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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임동욱 기자
2011-07-08

오래된 자동차는 도시에서 퇴출 佛 그르넬 환경법으로 논쟁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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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역이 자동차 환경부담금 문제로 시끄럽다. 내년 7월부터 ‘대기질 우선구역(ZAPA)’이라는 이름의 특수지역이 시범적으로 지정되는데, 기존의 자동차를 운행하다 적발되면 최소한 68유로(우리돈 약 1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질 우선구역’은 특정 지역에서 자동차 통행을 규제하거나 제한해서 미세먼지의 배출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설정된다. 예정지는 수도 파리를 비롯해 생드니, 클레르몽페랑, 니스, 그르노블, 리용, 엑상프로방스, 보르도 등 전국 8개 대도시에 달한다. 3년 동안의 시범운영 후 영구적으로 실시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대기질 우선구역으로 지정되면 차량의 노후 정도에 따라 승용차는 68유로, 화물차는 135유로(우리돈 약 21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많게는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벌금을 내야하는 상황이다.

현재 프랑스는 이륜차, 승용차, 영업차량, 대형화물차 등 4가지 종류로 차량을 분류하는데, 앞으로 환경부는 오염물질 배출 정도에 따라 4가지의 등급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차량을 공해1등급으로 간주하고 오염원 배출이 가장 적으면 공해4등급으로 판정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4년 이전에 제작된 이륜차, 1997년 이전에 제조·등록된 승용차, 2001년 이전에 제작된 화물차들이 공해1등급에 해당한다. 이 차량들은 과태료가 부과될 뿐만 아니라 심하게는 대기질 우선지역에서의 통행 자체가 금지될 수도 있다.

‘그르넬 환경법’에 이은 ‘제2의 법안’ 시행

이번 조치는 지난해 7월 공포되어 내년 여름부터 시행될 예정인 ‘제2그르넬법(Grenelle 2)’에 의한 것이다. 정식 명칙은 ‘국가 환경개입(Engagement National pour l’Environnement)‘ 법안으로, △건물과 도시계획 △교통 △에너지 △생물다양성 △위험,건강,폐기물 △지방자치제 등 6개 부문에 있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혁신 법안이다.

이 법안은 이전의 ‘제1그르넬법’을 모체로 하여 연속 진행되는 것으로, 사르코지 대통령이 2007년 여름 소집했던 원탁회의 결론에 따라 제정된 ‘그르넬 환경법(Grenelle de l'Environement)’을 이어받았다. 2009년 8월에 공포된 그르넬 환경법은 정부와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산업계, 노동계,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치열한 토론을 거친 끝에 탄생했다.

‘그르넬(Grenelle)’이라는 이름은 회의가 개최된 파리의 거리 이름에서 따왔지만, 이제는 프랑스의 급진적인 환경보호 정책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제2그르넬법의 분야별 목표는 다음과 같다.

△건물과 도시계획 부문 : 건물의 에너지 사용율을 개선하고 도시계획과 조화되도록 한다 △교통 부문 : 대중교통 수요를 충족하면서도 환경을 존중하는 교통체계를 구축한다 △에너지 부문 :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생물다양성 부문 : 생물다양성을 보호하여 생태계의 순기능을 보장한다 △위험,보건,폐기물 부문 :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사적인 구역에도 생태민주주의를 정착시켜 생태적 거버넌스를 실시한다 △지방자치제 부문 : 폐기물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모든 형태의 공해를 제거함으로써 환경을 존중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한다.

대기질 개선이냐 생계수단 보장이냐

이번 ‘대기질 우선구역’ 설정도 제2그르넬법의 일환으로 실시되는데, 프랑스 정부의 의지는 강력하지만 시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자동차 없이는 출퇴근이나 장보기 등의 일상생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해1등급에 해당하는 차량이 프랑스 전체의 30퍼센트에 달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법안의 세부시행령에 대해 조언하는 국가대기위원회(CNA)는 “사회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주제”라며 찬성과 반대가 뒤섞인 채 진통을 겪고 있다. 국가대기위원회는 대기오염을 막고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제안과 자문을 위해 환경부 산하에 설치된 직속기구로, 행정가, 정치가, 시민단체, 사업가 등 30명의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르시알 사디에(Martial Saddier) 국가대기위원회 의장은 르피가로(Le Figaro)지와의 인터뷰에서 “환경에 대한 보호막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보호막도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회의탁자에 앉혀서 꼼꼼하게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기위원회는 “2011년 1월 이후에 제작되어 ‘유로5 기준(Euro 5 Standard)’을 충족시키는 차량은 기존의 4개 등급과 별도로 제5등급을 부여해서 과태료를 면제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로5 기준은 주행거리 1킬로미터당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500밀리그램 이하 △질소산화물이 180밀리그램 이하 △미세먼지가 5밀리그램 이하 △탄화수소 및 질소산화물 혼합체가 230밀리그램 이하로, 올해부터 유럽연합 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량에 강제 적용되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는 배기가스 성분 중 건강에 직결되는 물질로, 크기가 너무 작아 기존의 필터로는 걸러내기가 어렵고 인체 내 폐속에 쌓여 천식 등 호흡기 질환과 더불어 심혈관 질환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목숨을 잃는 아동의 수가 프랑스 내에서만 4만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결국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대도시 지역의 공기 오염도를 낮추어 대기질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기존 차량을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지 않는 한 찬성표를 던지는 시민의 수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가을 즈음에 최종법령이 정해지려면 사전에 지역별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 일방적인 과태료 부과만을 고집하는 현재의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법안이 제정되고 통과되는 데 상당한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동욱 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1-07-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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