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알려진 표준형 과학기술정책으로 우리나라는 그동안 앞서 있는 것을 모방해 빠르게 따라가는 추격형 성장을 이뤄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성장 동력을 잃었고, 그것으로는 First Mover가 될 수 없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전통과 현실이 반영된 우리만의 과학기술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에 미래가 있다.”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정책,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지난 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가 과학기술 혁신 촉진을 위한 춘계 연합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덕환 서강대 교수의 말이다.
미래 위한 과학기술정책, 이대로 좋은가?
그는 “우리나라 국가 R&D 예산이 20조 원을 넘어섰지만 그만큼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이유가 과학기술계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기술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그동안 가짜 학술대회나 학술지 문제와 논문 표절, 연구비 유용 등 연구사회가 윤리적으로 많은 지탄을 받아왔고, 과학기술계는 전문성을 앞세운 이익집단으로 매도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덕환 교수는 “윤리적으로 인정받는 과학기술계,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과학기술계가 될 수 있는 과학기술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 정부 정책에는 과학기술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 과학기술과 과학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투자하면 어떤 기술이든 개발할 수 있다는 식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이해 역시 부족하다”며 “국가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과학기술정책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과학기술계 특성에 맞는 정책을 펼쳐 줄 것”을 주문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정책의 혁신이 무엇보다 시급하기 때문에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를 비롯한 5개 기관이 연합해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관련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 명예이사장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제는 정부 주도로 기획하고, 단기적 성과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 중심으로 과제를 기획, 선정, 평가, 보상함으로써 현장에서 연구자의 창의성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는 연구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자율성‧독립성 인정하는 연구환경 만들어야
남승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회장은 “과학기술 분야가 소수의 지식인들 위주의 지적 호기심과 탐구를 통한 지적 유희에서 벗어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명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 회장은 연구행정의 선진화를 제안했다. 그는 “연구비의 부적합한 집행을 방지하고 연구행정의 전문화을 높이기 위해 연구인력과 지원인력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원인력이 연구윤리 심사‧교육, 법률 위한 여부 검토, 실험실 안전업무, 연구실의 엔지니어와 테크니션, 회계와 기획, 가치평가 등 다양하고 중요한 행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선진국처럼 연구 지원인력 비중을 30~40%로 확대하여 연구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장문희 대덕클럽 회장은 연구 성과 평가에서 아직도 20세기 기준인 ‘논문과 특허’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초연구부터 응용연구, 산업기술연구까지 모두 적용되는 기준이 논문과 특허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원천기술의 논문보다는 실적용 논문을, 산업적으로 실용화될 수 있는 특허 보다는 기술보호 목적의 방어특허가 주를 이루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성공의 기록은 있는데 실패의 기록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연구 성공률 100%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성공으로 포장해야 하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규제와 간섭이라는 환경 때문”이라며 “실패의 기록이 없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고 새로운 혁신의 길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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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4-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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