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은 정상인과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해변의 하얀 모래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처럼 장소에 관한 짧은 지시를 내리고, 이때 공간ㆍ감정ㆍ행동ㆍ생각 등을 물어 이미지를 얼마나 상상하는지 비교했다. 기억상실증환자와 정상인의 나이, 학력 수준 등을 비슷하게 했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기억상실증환자는 “하늘밖에 모르겠어요. 그냥 푸른 하늘, 흰 모래.... 음... 푸른 하늘만 생각나요”라고 대답했다. “아주 뜨겁운 태양이 내 위에 있어요. 모래는 그다지 뜨겁지 않고 따뜻하네요. 내 뒤엔 큰 야자수 나무가 있고, 저 멀리는 통나무집 음식점이 보여요. 바다는 너무 멋있는데요? 짙푸른색 바다와 맑은 하늘이에요...”라며 정상인들은 기억상실증환자보다 지시를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이미지를 설명했다.
기억상실증환자는 과거 경험을 하나로 통합해 장면을 설명하지 못하고 단순히 나열했다. 실험 참가자 모두 해마가 손상돼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이다. 해마는 전뇌 변연계의 일부로 장소에 관한 기억을 상기하거나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하샤비스 박사는“해마가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에 그들은 기억을 못 한 게 아니라 그들이 한 기억을 제때에 못 꺼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새로운 기억은 해마에서 저장되고, 경험은 대뇌 피질에서 보관될 것이라고 짐작됐다. 하샤비스 박사팀은 해마에 대한 기존의 추측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뇌 피질에 손상이 없는 실험 참가자들이 사고 전 자신의 과거를 정확히 말하지 못한 것. 이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전뇌 변연계에 있는 해마는 전뇌의 다른 부분인 대뇌 피질에 저장된 기억을 유지하며 상기시키는 일도 한다는 것이다. 과거나 현재, 미래의 구성을 위해선 해마가 필요했다.
한편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 연구소의 야단 두바이 박사는 “근대 과학 이전엔 기억력과 상상력을 같이 생각했는데 현재에 이르러 이런 추측이 입증되고 있다”며 “ 이번 결과도 회상과 상상 과정이 같은 신경회로를 공유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 김진희 인턴기자
- slowbbies@gmail.com
- 저작권자 2007-01-23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