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한국만의 근심거리는 아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 세계 각국의 교육 관계자들이 소동을 벌이고 있다.
데일리텔레그래프(The Daily Telegraph)지 시드니 판은 최근 학교폭력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호주 심리학자들이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휴대폰을 지목했다는 내용이다.
심리학자들은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많은 휴대폰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결과적으로 악명 높은 영웅담(?)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학교 안에서 휴대폰 사용을 강력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대폰에 학교폭력 장면 담아 공유
이들은 학생들이 부적절하고 위협적인 학교폭력 장면을 휴대폰에 담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떤 학교의 남학생 13명은 치고받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촬영하면서 스릴감을 맛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상심리학자인 대리(Darry) 박사는 일부 학생들은 악명을 떨치고 동료 학생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폭력장면을 촬영해 배포하고 있으며, 이런 학생들에게는 동료 학생들이 인정하는 영예가 주어지는 상황으로 휴대폰 사용이 학교 분위기를 망치는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심리학자 마이클 카 그레그(Michael Carr-Gregg) 박사는 학생들이 휴대폰을 부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건전한 휴대폰 사용법에 대해 학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은 크게 신체적 폭력과 언어적 폭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 금품갈취와 강요, 따돌림, 성폭력, 사이버폭력 등을 의미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이버폭력이다. 사이버 공간기능이 확대되면서 학교폭력 역시 급증하고 있는데 데일리텔레그래프지에서 보도한 내용 역시 사이버폭력의 일종이다.
실제로 최근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교폭력 사건을 보면 많은 사례들이 사이버폭력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학교폭력 전문가인 사미어 힌두자((Sameer Hinduza) 박사는 최근 미국 동부 메릴랜드 주의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바 있다.
그 결과 초등학생의 33.3%, 중ㆍ고등학생의 27%가 '학교폭력이 있다'고 응답했고 20%의 청소년들이 사이버폭력에 노출 또는 가담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증가하고 있는 학교폭력의 원인이 사이버 공간이라는 것이다.
힌두자 박사는 특히 미국에서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1982년 이후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인터넷과 SNS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이버상의 폭력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죠 이야기'라는 영상을 통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소개했다. 수업시간에 대답을 잘한다는 이유로 친구들의 눈 밖에 난 죠의 우스꽝스런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친구들이 홈페이지에 공유한 후 야유하는 글을 남기는 등의 이른바 '왕따 만들기' 작업이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처절한 증언들
이처럼 학교폭력이 사이버폭력으로 진화하자 대책 역시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LA타임즈는 최근 왕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불리(Bully)'를 소개했다.
'불리'는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 영화는 학교폭력으로 시달리다가 자살을 한 아이 아버지의 처절한 증언으로 시작한다. 이어 미국 각 지방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부모에게 제보를 받아 실제 인물들을 밀착 취재하면서 생생한 화면들을 영화에 담았다.
어느 때는 몰래 카메라까지 동원되는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피해자들의 상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12살 먹은 한 남자 아이는 심성이 착해서 몇몇 아이들이 수시로 자신을 괴롭히는데도 묵묵히 그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집에 말하지도 않았다. 아이들의 괴롭힘 수법이 더 잔인해졌다. 고통을 가하는 장면들이 가감 없이 편집돼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LA타임즈는 매년 1천300만여 명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추정 통계자료를 인용했다. 이 수치가 틀리지 않았다면 전체적으로 70% 정도의 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미국 전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로스엔젤레스 49개 학교구의 약 6천 500명의 학생들은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토론회를 갖기 시작했다. 토론회에서는 이런 폭력사례들을 발견할 경우 그대로 방관하지 말고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도출됐다.
그동안 학교폭력 사태로 고민해오던 교육당국 역시 한시름 덜은 모습이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회적 여론이 확산될 경우 해결이 힘들 것으로 보였던 왕따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판단하에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원예산을 대폭 늘려 영화 '불리'의 방영을 확대하는 한편, 학교 측에서 토론회를 가질 경우 토론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프랑스, 일본, 노르웨이, 핀란드, 캐나다, 이스라엘, 호주 등 다른 나라들 역시 학교폭력 상황은 비슷하다. 문제는 어린 학생들이 규칙을 어기는 것에 큰 흥미를 갖고 있으며,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가지 방안이 동원되고 있다. (계속)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 저작권자 2012-05-16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