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11%로 늘리고 원자력발전소를 11기 신설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20년을 계획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하는 에너지 종합정책으로 정부 부처간 협의와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에너지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지식경제부(장관 이윤호)는 13일 이달말 개최 예정인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앞두고 산학연 에너지 전문가, 시민단체, 에너지유관기관 등이 모여 에너지기본계획안과 효율 향상, 신재생에너지 개발확대, 고유가 ·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원자력의 역할 등을 발표하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정부의 장기 에너지정책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원자력발전 비중의 확대가 핵심이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 시대가 지속되고, 석유고갈론도 제기되고 있어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원자력이 유력한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전 신설을 위한 부지 확보와 함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 문제 등 풀기 어려운 숙제가 쌓여있어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원전 확대에 대해 설비 과잉과 원전 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며 반대하고 나서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가격 체계도 정부 통제를 줄이고 원가를 충실히 반영하는 구조로 바꿀 계획이다.
에너지가격 원가반영체제로
정부는 전기와 도시가스 등 에너지가격이 물가와 산업지원 등 정책 목표에 따라 결정되면서 자원배분의 왜곡이 일어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원가를 반영하는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기요금의 경우 현재 주택용과 일반용 요금이 산업용과 농사용, 교육용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용도별 요금체계에서 공급 원가에 따른 전압별 요금체계로 바뀐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 판매단가는 ㎾h 당 114.31원으로 산업용의 64.56원의 2배에 가깝기 때문에 용도 간 교차보조가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우선 1단계로 주택용과 일반용에 의한 산업용, 농사용, 교육용 등에 대한 교차보조를 축소하면서 주택용 누진체계를 단순화하기로 했다. 주택용 누진 단계는 6단계로 누진배율(가장 낮은 요금과 가장 높은 요금의 비율)은 11.7배에 달해 일본의 3단계 1.4배나 미국의 2단계 1.1배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잡한 상황이다.
또한 정부는 용도간 교차보조가 해소되는 시점에서 2단계로 일반용과 교육용, 산업용 요금을 전압별 요금제로 통합할 방침이다. 교차보조가 해소되면 주택용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현상이 해소될 수 있어 요금 인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누진제가 단순화되면 전기 사용량이 많은 주택용 사용자가 요금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다만 원가를 기초로 요금을 산정할 경우 국제 유가나 환율 상승 등에 따라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정부가 원가 부담이 커져도 물가 상승을 우려해 요금인상을 억제했지만 앞으로 이런 관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가스요금은 원가주의 원칙의 견지와 함께 지속 수요와 중단 가능 수요 간에 요금 차별화가 추진된다.
정부는 에너지산업의 진입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경쟁을 촉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전력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사업을 점진적으로 자유화해, 최종 소비자들이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로 했다. 다만 송 · 배전 전력망과 가스 · 열 배관망, 에너지 저장시설 등 네트워크 부문은 진입 장벽 완화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 에너지이용 효율 47% 개선
에너지이용 효율지표인 에너지 원단위(에너지사용량/국내총생산)를 2030년까지 47% 개선한다. 2006년 기준 에너지 원단위(TOE/백만 원)는 0.307이나, 2030년까지 0.164로 개선할 계획이다.
산업부문은 정부협약제도의 단계적 도입을 통해 에너지 ·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유도하고 에너지 감축실적 인증 및 거래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수송부문은 고연비 · 친환경 자동차 개발 · 보급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확대 등 신규시책을 적극 개발키로 했다. 가정 · 상업부분은 소형 열병합발전과 집단에너지 공급 확대를 통해 대규모 주택단지 중심으로 난방에너지 효율 향상과 가스냉방 보급 을 확대한다.
△ 울릉분지 등 대륙붕 탐사 지속 추진
동해 가스전 인근 추가개발과 동해 심해저 석유 · 가스 개발,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 등 국내 대륙붕 탐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북한 해주 · 남포 지역의 유망 광산에 대한 공동개발과 단천 자원개발특구 개발, 서한만 유전개발 등을 추진해 남북 자원협력도 확대한다.
