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키테라 장치’(Antikythera Mechanism)라고 불리는 이 기구는 약 100여 년 전 그리스 안티키테라섬 인근 해저 난파선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그 원형과 기능은 1세기가 넘도록 베일에 싸여 있었다.
영국과 그리스 공동 연구팀은 네이처 최신호에 기고한 연구논문에서 기원전 2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여겨지는 안티키테라 장치는 고대 그리스인의 천문 관측기구였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3차원 X선 단층 촬영기술 등을 동원해 안티키테라 장치를 정교하게 살펴보고 이를 컴퓨터로 완전히 복원했다. 복원 결과, 과학자들은 이 기계가 일식과 월식을 예상하는 데 쓰였을 것이며, 정교한 청동 기어는 정확한 태양력을 작성하는 데 이용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테살로니키의 아리스토텔레스 대학의 존 세라다키스 교수는 “이 기계는 아크로폴리스가 건축학에서 차지하는 만큼 기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안티키테라는 매우 독특한 장치”라고 말했다.
기술학 부문의 아크로폴리스
연구팀은 이 부속들이 두 개의 문을 가진 원형 형태의 목재 프레임 내에 놓였었다고 믿고 있다. 원래 모습은 높이 31.5㎝, 두께 10㎝ 정도의 나무 상자에 들어 있는 양면 시계 형태인 것. 나무 상자의 두 개의 문에는 기계를 사용하는 방법이 적혀 있었으며, 기구는 손으로 크랭크를 돌리는 방식으로 작동됐다.
안티키테라 장치의 원형 모습은 확실치 않지만, 이번 발표에 의하면 기원전 100-150년 전에 고안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안티키테라 머신은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기구보다 적어도 1000년 정도 앞서는,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한 장치라고 밝혔다.
비록 안티키테라 장치의 많은 부분(특히 앞부분)이 남아 있지 않지만, 복원된 부분만으로도 많은 연구자들에게 고대 그리스 천문학에 대한 귀중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영국 역사학자 데렉 졸라 프라이스 박사가 주장하는 내용이다.
바로 이 장치가 고대 천체의 정보를 보여주고 각종 천문 현상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데 쓰였을 것이라 점. 하늘에 대한 정보는 고대 사회에서 농업과 종교의 주요 행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했다. 이 밖에도 이 장치가 교육이나 항해에도 이용됐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월식 예측 가능한 구조
비록 많은 부분이 소실된 상태지만, 연구팀은 남아 있는 장치만으로도 이 기계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지 보여주기에 충분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달은 가끔씩 평상시보다 조금 빠르게 움직이도록 설계됐는데, 이는 타원 궤도로 인한 달의 움직임에 정확성을 기하려는 의도였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달의 타원 궤도를 정확히 묘사하기 위해 2개의 기어를 맞물리는 방식을 취했는데, 이로 인해 정확한 월식까지 예측 가능했을 것으로 연구팀은 주장했다. 연구팀의 마이크 에드먼드 교수(카디프대 천문학자)는 “이 장치를 한번 보면 그 정교함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라며 “이처럼 탁월한 기계 장치는 이후 1000년 간 만들어진 적이 없다”고 말한다.
수성과 금성 움직임까지
연구팀은 안티키테라 장치에 쓰인 문자도 해독했다. 이를 다이얼의 움직임과 연관 지어 해독하면 태양계 행성과 별자리의 순환까지 알 수 있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에드먼드 교수는 “설명서에는 ‘비너스(Venus)’라는 단어도 언급돼 있으며, '정지된(stationary)'이라는 단어도 나오는데, 이는 행성의 역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문구는 각각 금성과 수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몇몇 과학자는 금성과 수성뿐 아니라 다른 행성의 움직임도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람이 연구팀의 마이클 라이트 교수. 그는 72개의 기어를 이용해 안티키테라 머신을 재조합했는데, 그에 따르면 이 장치를 이용하면 그 당시 알려진 다섯 개의 행성의 움직임도 알 수 있다. 그는 “장치 앞쪽 면에는 방추형의 장치가 있는데, 이는 다이얼과 맞물려 화성과 목성, 토성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메커니즘”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안티키테라 장치의 정밀함과 정확성, 복잡성 등으로 볼 때 이 장치가 일회용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쓰기 위해 제작됐을 것이라 예상했다. 라이트 교수는 “이 장치를 고안한 사람이나 제작자는 그들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들은 이 점에서 한 치의 실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 김대공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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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6-1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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