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모두 과학중점학교 공통교육과정을 밟는다. 한 사람도 예외가 없다. 3명씩 소그룹을 만들어 과학탐구에 들어간다. 탐구 주제는 학생들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남학교에서 발생하는 냄새에 따른 (학생들의) 뇌파연구’, ‘고무동력기에서 발생하는 고무줄 효과’ 등 재미있으면서도 과학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주제들이다. 소그룹들은 일단 주제가 정해지면 그 주제를 갖고 1학기를 마감하는 8월 말까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8월 말이면 160여개에 이르는 다양한 과학탐구 보고서들이 제출된다. 보고서 안에는 학생들 스스로 진행한 체험학습 내용들이 담겨 있다. 13명의 과학부 교사들은 탐구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소그룹 학생들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보고서가 좋은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인기 과학동아리 경쟁률 수십대 일
이렇게 시작된 과학탐구 활동은 2학기 들어 새로운 형태로 발전한다. 청소년 발명대회, 북극연구체험단원 모집, 물로켓·에어로켓 발사대회, 캔위성 체험 경연대회, 화학탐구 패스티벌 등 다양한 과학탐구 행사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학교에서는 이들의 행사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있고 소그룹들은 행사 참여를 통해 자신의 탐구경력을 쌓아나간다.
학교 안에서는 다채로운 동아리 활동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발명영재반, 자동차공학반, 과학다큐멘터리 감상반, 과학 스포츠반, 과학탐구반, 생활과학반, 수리논술반, 수학탐구반, 자연현상 연구반, 지리연구반, 환경생태반 등 동아리명부터 범상치 않다.
지금까지 설명한 과학탐구활동들은 모두 수업 외 시간에 이루어진다. 대입준비로 바쁜 고교생들에게 무리한 요구가 아니냐고 질문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몇몇 동아리들은 가입경쟁률이 수십 대 일에 이를 만큼 들어가기가 어렵다. 학생들이 수학을 비롯한 과학탐구에 얼마나 열중하고 있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서울고는 학생들에게 ‘체험과 실습을 강화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체험을 통해 진정한 수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에서다. 실제로 1학년 학생들은 과학중점반·일반반 구분 없이 공통교육과정으로 과학·수학 체험활동을 60시간 이상 이수하고 있다.
신입생이 2학년으로 진급하면 또 다른 체험학습 프로그램들을 마주하게 된다. R&E 프로그램이다. 'Research(연구) & Education(교육)‘의 약자인 R&E란 말 그대로 연구를 통한 교육을 말한다.
교사와 학생이 한 팀이 돼 특정한 연구를 1년 간 수행하게 되는데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수는 50여 명으로 19개 팀에 달했다. 연구주제들 역시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나노입자의 실용성 탐구’, ‘친환경 작물재배’, ‘OLED 발광재료 개발’, ‘남세균의 광합성 실용화 방안’ 등이다.
선배·학부모들… 과학체험학습의 주역
R&E 프로그램은 (1학년 동안 과학탐구를 경험한) 학생들에게 좀 더 심화된 탐구기회를 주자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팀마다 교사와 대학교수 1명이 연결 돼 있다.
서울고 학생들이 선망하고 있는 인기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R&E 프로그램. 수능준비를 하면서 틈을 내 대학 실험실, 연구소 등을 찾아 자신들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 과제를 점검하느라 바쁘지만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항상 활기에 차 있다는 것이 학교 측 설명이다.
3학년이 되면 과학논술 중심의 토론수업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학교 측에서는 가능한 많은 외부 강사를 초빙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대화를 통해 학생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 과학논제들을 풀어가자는 의도다. 과학 시간 역시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64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고인 만큼 과학체험학습을 진행하면서 전체적으로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다. 외부 강사를 초빙하거나 R&E 지도교수를 연결할 때 선배들의 크고 작은 지원들이 이어지고 있다.
또 한 쪽에는 학부모들이 있다. 이공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지도, 학습 멘토링, 강연회 등을 통해 과학체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과학부의 임경란 교사는 선배들과 학부모 지원이 서울고 과학체험 교육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직업에 대한 학생들 이해 또한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2009년 과학중점학교로 선정될 당시 인문계 학생 수가 이공계보다 많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이공계 학생 수가 인문계를 넘어섰다. 서울고가 전체적으로 과학중점학교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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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5-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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