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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 객원기자
2018-12-05

의료용 대마, 내년부터 수입한다 국내 제조는 사회적 합의 후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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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부터 의료용 대마(大麻) 수입이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질병 치료 목적에 한해 대마 성분 의약품 수입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는 관련 의약품 수입이 가능하다’고 최근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질병 치료 목적에 한해 ‘대마 성분 의약품’ 수입을 허용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질병 치료 목적에 한해 ‘대마 성분 의약품’ 수입을 허용했다 ⓒ 연합뉴스

법률 개정이 시행되면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허가되어 시판 중인 대마 성분 의약품을 자가 치료용으로 수입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의약품 중에서 수요가 많은 뇌전증 치료제 등이 신속하게 공급되어 환자 치료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뇌전증’이란 만성적인 신경질환으로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과도한 흥분상태를 나타내면서 뇌기능의 마비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간질’이라는 병명으로 많이 불렸지만, 질환의 인식 개선을 위해 2009년부터 뇌전증이라는 용어로 대체하여 사용되고 있다.

대마에서 희귀 질환에 효과가 있는 성분 추출

‘대마’라는 말만 들으면, 담배처럼 피우는 대마를 떠올리기 쉽다. 국내에서는 ‘대마는 바로 마약’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용한 대마는 해외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받은 ‘대마 추출물 의약품’의 일부다.

대마라는 식물, 즉 대마초(大麻草)에는 460여 종 이상의 천연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에는 환각을 일으키도록 하는 향정신성 성분도 있고, 희귀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성분들도 함유되어 있다.

희귀 질환에 효과가 있는 대표적 성분으로는 카나비디올(Cannabidiol)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이 성분을 농축해서 만든 뇌전증 치료제인 에피디올렉스(Epidiolex)가 지난 6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주목을 끌고 있다.

뇌전증 외에 WHO가 인정한 의료용 대마효과 ⓒ WHO
뇌전증 외에 WHO가 인정한 의료용 대마효과 ⓒ WHO

당시 성분 검사 실험에 참여했던 미국의 뇌전증센터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에피디올렉스를 복용한 이들이 발작횟수가 크게 감소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뇌전증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10mg의 에피디올렉스를 복용했던 실험자들은 발작이 37%가 줄어들었고, 20mg을 복용한 실험자들은 42%나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뇌전증센터의 관계자는 “카나비디올이 함유된 약물이 어떤 기전으로 이처럼 뛰어난 결과를 보여주는지는 아직도 밝혀내지 못했다”라고 언급하며 “아마도 뇌 화학물질을 변화시키는 수용체에서 카나비디올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중독성 여부다. 카나비디올 자체는 중독성이 거의 없는 성분이지만, 함부로 사용할 경우 오남용에 따른 폐해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제조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가능

한편 금기시 되어 왔던 대마를 의료용으로 수입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뇌전증을 앓고 있는 자식을 가진 부모들의 노력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 사례로 한 의사 부부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부부의 일곱 살짜리 아들은 뇌전증의 하나인 ‘가스토레녹스증후군’을 앓고 있다. 하루에도 10여 차례씩 발작을 일으키는데, 이때마다 독성이 강한 항경련제를 먹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 부부는 해외 신경학 논문과 미국뇌전증학회 자료를 뒤지다가 대마초 추출 성분인 카나비디올이 뇌전증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을 발견했다. 미국 홈쇼핑 사이트에서 공개적으로 팔고 있는 제품이라 수입이 가능한 제품이라 생각하고 구입후 아들에게 먹여 보았다.

그러자 눈에 생기가 돌고, 병원에서 실시한 뇌파검사 결과에서도 증상이 많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과정이 불법이라는 점이었다. 세관 통과 과정에서 적발된 대마 성분 의약품은 이 부부를 ‘마약 사범’으로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이에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부모들은 단체를 조직했고, 대마 성분 의약품의 무해성을 알리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법안 통과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해외 대마성분 의약품 허가품목 현황 ⓒ 식품의약안전처
해외 대마성분 의약품 허가품목 현황 ⓒ 식품의약안전처

다음은 식품의약안전처 의약품안전국 마약정책과의 현미영 주무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통과된 법안을 보면 대마 성분 의약품은 수입만 되고 국내제조에 대해서는 언급이 되어있지 않다. 국내 제조를 통한 공급은 언제쯤 가능할 지 궁금하다

수입 의약품을 승인한 이유는 하루라도 빠르게 환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국내 제조를 통해 공급하기 위해서는 여러 인허가를 거쳐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대마 성분 의약품이 전면적으로 허용되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향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 수입이 가능해졌어도 절차는 조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입절차에 대해 설명해 달라

대마 성분 의약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환자가 의사 진료 소견서를 받아, 식약처에 수입 및 사용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신청시에는 ▲환자 취급승인 신청서 ▲진단서(의약품명, 1회 투약량, 1일 투약횟수, 총 투약일수, 용법 등이 명시된 것) ▲진료기록 ▲국내 대체치료수단이 없다고 판단한 의학적 소견서 등을 첨부해야 한다.

심사를 통해 식약처가 환자에게 승인서를 발급하면 환자는 해당 승인서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제출한다. 이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해외에서 허가된 대마 성분 의약품을 수입하여 환자에게 공급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8-12-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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