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사기관 발표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국내 청소년들이 부모와 대화를 나누는 하루 평균시간이 1시간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위주의 진학 경쟁 때문에 자녀들이 늦은 밤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맞벌이 가정도 늘어 부모와 자녀가 얼굴을 마주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도 과천고등학교(교장 지성환)가 이처럼 단절된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를 이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가 이 프로그램을 취재하기 위해 과천고를 찾았다.
3F-Day 프로그램 운영
과천고등학교에서는 가족 간의 대화를 위해 ‘3F-Day’를 실시하고 있다. 3F란 Family와 Friday, Fun의 약자로 매월 4째 주 금요일에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자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천고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매우 특별한 과제를 부과했다. 부모와 함께 10년, 20년, 30년 후 삶의 계획을 세워보고 자신의 진로 설계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토록 하는 과제였다. 또 가족과 함께 명절 지낸 이야기를 나누거나 영화감상과 같은 여가활동을 함께하고 봉사활동을 실천해 이웃사랑의 기쁨을 함께 나누도록 했다.
또 가족신문 만들기를 통해 가족 모두의 추억을 남기고 주말농장 운영, 가사활동 돕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감성교육을 유도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며,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여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성을 함양하도록 했다.
지성환 교장은 진로지도를 하던 중에 부모, 학생 사이에 대화가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자녀들이 진정 무엇이 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부모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고, 부모들이 자녀에게 바라는 진로가 무엇인지에 대해 자녀들 역시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
"그만큼 부모와 자녀 간에 대화가 부족하단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래서 학교 체험활동을 통해서라도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3F-Day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 교장은 3F-Day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들은 학생 진로에 대해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됐고, 결과적으로 일회성 행사가 아닌 가족간의 실질적인 대화·소통의 문을 열어놓는 소중한 체험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3F-Day의 활동 내용을 담은 보고서 가운데 매월 우수작을 표창해 학생들의 참여의욕과 성취감을 높였다. 또 그것을 개인별 포트폴리오 ‘꿈을 일구는 텃밭 가꾸기’ 자료로 활용해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 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 등 부모와 함께할 수 없는 학생과는 교사가 1일 부모로 결연을 맺어 소외되는 경우가 없도록 하는 배려의 마음도 잊지 않았다.
지역 인프라 활용한 CRM 제작
한편 과천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과 담임선생이 창의․인성 중심의 체험활동을 재량껏 운용할 수 있도록 학급활동의 날을 강화하고 있다. 친교활동, 탐사활동, 문화체험, 학급별 특색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의 주제는 물론 모든 사전계획과 준비과정까지 학생들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운영하도록 해 공동체의식과 자기주도적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도록 했다.
이 같은 창의적 체험활동을 돕기 위해 지역 인프라를 최대로 활용한 창의체험자원지도(CRM)를 개발해 제작하기도 했다. 지 교장은 “과천에는 과학관과 서울대공원, 과천종합청사 등 지역 기반시설이 많은 편이라 그곳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교육기부를 받고 다양한 체험활동과 연계할 수 있도록 CRM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과천고에서는 현재 CRM을 토대로 진로활동과 연계한 체험학습, 효음식 만들기, 효부채 만들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졸업생 멘토링제 ․ 스터디클럽 운영
과천고에서는 또 멘토와 멘티간의 관계형성을 통해 학생의 성장과정에 필요한 전인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졸업생 멘토링제를 실시하고 있다. 방학 중에는 과천고를 졸업한 대학생들을 멘토로 세워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구체적인 조언을 하도록 했고, 학기 중에는 교사가 직접 멘토가 되어 기초학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또 학생들 스스로 소집단을 만들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스터디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수준별로 그룹을 형성해 서로 멘토가 되어주는 협동학습으로 관심교과의 학력향상은 물론 공동체 의식 함양과 타인에 대한 배려 등 인성적 측면의 발달을 꾀하고 있다.
과천고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학습자 중심의 수업혁신이었다. 교과별로 창의․인성 수업지도안을 수립해 자율적이며 자유로운 의사소통, 다양한 관점의 수용 등 수업방법의 변화를 모색했다. 아울러 교과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학습모형을 적용해 학습구성원들이 창의성과 협동성을 기를 수 있도록 실천교육을 강화했다.
이와 관련 지 교장은 “그동안 우리교육의 현실은 과도한 학습분량과 획일적 교육, 그리고 교육과정과 유리된 인성교육 등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 내는 데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며 “기존의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고 배움과 실천 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해 창의지성역량 계발을 위한 배움 중심의 교수․학습 방법 적용으로 수업혁신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 저작권자 2012-03-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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