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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김순강 객원기자
2020-01-16

‘바우처’로 과학문화 진입 장벽 낮췄다 전시, 체험, 공연 등 과학문화산업 지평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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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와 저출산 등의 문제가 우리나라 사회복지서비스에 다양한 변화들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기존에 공급자 중심이었던 사회복지서비스가 이제는 실제 이용자 위주로 전환되면서 바우처 제도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우처(Voucher)란 증서나 상품권, 할인권, 쿠폰 등을 뜻하는 것으로, 원래는 마케팅에서 특정 상품의 판매를 촉진하고,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되던 기법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특정 수혜자에게 직접 현금이나 서비스 물품을 제공하던 것 대신 교육이나 주택, 의료 등의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보조해주는 이용권 개념으로 사회보장제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노인 돌봄 서비스를 비롯해 노인 단기 가사 서비스, 치매 환자 가족 휴가 지원 서비스,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 산모신생아 건강 관련 지원 서비스, 가사 간병 방문 서비스, 과학문화 지원 서비스 등 여러 방면에서 바우처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국내의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 규모는 10개 부처 36개 사업으로 약 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복지부를 비롯해 교육부, 고용부, 문체부 등에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카드제로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스포츠나 문화, 산림 바우처 등의 수혜자 선정은 보건복지부가 맡고, 제공 기관에 대한 관리는 개별 부처가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바우처 사업이 운영 목적과 대상 범위, 지원 및 운영방식, 사용처 등에 따라 다양해지면서 실제 이용자들에게는 평소 경제적 부담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교육이나 문화적 부분에서의 수용성도 높이고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적 수준도 한 단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어릴 때 문화예술에 많이 노출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문화예술 활동을 지속하게 된다.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화바우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어릴 때 문화예술에 많이 노출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문화예술 활동을 지속하게 된다.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화바우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어린 시절 문화예술에 많이 노출될수록 그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져서 성인이 되어서도 문화예술 활동을 지속하게 된다. 때문에 바우처 사업을 통해 문화예술을 다양하게 접하게 되면 문화예술에 대한 흥미를 높여 지속적으로 그것을 향유하게 함으로써 잠재적 미래 관객을 개발하는 효과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공급자 중심에서 일괄적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문화 활동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문화바우처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이탈리아의 ‘문화보너스’ 사업이다. 인종과 종교에 상관없이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EU 시민권을 갖고 있는 만 18세의 청소년에게 연간 500유로(한화 약 64만원) 상당의 문화보너스를 지급한다.

이것이 이탈리아 청소년들의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는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국가가 청년들에게 문화의 중요성을 알림과 동시에 청년 실업률이 높은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개선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화패스(Le Pass Culture) 시범사업을 통해 18세 청년에게 500유로의 문화지원금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포인트로 지급했다. 이것으로는 콘서트, 극장, 영화관뿐만 아니라 도서와 음반, DVD 구입은 물론 문화예술교육에도 사용이 가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사례로 ‘문화누리카드’ 사업이 있다. 이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의 국민들이 문화예술과 여행, 체육 분야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계층 간의 문화적 격차 해소를 위해 마련됐다.

이뿐만 아니라 과학문화에 특화된 바우처 사업도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도입한 ‘과학문화 바우처 사업’이 바로 그것. 이는 과학문화 소외계층의 과학문화 접근성 강화는 물론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기술 패러다임에 대응하는 지역의 과학문화 확산과 계층 간 과학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제도적 기반 조성을 위한 것이다.

'www.과학문화바우처.kr' 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우처 이용처
'www.과학문화바우처.kr' 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우처 이용처 ⓒ 한국과학창의재단

또한 이를 통해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은 물론 과학문화 공급 주체 육성을 통한 자생적 과학문화 산업 생태계 조성도 꾀하고 있다. 즉 과학문화바우처로 과학과 관련된 전시·체험·공연·도서 등 과학문화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를 촉진, 지원하여 과학기술문화 분야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19년 1, 2차로 추진된 과학문화바우처 사업은 과학도서와 과학 공연, 과학 전시·체험 등 다양한 과학문화 상품과 서비스로 교환할 수 있는 이용권을 지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과학문화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경제적 소외계층과 사회적 소외계층, 지리적 소외계층, 특수 소외계층 등 과학문화 소외계층에게 총 2만 2776매가 지원됐다.

‘과학문화바우처 사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수한 상품 공급자 발굴이다. 이를 위해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1, 2차에 걸쳐 과학문화상품 공모를 진행했고, 부산과 대구, 광주 등 3개 국립과학관의 전시·체험과 우수과학도서 96권, 기타 전시·체험 14개, 공연 3개가 선정됐다.

이 중에서 도서 이용률이 78.5%로 가장 높았고, 전시·체험 중에서는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진행한 과학전시와 교육체험 상품이 인기가 많았으며 쥐라기 월드 특별전, 여주 곤충 표본 만들기, 예천 스페이스 투어, 전남 보성 비봉 공룡공원 순으로 나타났다.

공연으로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 영감을 주인공으로 한 과학마술 체험극 ‘스크루지의 세 가지 선물’을 가장 많은 바우처 이용자가 관람했고, 다음은 뇌과학을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실험쇼 ‘브레인 컨트롤’이었다.

2019 과학문화 바우처 상품권 ⓒ 한국과학창의재단
2019 과학문화 바우처 상품권 ⓒ 한국과학창의재단

‘브레인 컨트롤’의 제작사 쇼디자인ENT 차승우 대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학을 공연으로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런 과학공연을 돈까지 내면서 관람한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게다가 학생들이 과학 공연을 선택해서 보기에는 금전적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 과학문화 바우처가 있으면 이번 기회에 과학 공연이라는 것을 한번 경험해 볼까라는 생각으로 관람을 오게 되는 것 같다”며 “바우처로 인해 신규로 유입된 관객이 늘었다는 점에서 과학문화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된 거 같다”고 말했다.

바우처를 이용해 ‘브레인 컨트롤’을 단체 관람 온 아동양육시설 혜심원의 인솔교사는 “뇌과학이라는 어려운 내용을 연극처럼, 마술처럼 아주 쉽고 재미있게 풀어줘서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유익하면서도 재미있는 시간이 됐다”며 “과학문화바우처가 없었다면 이런 과학 공연을 접할 기회가 없었을 텐데, 바우처가 과학문화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과학문화바우처 사업’이 과학문화 참여 기회를 확대하여 과학문화 격차를 줄이고 과학문화 확산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과학문화와 관련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통로를 개척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과학문화 상품과 서비스의 양적인 확대는 물론 과학문화에 대한 개념을 확장함으로써 과학문화산업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순강 객원기자
pureriver@hanmail.net
저작권자 2020-0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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