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R&D 예산은 20.5조 원으로, 올해 처음 국가 R&D 2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이어 내년도 정부 R&D 예산안은 전년도 대비 17.3% 증가한 24.1조 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R&D 예산을 확대하여 돌파구를 찾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R&D 예산은 매년 10% 이상 증가해 2023년이면 3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가 R&D 혁신 위한 특별법 제정 시급
이처럼 R&D 예산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국민들이 과학기술계에 거는 기대가 한층 더 높아졌다. 지금껏 R&D 투자 규모에 비해 성과가 미비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과학기술계가 이를 떨쳐내기 위해서는 ‘국가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지난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으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국가연구개발혁신을 위한 특별법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환영사를 통해 “대폭 확대되는 정부의 R&D 투자가 우리 경제와 국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R&D 프로세스와 제도 혁신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R&D 혁신의 핵심적 원칙과 내용이 법제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웅래 위원장은 “연구자들이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국가 R&D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입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각 부처별 국가연구개발사업이 확대되고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대응하기 위해 범부처 공통규범을 제정함으로써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연구개발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이철희 의원이 발의한 ‘국가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특별 법안’은 현재 국회 과방위에 계류 중이다.
R&D 성과 높이려면 법체계 혁신 필수적
법안 발의 후 과기정통부는 총 22차례의 지역별, 주요 단체별 현장 간담회를 갖고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이번 대토론회에서도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특별법의 입법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발표하면서 “국민들이 국가 R&D에 거는 높은 기대에 부응하는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도전과 혁신이 어려웠던 까닭을 ‘관리와 통제’ 중심의 R&D 프로세스와 연구자에게 책임과 부담이 집중되는 ‘공급자’ 중심의 생태계, 10년 이상 구호로 그친 ‘선도형‧연구자 중심 R&D 시스템 전환’ 등으로 꼽으며 이러한 문제의 대부분이 낡고 복잡한 R&D 관리법체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 본부장은 “도전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R&D 법체계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특히 행정 부담 경감과 부처별 칸막이 제거, 연구 윤리 확보 등 연구자 중심 R&D 혁신 등 핵심 원칙을 법률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특별법 제정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했다.
특별법, 연구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연구 자율성 및 책임 강화’와 ‘국가연구개발 시스템 혁신’으로 나눌 수 있다.
이승복 서울대 교수는 ‘연구 자율성 및 책임 강화’와 관련된 법안 내용을 △과제 공모 및 선정 프로세스 개선 △R&D 관리 및 평가 혁신 △불필요한 행정 규제 혁파 △연구 지원 강화로 연구자 행정부담 완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연구 책임성 강화 △연구자의 권익을 법률로 보호 등으로 소개했다.
이 교수는 “현재 예측 불가능한 과제 공모로 부실한 준비와 불공정한 시비가 반복되고 있으며 Top-down 연구과제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평가 위원의 과중한 평가 부담으로 충실한 연구계획서 평가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특별법에서는 신규과제 추진 사항을 사전에 예고하며 정기적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수요를 조사하여 그 결과를 R&D 사업 추진에 반영하고 참여자격 등을 전문기관이 사전 검토함으로써 평가 위원은 연구계획서 평가에 집중하도록 명시했다.
또 1년 단위로 과제 협약과 정산, 평가가 진행되던 것을 과제 특성에 따라 단계 기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고, 공정성에 치우친 평가단 구성으로 전문성이 결여됐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평가단 구성 시 전문성 우선 확보를 특별법에 담았다.
뿐만 아니라 논문 부정에 연구비 부정과 성과 탈취 등도 포함되도록 R&D 사업의 부정행위 범위를 정립하고, 부정행위 시 참여 제한을 최대 10년으로, 제재 부담금을 최대 5배로 늘리는 등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연구 책임성도 강화했다.
지속가능한 국가 R&D 시스템 혁신
특별법의 국가연구개발 시스템 혁신 부분에 대해서는 변순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본부장이 소개했다. 그는 “현재 사업과 과제마다 다른 규정이 적용되어 연구자의 권한과 책임이 다르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정부 R&D 사업에 같은 법이 적용되어 모두가 같은 권리와 책임을 담보하도록 특별법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연구개발 정보의 정의 및 처리 규정 신설, 범부처 공동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편리하고 투명한 연구행정 시스템이 되도록 했고, 전문기관연구행정 서비스 평가와 후속 조치를 통해 책임성을 강화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도록 했으며 법령 및 행정제도 해석체계 구축, 운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국가연구개발 시스템을 혁신하도록 했다.
이날 패널토론에 참여한 김연수 충남대 교수는 “특별법 제정은 R&D 혁신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며 “R&D 생태계 내부 구성원 모두의 자정 노력이 없다면 혁신은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구기관에 임무와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책임성을 강화한 것은 대단히 혁신적”이라고 평가하면서 “기초원천 분야에 대한 중복 연구 허용이나 실험실 안전 문제 등은 아직 미흡하다”며 입법 과정에서 추가, 보완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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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9-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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