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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우리나라 공학계 석학과 기업 CEO들을 상대로 과학기술 공약을 내놓았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과 서상기 국회의원 등은 지난 9일 공학한림원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공학기술 정책포럼에서 당을 대신해 주요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계획은 실천 의지가 중요”
발표에 나선 이한구 의장은 “한나라당은 분권과 자율과 경쟁 논리 속에서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매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 의장은 현 정부가 큰 정부를 계속 고집하면서 창업 지원과 규제 혁파를 하겠다고 하고 연구기관에 더 자율성을 주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면서 “꿈과 비전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그간 집권 여당이 과학기술과 기업에 한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 상기해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
“계획은 있되 실천이 따르지 않는 리더십으로는 과학기술 강국을 만들 수 없다”고 지적한 이 의장은 “지금 내놓는 공약은 이명박 후보가 반드시 실천할 것”이라며 이 후보가 지난 서울시장 시절 공약의 99%를 완성해놓고 나간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우리 당은 교육이 잘못되면 과학기술 분야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국가 큰 그림에서 우선 평준화 교육은 수월성 위주로, 정부주도는 민간주도로, 분배위주에서 성장우선 정책으로 바꿀 것”임을 강조했다.
R&D 투자, GDP 대비 5%로 확대
과학기술 공약에서 그는 국가 R&D 투자를 2012년까지 GDP 대비 5%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R&D예산 중 기초연구 비중을 확대해 현재 R&D예산의 25% 수준을 2012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33%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분야별 투자전략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그는 “경제성장률을 당장 내년에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면서 이것에 맞추려면 초기에는 성과가 실용기술하고 복합산업을 접목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별도로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장기 프로젝트와도 융화를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별 중점지원 장기 프로젝트로 환경과 에너지 분야를 꼽았다.
PBS시스템 개혁 예고
과학기술자들의 자율과 창의를 중시해 간섭을 최소화하겠다는 약속도 눈에 띄는 부분. 이 의장은 “과학기술인의 창의력이 발휘되도록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정년, 연금 문제 해결 및 PBS(Project Based System) 시스템을 개혁하겠다”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자들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보고서를 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개탄스러운 현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마찬가지로 성실한 연구 끝에 나온 연구 실패를 용인하는 성과관리와 지원제도를 만들겠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는 “열심히 해서 실패한 사람은 다음에 더 성공할 확률이 높은 사람”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의 연구에 도전하는 연구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외층 위한 정보 복지 개선
소외층을 위한 정보 복지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가 IT강국이지만 중소기업이나 재래시장, 농업부문 등에 대해서는 국가가 하루 빨리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제시해 주지 않으면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잘하는 부문은 잘 하도록 놔두고 이런 소외층을 위해 재원과 능력을 투입해 과학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 역할이 아니겠냐”고 이 의장은 반문했다.
그는 공학한림원이 요청한 과학기술 국제협력재단 출범에 대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즉 우리 수준은 인재대국을 지향하는 측면에서 국제적 수준으로 갈 수밖에 없으며 이의 핵심이 과학기술 분야라는 것.
한편 과학기술계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우수한 기술도 정치 쪽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면 크게 힘을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정치 쪽에서 백업을 받으려면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과학기술이 나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과학기술을 잘만 활용하면 공학한림원이 제시한 경제성장률 1-2% 추가 성장은 일도 아니다”라며 과학기술계에 대한 강한 신뢰를 나타냈다.
국내여건 변화 없이 성장동력 효과 있나?
한편 동석한 서상기 한나라당 의원은 일선학교 과학교육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서 의원은 “아무리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연구비를 몇 % 지원하든 지금과 같이 이공계 대학생들이 입학해서 미적분도 풀지 못해 기초부터 다시 배우는 상황, 해외 우수 인력이 귀국을 기피하는 현실, 국내연구진에 대한 기업의 불신 등이 만연한 상황에서 미래성장동력을 선정/투자해봐야 효율을 기대하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여건 변화가 선행돼야 하고, 과학기술을 교육 및 산업정책과 연관지어 봐야 한다는 게 서 의원의 의견.
더욱이 출연연 연구원을 뽑을 때에도 유능한 경력 연구원은 거의 뽑지 않고 신입사원식 연구원만 뽑는 문제점도 꼬집었다. 그밖에도 “최근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보고서에서 한국의 과학경쟁력이 14위에서 7위로 껑충 뛰었다는 보도와 홍보가 많은데 이건 한마디로 오도”라면서 “데이터 상으로 러시아, 영국이나 프랑스를 제쳤는데 누가 그것을 믿겠냐”고 비판했다. IMD 과학경쟁력 순위는 과학기술 인프라 확충이 많이 작용하는 순위라는 것.
“창업환경도 결국 돈 가진 사람이 기업하고 싶도록 만드는 게 창업환경 정책이며, 그외 어떤 정책도 기업 하고 싶은 마음을 이끌지 못한다면 실패”라고 서 의원은 단정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이런 측면에서 실질적인 창업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고 전했다.
- 서현교 객원기자
- shkshk2@empal.com
- 저작권자 2007-11-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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