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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김진희 인턴기자
2007-01-23

기억을 잃으면 상상도 못해 해마의 새로운 기능 발견, 회상과 상상을 담당하는 부분은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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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의 놀라운 기능이 밝혀졌다.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구체화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런던대학 웰컴 트러스트 신경이미지 센터 데미스 하샤비스 박사 연구팀은 해마가 손상된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정상인보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해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었다.


연구팀은 정상인과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해변의 하얀 모래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처럼 장소에 관한 짧은 지시를 내리고, 이때 공간ㆍ감정ㆍ행동ㆍ생각 등을 물어 이미지를 얼마나 상상하는지 비교했다. 기억상실증환자와 정상인의 나이, 학력 수준 등을 비슷하게 했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기억상실증환자는 “하늘밖에 모르겠어요. 그냥 푸른 하늘, 흰 모래.... 음... 푸른 하늘만 생각나요”라고 대답했다. “아주 뜨겁운 태양이 내 위에 있어요. 모래는 그다지 뜨겁지 않고 따뜻하네요. 내 뒤엔 큰 야자수 나무가 있고, 저 멀리는 통나무집 음식점이 보여요. 바다는 너무 멋있는데요? 짙푸른색 바다와 맑은 하늘이에요...”라며 정상인들은 기억상실증환자보다 지시를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이미지를 설명했다.


기억상실증환자는 과거 경험을 하나로 통합해 장면을 설명하지 못하고 단순히 나열했다. 실험 참가자 모두 해마가 손상돼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이다. 해마는 전뇌 변연계의 일부로 장소에 관한 기억을 상기하거나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하샤비스 박사는“해마가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에 그들은 기억을 못 한 게 아니라 그들이 한 기억을 제때에 못 꺼냈다”고 말했다.


기억이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뇌의 일부에 저장하고 이를 다시 꺼내는 과정이다. 해마가 손상된 기억상실자는 퍼즐조각처럼 흩어진 정보를 못 맞췄지만, 정상인은 저장된 자료를 꺼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정상인은 보관된 정보를 빼내 상상하면서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었지만 기억상실증환자는 현재에 머물러 있었다.


지금까지 새로운 기억은 해마에서 저장되고, 경험은 대뇌 피질에서 보관될 것이라고 짐작됐다. 하샤비스 박사팀은 해마에 대한 기존의 추측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뇌 피질에 손상이 없는 실험 참가자들이 사고 전 자신의 과거를 정확히 말하지 못한 것. 이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전뇌 변연계에 있는 해마는 전뇌의 다른 부분인 대뇌 피질에 저장된 기억을 유지하며 상기시키는 일도 한다는 것이다. 과거나 현재, 미래의 구성을 위해선 해마가 필요했다.


한편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 연구소의 야단 두바이 박사는 “근대 과학 이전엔 기억력과 상상력을 같이 생각했는데 현재에 이르러 이런 추측이 입증되고 있다”며 “ 이번 결과도 회상과 상상 과정이 같은 신경회로를 공유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진희 인턴기자
slowbbies@gmail.com
저작권자 2007-01-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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