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군 해발 1010m 광덕산 정상. ‘조경철 천문대’가 자리 잡은 이곳은 평소에는 고즈넉하지만, 천체 관측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드는 날에는 별을 보려는 사람들의 기쁨과 설렘으로 일대가 떠들썩해진다.
“어렸을 땐 하늘의 별을 많이 바라보잖아요. 별똥별이나 달에 대고 소원을 기원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점점 어른이 되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드물어져요. 일이나 학업에 치여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여유가 사라지니까요.”
광덕산 조경철 천문대에서 ‘조경철 천문대 x 갈다’ 천체 관측 프로그램을 이끄는 과학 책방 ‘갈다’의 박준희 매니저는 어린 시절 별을 보던 감수성을 다시 되살리고 싶은 어른들을 위해 ‘별을 보면서 과학을 논할 수 있는 특별한 밤’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천문학자와 함께 별을 바라보며 과학을 논하는 밤
지난해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조경철 천문대와 과학 책방 ‘갈다’가 함께 기획한 천체 관측 체험 프로그램 ‘조경철천문대 x 갈다’를 ‘2018 우수과학문화상품’으로 선정했다.
이명현 갈다 대표는 스승이자 벗이었던 조경철 박사의 업적을 기리고, 삶에 지친 어른들에게 별을 보는 여유를 찾게 해주기 위해 조경철 천문대와 함께 하룻밤 천문대에서 별을 관측하는 과학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과학 책방 ‘갈다’는 전파 천문학자이자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사하는 일을 하는 세티(SETI) 연구소 한국 책임자인 이명현 박사가 과학 관련 종사자들과 의기투합해 지난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문을 연 과학 전문서점.
이명현 박사는 평소 과학과 인문학이 융합하는 지적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했던 생각을 살려 과학 전문서점 ‘갈다’를 열었다. 장대익 서울대 교수,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김상욱 경희대 교수 등 친한 학자들도 뜻을 함께 했다.
‘갈다(https://galdar.kr/)에는 이명현 박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다. 관심 있는 주제들을 골라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관련 분야의 과학커뮤니케이터, 천문학자, 교수, 지식 큐레이터, 뇌 과학자들이 함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토론을 벌일 수 있다.
이들은 모여서 함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스티븐 호킹 박사의 ‘시간의 역사’를 탐독하기도 하고 미세먼지나 전파 천문학에 대해 논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다윈의 진화론 읽기’, ‘기계 비평’, ‘똑똑한 식물과 미생물’, ‘과학과 영화, 크로스 사이언스’ 등 흥미진진한 과학과 인문학의 향연이 매주 색다르게 펼쳐진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직접 눈으로 만나는 시간
‘갈다’의 수많은 프로그램 중 지난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기획은 바로 강원도 화천 조경철 천문대에서 별을 보며 별자리 이야기를 듣는 ‘조경철 천문대 x 갈다’ 천체 관측 프로그램이었다.
‘조경철천문대 x 갈다’는 성인을 대상으로 여름과 가을에 운영되는 과학여행 상품으로, 프로그램을 신청한 사람들은 천문대장의 천체관측 강연을 듣고 직접 천체를 관측한다.
강원도 화천군 광덕산 정상 지역은 산세가 웅장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은하수 촬영이 가능한 무공해 청정구역으로 유명하다.
이 곳 정상에 자리 잡은 조경철 천문대는 천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일생을 바쳐온 ‘아폴로 박사’ 조경철 박사의 업적을 기리고자 지난 2014년 화천군의 주도로 건립됐다.
이명현 박사는 평소 어린 시절부터 천문학자 조경철 박사가 ‘롤 모델(role model)’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조경철 박사의 업적을 기리며 천문학을 논하기에 조경철 천문대는 최적의 장소였던 셈이다.
모두가 잠든 깜깜한 어둠이 산 정상에도 찾아오면 반짝이는 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책으로 읽었던 내용을 눈으로 직접만나는 시간은 짧지만 강렬하다.
사람들은 천문대에서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서로 감정을 교류하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감성을 끄집어낸다.
과학 책방 ‘갈다’의 박준희 매니저는 “프로그램을 신청한 사람들은 천문학의 대중화를 꿈꾸던 조경철 박사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천문대에서 보내는 하룻밤을 매우 특별하게 느끼는 것 같다”면서 “특히 광덕산 정상이 은하수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해 어른이 되면서 잊고 지냈던 별과 과학에 대한 흥미를 끌어내기에 더욱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갈다’는 앞으로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해 보다 확장된 영역에서 사람들이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과학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박 매니저는 “천문대에서 천문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지질학자와 함께하는 탐사 등 과학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쉽고 재미있는 과학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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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4-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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