2030년까지 석유 · 가스 자주개발률을 40%로 2006년의 3.2%에서 대폭 늘리고, 6대 광물 자주개발률도 2006년의 16.6%에서 2030년까지 50%로 높인다. 해외자원개발협회를 신설하고 자원개발 지원센터 설립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정보제공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11%로 확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006년 2.24%(522만TOE)에서 2030년까지 11%(3천302만TOE)로 확대한다.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확대와 보급 촉진을 위해서는 에너지특별회계 및 전력기금을 통한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예산지원 효과가 큰 바이오디젤과 폐기물 연료(목질바이오매스) 등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태양력과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분야를 중심으로 신성장 산업화를 추진한다. 바이오디젤의 혼합비율 목표를 2012년 3.0%로 설정해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 5% 확대를 지향한다. 바이오디젤의 면세지원을 2010년까지 연장하고 BD20은 사용요건 완화와 관용차량에 보급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 2030년까지 원전 11기 신설
발전설비 가운데 원전의 설비비중을 2006년 26%에서 2030년까지 41% 수준으로 높인다. 정부는 이를 위해 140만㎾급 원전 11기를 신설한다. 신규 부지 확보로부터 준공까지 12년 소요됨에 따라 2022년 준공될 원전의 부지를 2010년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규 원전 후보지 조사 및 확보 방법론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통해 선정된 부지를 대상으로 공론화를 거쳐 후보지 2~3개 지역을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2016년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포화 전망에 따라 중간저장문제 처리방안 마련을 위한 공론화도 올 하반기부터 추진한다.
△ 정부 “원자력이 현실적 대안”
정부는 화석연료의 고갈과 에너지 안보문제, 고유가 시대, 온실가스 감축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이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원자력발전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주요국들도 원자력 발전에 주목하면서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하고 있다며 국제적 정합성을 강조했다. 실제 선진 8개국(미국, 일본, 캐나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과 한국, 중국, 인도 등 11개국은 지난 6월 일본에서 열린 ‘G8+3 에너지장관회의’에서 원자력은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므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확대하고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확인한 바 있다.
정부는 이같은 인식 아래 오는 2030년까지 원전의 설비비중을 41%로 높이기로 했다. 정부 계획대로 원전 설비비중을 41%로 늘리려면 140만㎾급 원전으로 환산할 경우 11기를 새로 건설해야 한다.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확보하고 있는 원전 부지는 신고리 4기, 신울진 2기 등 6기를 신설할 수 있는 정도다. 추가 부지 선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신규 부지 확보에서부터 원전 준공까지 12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2022년에 준공될 원전의 부지는 2010년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선정된 부지를 대상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후보지 2~3곳을 최종적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 사용후 핵연료 처리 걸림돌
원전 부지 신설보다 더 큰 문제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 문제다. 정부는 기존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오는 2016년이면 포화상태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올 하반기부터 시설 확충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사용후 연료 저장조에 임시로 저장된 사용후 핵연료는 재처리 또는 직접 처분에 앞서 냉각을 위해 중간 저장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사용후 핵연료 저장 용량 1만2천561t 가운데 저장량은 9천518t으로 75.8%가 채워진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한미 원자력협정과 한반도비핵화 선언으로 인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다. 원전 확대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 중간 저장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중저준위 방폐장 문제의 해결에만 주력했을 뿐, 현재 원전마다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를 처분할 것인지, 아니면 중간 저장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상태다.
특히 방폐장 부지 선정에 21년이 걸렸다. 원전에서 사용한 작업복이나 장갑, 교체부품 등을 저장하는 중저준위 방폐장 설치를 놓고도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겪었다는 점에서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는 더 큰 갈등이 우려된다.
이미 1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에너지시민회의는 성명을 통해 “원전 발전 비중을 60%로 확대하는 계획은 원전 설비 과잉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프랑스의 전철을 밟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권영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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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8-08-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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