, 중문학과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이 모인 동아리다. 지난 2009년 설립돼 현재 1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동아리에서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환경교육 프로그램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환경교육 프로그램에 어린 학생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게임들을 접목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들을 적용할 경우 얼마든지 커리큘럼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동아리 회원들의 생각이다.
동아리에서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린 학생들의 놀이문화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놀이 체계를 통해 어려운 지식을 쉽게 취득한다.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서지원 회장은 “환경교육은 체험교육이며, 이 체험교육 성과를 위해 다양한 게임들을 커리큘럼에 적용했고, 교육현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지난 4월28일부터 매주 토요일 대학생 동아리 교육기부 사업인 ‘함성소리’ 시범사업을 전국 13개 초·중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화여대 동아리 ‘커리큘럼’이 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그 중의 하나로 오는 7월7일까지 이어진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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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6-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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