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구 신당초등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1대1로 연결돼 정서적인 교류를 나누는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해 큰 주목을 받았다.
학교장을 비롯한 전 교사 35명과 학생 35명의 참여로 이뤄지는 사제 교류 프로그램이다. 학생과 교사가 영화·박람회를 보러갈 수도 있고, 공원에 가서 함께 놀 수도 있다. 개인적인 고민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다.
▲ 신당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행복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즐거운 학습 분위기를 만드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1일 운동회 태권시범 장면. ⓒ대구 신당초등학교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은 신당초등학교만의 특별한 상황 때문이었다. 학부모들 대다수가 저소득층으로 모두 일을 나가야 하는 가정환경을 가진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 중 많은 학생들은 특별한 돌봄 없이 떠돌고만 있었다.
지각·결석하는 학생 수 급격히 줄어
어떤 학생들은 공부가 무엇인지, 지각·조퇴와 같은 학교 규칙을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누가 나서서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줘야만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아름다운 동행' 프로그램이다. 학생·교사를 연결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어두웠던 학교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무엇보다 지각, 결석하는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교사들로부터 관심을 받으려는 학생 수도 크게 늘어났다. 외톨이였던 학생들은 '아름다운 동행'에 참여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어두웠던 학교 분위기 단번에 밝아지고 있었다.
▲ 신당영어캠프. 현지 영어체험을 할 수 있도록 원어민 영어강사를 초빙하고 있다. ⓒ대구 신당초등학교
신당초에는 이처럼 행복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이 많은 편이다. 국악 동아리 활동이 그렇다. 신당초 학생들은 졸업할 때쯤 되면 대부분 명 국악연주자가 된다. 누구나 국악 연주자가 될 수 있도록 창의체험활동을 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가야금, 대금, 피리, 장구 등을 연습한 후 여름방학 기간 중에 열리는 '신당국악꿈싹 여름국악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 캠프를 통해 자진모리, 난타 등 인기 있는 국악연주를 체험했다.
신당초에서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일차적인 이유는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다. 가정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즐거움으로 해소하자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캠프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있어 가장 강조되고 있는 것은 '즐거움'이다.
임순남 교장은 "국악기 연주를 통해 학생들이 즐거워하고 있어 이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우리 민족의 선율처럼 한국인으로서 제 빛깔을 지닌 음악적 경험을 나누면서 진정한 한국인으로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꿈 이름표', '꿈 인사말' 프로그램 역시 학교 분위기를 몰라보게 바꿔놓고 있다. '꿈 이름표'란 학생들의 미래 진로나 직업을 이름표로 부착하는 것을 말한다. '꿈 인사말'은 이름 대신 자신의 꿈을 사용해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것을 말하는데 최근 이 프로그램을 덕분에 학교 안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학력미달학생 수 줄이는 '꿈싹 교육' 프로그램
신당초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신당 꿈싹교육' 프로그램으로 귀결된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한마디로 '즐거움'이다. 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한 즐거움'을 선사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학생들에게 공부의 즐거움을 주자는 것이 '꿈싹교육' 프로그램이다.
'꿈싹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 번째는 한국형 엘시스테마EL Sistema)를 운영하는 일이다. 엘시스테마란 베네수엘라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오케스트라를 말하는 것으로 음악을 통해 교육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신당초의 국악 프로그램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두 번째는 학생 전체의 학습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창의경영연구학교'를 운영하는 일이다. 신당초에서는 현재 저학력층 학생들을 위한 실태파악을 위해 종합 적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정보가 담긴 학생카드를 활용해 체계적인 학습관리를 하고 있는데 지난해 기초학력 미달학생 수가 0.32%로, 2010년 5.67%와 비교해 18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창의체험교육도 활발하다. 특히 영어민 원어교육, 글로벌 문화체험 등 글로벌 교육들이 다수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국제 감각을 키워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역 환경을 해소하고 학교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교육복지 측면의 사업들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교사와 학생의 '정나누기'와 '아름다운 동행', '한 생명 살리기 온종일 돌봄교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임 교장은 신당초를 '한 생명을 살리는 행복학교'라고 말했다. '천하보다 더 귀한 한 생명을 살리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사랑과 열정, 전문성을 통해 학생들에게 감동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당초가 개교한 것은 1994년 9월이다. 교목은 소나무, 교화는 목련이다. 현재 46명의 교사와 520명의 학생이 모여 새로운 학교를 꿈꾸고 있다. 올해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로 선정됐다. 향후 신당초가 어떤 변화를 해나갈지 전국적인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