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22일 경주에서 열린 APEC 교육장관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밥상머리 교육'에 대해 언급했다. "최근 시작한 한국의 밥상머리 교육 켐페인이 학생들의 정신건강과 인성뿐만 아니라 학생의 학업성취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밥상머리 교육이란 말 그대로 밥상머리에서 하는 교육을 말한다. 밥상머리에 한 가족이 함께 모여 가능한 긴 시간 대화를 나누고, 열린 대화를 나누며 자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는 등 소통시간을 많이 갖자는 것이다.

APEC 교육장관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21일 한·미 양국 교육당국은 회의를 갖고 학교폭력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공동연구를 벌여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날 회담장에서도 밥상머리 교육이 언급됐고 미국 측 관계자들은 큰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의 가정 붕괴는 학교폭력의 근원"
밥상머리 교육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있어 가정교육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의 근본원인을 인성교육의 부재로 보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산업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학교에서 경쟁만 요구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인성교육을 무시한 채 학력만 중시하는 성적 중심의 서열화 풍토가 조성됐다.
심각한 것은 바쁘고 건조한 학교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 사이의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 속으로 들어가면 부모·자녀 간의 만날 시간이 거의 없고 대화 단절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외부로 나타난 증상에 불과할 뿐이다. 학교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해야 하며 그 원인은 가정에 있다.
조 교수는 '가정붕괴'를 학교폭력의 근원이라고 보고 있다. 아이들 곁에는 항상 '어른'이 있어야 하는데 최근 학교폭력 상황을 보면 대부분 그렇지 못했다는 것.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흔들리면 아이들이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고, 이 스트레스가 외부로 터지면 학교폭력으로 나타나고 더 심각해지면 폭력 중독으로 발전한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한국 교육현장에서 인성교육이 정착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인성을 중시해온 예의지국인만큼 학교, 가정, 기업, 정부, 지역사회 등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인성교육을 강화할 경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실정에 맞는 인성 프로그램 개발해야
학교폭력의 근본원인으로 가정 붕괴가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밥상머리 교육만으로는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없다. 학교와 지역, 관계기관 등의 다양한 인성 프로그램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한다.
일찍이 이지메 사태로 홍역을 치룬 일본 문부과학성의 경우 학교를 비롯 가정, 지역, 관계기관 등이 연계해 다양한 인성 프로그램들을 개발해놓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매니지먼트(stress management)란 프로그램이 있는데 학생들에게 스트레스 대처법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다.
소셜 스킬 트레이닝(social skills training)이란 프로그램도 있다.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인간관계 훈련으로 학생들이 단체행동을 하거나 문제해결을 하는 데 있어 도움을 주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그밖에 라이프 스킬스 트레이닝(life skills training), 앵거 매니지먼스(anger management)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자존감을 유지하면서 음주, 흡연 등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분노를 제어할 수 있는 법을 습득하게 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해외통신원 보고에 따르면 영국의 크리켓교육 진흥을 위한 사회단체 'The Chance to Shine'에서는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스포츠정신이 중요하다고 보고 전국 4천여 개 학교를 대상으로 스포츠에서 말하는 공정 플레이 켐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말이 있다. 고대 근동지방에서 집행되던 법전 속에서 나타나는 보상방식이다. 최근 학교폭력 사태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방식으로 학교폭력을 해결하기는 힘들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간과했던 인성교육을 오래 전 동방예의지국의 수준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인권을 존중하는 수준으로 학교 분위기를 되돌려놓기 위해 교육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프로그램 개발이 성의 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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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5-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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