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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김청한 기자
2010-02-03

“나노기술은 윤리, 법, 사회의 문제” ‘2010년 나노기술연구협의회-나노기술 정책 포럼’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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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신종플루, 안락사, 동물복제……. 지난 수년간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사회 이슈들에서 과학기술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인터넷의 확장, 정보통신의 발달 등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삶 자체를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과학기술이 초래할 윤리적, 법적, 사회적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2일 서울교육문화회관 신관 청계홀에서 진행된 ‘2010년 나노기술연구협의회-나노기술 정책 포럼’은 미래 주요 과학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나노기술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자리가 됐다. 특히 오전에 진행된 첫 번째 세션에서 권복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가 ‘나노기술의 윤리적, 법적, 사회적 영향 연구’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나노ELSI 연구가 필요한 이유

권 교수는 먼저 ELSI와 EHS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ELSI(Ethical, Legal, Social Implications)는 말 그대로 과학기술이 초래할 윤리적, 법적, 사회적 영향을 의미하며 EHS(Environment, Health, Safety)는 ELSI 중 ‘안정성’에 핵심을 맞춘 개념이다. EHS가 생물학, 독성학, 생태학 등 자연과학적 접근을 위주로 한다면 ELSI는 자연과학적 접근은 물론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법률적 접근을 시도한다고 보면 된다.

나노분야에서의 ELSI가 필요한 이유는 △ 나노제품과 기술의 안정성 확보, △ 신기술에 대한 대중적 불안 및 저항의 극복, △ 신기술이 초래할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의 통제 등이다.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살펴보면, 신기술이 초래할 광범위한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과학기술 개발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원을 확보하는 측면이 크다. 권 교수는 “급속히 발전하는 국내 나노기술을 국제적 표준에 맞춰 평가하고, 국제적 나노ELSI연구의 선도를 위해서라도 국내 나노ELSI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이어 나노 ELSI에 대한 일반의 오해를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주요 오해는 ① 어떤 ELSI쟁점이 있는지 판단하기 이르다 ② 나노 기술은 필연적으로 善이다. ③ 안전성이 ELSI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이에 대해 ① 나노 관련 ELSI쟁점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고, ② 기술혁신이 인류전체에 이익이 될 지는 불투명하며 이미 많은 기술들이 생태환경적 문제와 국가간 차별을 가속화하며, ③ 안정성 외에 윤리적 고려도 기술 발전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나노ELSI 전문기관 설립 필요하다”

한편 안전성, 프라이버시, 생체변형, 정의라는 4가지 영역으로 나뉘는 나노ELSI의 쟁점별 사안은 다음과 같다. 인체 및 환경 안정성, 프라이버시 오남용 등과 연관된 윤리적 이슈, 의료서비스나 교육의 불평등, 국가의 책임 영역 등과 연관된 사회적 이슈, 지적 재산권, 법적 규제 등과 관련된 법률적 이슈의 3가지로 크게 나뉘어진다.

특히 나노입자의 독성, 환경 위해성에 대해 모른다는 불확실성, 나노입자가 일단 환경네 방출되면 이를 회수할 수 없다는 비가역성, 하나의 쟁점이 매우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는 복합성 등이 나노ELSI의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제 1,2기 나노기술 종합발전계획 등으로 현재까지 ELSI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이 이뤄졌으나 구체적인 연구나 실천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권 교수는 이에 대해 △ ELSI보다 EHS에 대한 강조, △ 일방적 홍보 위주의 교육, △ 민간 주도보다 관 주도의 관심, △ 학계와 시민사회의 무반응을 언급했다.

권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 ELSI쟁점의 해결 방법으로 △ 대중여론의 수렴과 사회적 합의 △ 윤리적/사회적/법적 쟁점 연구 △ 기관간/국가간 협력 △ 제품 및 기술에 대한 규제 선진화 △ 교육과 나노리터러시 향상의 5가지를 제시했다.

권 교수는 또한 나노 기술 규제 선진화 방향 등을 제시하며 결론으로 △ 기존의 나노기술 개발촉진법 개정을 통한 나노 ELSI연구 안정적 지원 △ 나노 ELSI연구 결과를 제도화할 수 있는 루트 마련 △ 나노기술 연구비 중 일정액을 나노 ELSI 및 EHS 연구에 할당 △ 나노 ELSI 전문연구기관 설립 △ 국제 협력 및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 들어야”

권 교수의 발표 이후에는 시민과학센터 김동광 박사, (주)나노스토리지 김수경 대표, 서울시립대 이중원 교수, 호서대 유일재 교수, KISTEP 이경재 박사, 한국과학창의재단 조숙경 과학문화사업단장이 참석한 가운데 패널 토의가 진행됐다. 패널 토의에서는 나노기술ELSI에 대한 관심을 증명하듯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며, 많은 패널들이 나노ELSI 관련 전문 기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토의에서 이경재 박사는 “나노기술에 대한 국민적 인식,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바탕 위에서 제도적 장치 수립이나 관련 기관 설립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원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ELSI연구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나노기술개발 촉진법 등으로 관심이 증대되는 증 전망이 밝다”며 “ELSI와 관련, 현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윤리적 담론들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경 대표는 “일반인들이 과연 기술에 대해 얼마나 알아야하는가는 의문이 있다. 연구자들이 이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연구자들이 윤리·사회적인 측면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숙경 단장은 “한국과학창의재단 등의 노력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홍보·교육 채널은 이미 충분하다”며 “문제는 ELSI측면에서 어떻게 교육과 홍보를 할 것인가는 것이다. 나노기술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이 ELSI에 대한 소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단장은 또한 “나노기술영향평가 사회분과 위원장으로서 나노ELSI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 많이 참석했다”며 “관련 자리에 특정한 분야를 대변하는 인물만 참석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초청해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동광 박사가 “과학기술은 그 결과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기존 전문가 그룹보다 확장된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시민참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박사는 또한 “나노ELSI관련 전문 기관이 생긴다면, 기관의 독립성과 실효성 있는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청한 기자
chkim@kofac.or.kr
저작권자 2010-02-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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