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프랑스 대학 책임자들은 이제 자신들이 과학 연구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본인임을 거리낌없이 자처하고 나섰다. 프랑스 대학 총장회의(CPU)의 부회장인 야닉 발레 역시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 연구 기관은 바로 대학들”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대학의 연구교수의 수가 공공 연구기관의 연구원 수보다 훨씬 많으며 프랑스 과학연구의 80%는 대학 캠퍼스 내에서 이뤄지고 있고, 과학 관련 출판 역시 절반 이상이 대학의 울타리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발레 부회장은 "프랑스 과학 연구의 직절ㆍ양적 발전은 대학과 함께 할 때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발레 부회장은 "이를 위해 대학들이 각자의 연구 예산을 가지고 자신들의 과학연구정책을 독립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며 이것이 없이는 진정한 혁신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국 82개의 대학들은 과학 연구에 있어 사실 자신들은 정부의 지원 하에서 움직이는 조연에 불과한 존재로 간주되고 있어 고충을 겪고 있다. 대학들의 연구 활동에 필요한 여유 재정은 전적으로 연구 실적 보너스에 달려있는 형편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 예산에서 대학들에게 해당되는 재정은 대학 순위에 따라 재분배할 수 있는 15%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나머지는 전부 정부 당국에 의해 평가에 따라 연구소에 분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이 과학연구의 융합장소가 되는 이런 프랑스식 시스템은 나름대로 역사적 이유를 가지고 있다. 기초 과학 연구 분야의 국립과학연구소(CNRS), 그리고 특수 분야연구를 위한 각각의 공공 연구 기관들이 만들어진 것은 프랑스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수준 높은 과학 정책들을 이끌어나갈 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아마도 파리, 리옹, 엑스 마르세이유, 그르노블, 툴루즈, 몽플리에, 릴, 보르도, 스트라스부르 등 일부 주요 대학들의 경우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학자들을 포함해 과학 연구 분야의 많은 책임자들은 현재 지역의 대중고등교육 발전에 참여해 온 대학들이 대규모 공공 연구 기관들의 뒤를 이을만한 여건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 총장들이 국립과학 연구소(CNRS)를 비롯한 공공 연구 기관들에 대항해 투쟁하는 것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과학연구의 선도자로서의 대학의 위상을 재정비하기 위해 2004년 5월에 채택한 법안을 마련할 때 총장회의(CPU)는 오는 2010년까지 모든 연구소들이 대학의 책임 하에 놓이게 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정한바 있다.
하지만 이후 대부분의 다른 연구 집단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CPU는 뒤로 한 발짝 물러날 수밖에 없없다. 지난 2004년 그르노블에 모였던 과학 연구 삼부회는 대학들이 장기적으로는 프랑스식 연구 시스템에 있어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할 것임을 단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바로 대학 기능의 심도 있는 개혁이 있은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부회는 또한 대학의 연구 교수들이 연구 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강의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과학 연구 분야 개혁 준비과정에서 결국 타협점을 찾아 CPU와 삼부회 후속 위원회는 연구원 대표들에 의해 인정이 되었고 이제는 법적체계를 갖추기만 하면 되는 공동입장을 마련하는데까지 이르게 됐다.
대학 과학 연구 활동에 관해 당국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과학 연구의 재정을 대학이 자체적으로 운영, 관리하는 것이 이르러야 할 목표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물론 연구의 질에 대한 요구조건이 뒤따를 것이다”
<르몽드> 2005년 5월 11일자 피에르 르 이르 기자
- 번역정리 = 임한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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