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은 수많은 암들 중에서 폐암과 간암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하는 비교적 흔한 암에 속한다. 그런만큼 연간 7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병이기도 하다.
위암은 보통 30세 이전에는 거의 발병하지 않다가 연령대가 올라 갈수록 발병률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로 40대부터 시작되어 70대 쯤에 절정을 이루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40대 전후로 발병하는 위암을 ‘조기발병위암(early-onset gastric cancer)’이라 한다.
조기발병위암 환자는 우리나라 전체 위암 환자의 약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조기발병위암 환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 최근 들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그 원인이 규명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유전단백체(proteogenomics)를 연구하고 있는 고려대 유전단백체연구센터 소속 연구진이 조기발병위암의 발생 유형을 구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암의 발생 유형별 차이점을 고려한 치료 방법이 조만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환경적 요인보다 유전적 요인이 더 큰 조기발병위암
조기발병위암은 환경적 요인보다 유전적인 요인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지며,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 더 많이 발병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기는 조기발병위암은 여러 암들 중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여겨지고 있다. 진단이 늦은 반면에 진행은 빠르며, 특히 전이(轉移)가 잘되는 ‘미만형(diffuse type)’ 암이어서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단이 다른 암들에 비해 늦은 이유에 대해 유전단백체연구센터 관계자는 “암조직이 덩어리 형태가 아니라 위 점막 아래로 넓게 퍼져 있어서 암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징후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이런 위암 형태는 내시경으로 진단이 어려워서 의료계는 사망률이 높은 위암으로 분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기발병위암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5년간 80명의 조기발병위암 환자로부터 암조직과 주변 정상조직을 확보했다. 이어서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 기반의 유전체 분석과 질량분석기반 단백체 분석을 동시에 실시하는 테스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7000여개의 체세포 변이들 중에서 조기발병위암의 발병과 상관관계가 있는 변이 유전자들인 CDH1과 ARID1A, 그리고 RHOA 등을 찾는데 성공했다. 위암은 주로 변이 유전자와 인산화 정도간의 상관관계에 따라 발병하게 되는데, 연구진은 이 유전자들이 조기발병위암 발병과 관련된 중요한 신호전달경로에 관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이들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조직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같은 위암환자라도 치료반응이 다르고 그런 반응들은 대략 네 가지의 유형으로 구분된다는 점도 밝혀냈다.
위암 유형이 다르다는 것은 각각 다른 세포 신호전달경로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보다 정밀하게 위암의 원인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해석이다.
유전단백체연구센터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에서 여성을 중심으로 발병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조기발병위암에 대해 보다 정밀한 유형 분류와 특이 유전단백체 특성을 도출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밝히며 향후 위암환자의 정밀한 진단 및 개선된 치료방법 개발이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대했다.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국책사업 일환으로 추진
조기발병위암의 원인을 규명하는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포스트게놈다부처유전체’ 사업의 일환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연구결과를 암 연구분야의 최정상급 학술지라 할 수 있는 ‘캔서 셀(Cancer Cell)’에 게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라고 밝히며 “이로써 암유전단백체연구와 독자개발 기술력의 세계적 우수성을 인정받게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고려대 화학과의 이상원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조기발병위암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를 시작한 배경이 긍금하다
국내 의료계에서는 그동안 국내외 연구가 전무한 조기발병위암의 진단 및 치료의 지표를 찾는 일이 시급했다. 이를 위해 위암 발병원인을 분자적 수준에서 해석하고자 임상의사와 유전체 연구자, 그리고 단백체 연구자 및 인포메틱스 연구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관련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 기존의 위암관련 연구들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연구의 성과에 대해 소개해 달라
기존의 위암 연구는 유전체 중심의 연구였다. 반면에 이번 연구는 유전체와 단백체 분석을 같이 진행하여, 더 신뢰성 있는 종양유전자 발굴과 더 정밀한 위암 유형분류가 가능해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위암 수술조직에 대한 유전체와 단백체분석을 모두 수행한 본격적인 유전단백체연구라는 점도 이번 연구의 성과라 할 수 있다.
- 향후 연구계획 및 기대효과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 달라
이번 연구를 통해 같은 조기발병위암 환자라도 유형에 따라 다른 접근의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향후에는 위암 조직에 대한 유전단백체분석을 통해 환자의 위암 유형을 밝힐 수 있고, 이에 따라 개선된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암유전단백체 국제협력연구 및 정밀의료연구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9-01-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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