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통신(IT) 파워가 미국,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은 엄청난 시장을 배경으로 첨단기술 확보, 저가 제조능력 등을 무기로 IT 분야 주도권을 미국, 유럽에서 서서히 빼앗아오고 있다.
`통신 올림픽'으로 불리는 `ITU(국제전기통신연합) 텔레콤월드 2006'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벗어나 35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개최를 결정하면서 홍콩을 개최지로 선정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아시아와 신흥 통신시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며 현지화를 추진한 노키아, 모토로라 외에는 대부분의 서구 IT기업은 생존경쟁에서 시장을 잃어가고 있다. 프랑스 최대 휴대폰업체인 사젬과 핀란드 베네폰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스웨덴 에릭슨은 일본 소니에 `접수'당했으며 알카텔 루슨트와 지멘스의 통신사업은 각각 중국 기업 TCL과 벤큐가 인수했다.
한마디로 아시아를 통하지 않고는 세계 IT시장을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페르난도 라그라나 ITU 텔레콤월드 사무국장은 "수많은 IT 기업들이 중국 및 아시아와 상업적 이해관계를 갖고 새로운 시장 개척을 원하기 때문에 이번에 개최지를 옮겼다"며 "따라서 올해 박람회는 아시아를 들여다보는 창(窓)"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IT 파워는 거대한 시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 기술력과 제조력에서 비롯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 브로드밴드 사용자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단적인 예다.
삼성, LG, SK, KT를 위시한 한국 기업은 무선통신 브로드밴드 기술과 가입자 측면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고 와이브로, DMB,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등 첨단분야의 기술개발을 이끌고 있다. 일본은 NTT 도코모라는 거대기업을 발판으로 데이터 서비스, 콘텐츠 사업 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2개의 3G 기술표준 가운데 IMT-2000은 한국에서 가장 처음 상용화가 이뤄졌고 또 다른 기준인 W-CDMA는 일본에서 처음 런칭하기도 했다.
홍콩도 IPTV(인터넷 TV) 분야에서 선두주자이고 인도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저렴한 제조단가와 막대한 통신사용자로 물량 측면에서 전 세계를 압도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5천860만명의 신규 휴대폰 가입자를 확보, 지난 1.4분기 현재 휴대폰 가입자를 4억명으로 늘렸다.
지난해 3억3천만대의 휴대폰을 생산, 이중 2억2천800만대를 수출한 중국은 올해생산량이 4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의 생산량의 40% 규모이다.
한국, 중국, 일본은 이런 시장을 배경으로 이제는 세계 통신기술 표준화 작업도 선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의 IMT2000, 일본의 W-CDMA에 이어 중국도 TD-SCDMA(시분할 동기방식)라는 독자기술을 개발, 상용화를 준비중이다.
로버트 쇼 ITU 부회장은 "한국, 중국, 일본은 차세대이동통신(B3G) 시스템 및 기술 공동개발에 합의하기도 했다"며 "성장 잠재력과 결합된 이런 성과는 사람들이 이번 박람회에서 아시아를 통해 미래를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에 한국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ITU 텔레콤 월드가 처음 홍콩에서 열리게 된 것은 IT 분야에서 아시아의 중요성 때문"이라며 "아시아에서도 한국이 통신장비 개발, 서비스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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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저작권자 2006-12-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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