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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김준래 객원기자
2018-10-11

가을 나들이 조심, 땅벌 주의보 발령 검은색에 강한 공격 성향… 벌집에서 20m 거리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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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조상묘에서 벌초를 하던 60대 벌초객이 땅벌에 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벌초객은 혼자 벌초를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벌초객이 과민성쇼크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발견자와 가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벌초를 비롯한 가을 야외 활동 시 땅벌에 대한 주의보가 발령됐다 ⓒ 연합뉴스
벌초를 비롯한 가을 야외 활동 시 땅벌에 대한 주의보가 발령됐다 ⓒ 연합뉴스

땅벌과 관련한 사고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올해 소방청이 발간한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벌 관련사고 구조건수는 15만 4436건으로서, 전체 구조건수 중 1위인 23.6%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국립공원연구원이 땅벌의 공격성을 조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땅벌은 검은색에 공격적이고, 사람의 다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공격대상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은색에 특히 공격성이 증가하는 성향 보여

땅벌은 말벌의 일종이다. 몸길이는 10~14mm 정도로서 일반적인 말벌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에 속한다. 얼굴은 황색이고 중앙에 검은 띠무늬가 있어서 일반 벌들과도 외관상 차이가 난다.

일반 벌들의 집이 지상에 노출되어 있는 반면에, 땅벌의 집은 땅속 깊이 묻혀 있다. 따라서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곤충학자들이 파낸 땅벌 집을 보면 둥근 항아리 형태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독특한 생존양식을 갖고 있는 땅벌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공원연구원은 최근 국내에 분포되어 있는 땅벌들을 대상으로 공격성향과 관련한 실험을 진행했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땅벌은 벌목 말벌과에 속한 곤충으로, 땅벌과 참땅벌 등 6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땅 속에 묻혀있는 땅벌집의 모양 ⓒ 국립공원연구원
땅 속에 묻혀있는 땅벌집의 모양 ⓒ 국립공원연구원

이번 실험의 주 조사대상은 ‘참땅벌종’이다. 국립공원연구원은 실험을 통해 땅벌들이 주로 공격하는 색상과 거리, 그리고 공격하는 부위 등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우선 벌집 주변에 검은색과 노란색, 그리고 초록색 및 흰색 등의 털뭉치를 배치했다. 이어서 벌집에 진동 등의 자극을 주어 공격성향을 관찰했다.

그 결과 땅벌은 털뭉치의 작은 틈새까지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말벌 못지않은 공격성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장수말벌처럼 검은색과 짙은 갈색에 강한 공격성향을 보였고, 흰색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국립공원연구원의 관계자는 “흰색 등 밝은색 계열의 옷과 등산화, 그리고 각반 등을 착용하여 땅벌이 살 속으로 파고드는 틈새를 최소화 하는 것이 땅벌 공격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공격당했을 때 벌집에서 20m 이상 벗어나야 안전

땅벌들이 주로 공격하는 거리에 대해서도 예상 밖의 결과들이 도출됐다.

이들이 공격하는 경우는 대부분 땅벌집 주변으로 사람이 오갈 때 발생하는 진동이 느껴졌을 때이다. 실험 결과, 수십 마리가 벌집 밖으로 나와 사람의 다리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3~4마리의 참땅벌들은 벌집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도 집요하게 공격하는 성향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의 말벌들은 벌집에서 20m 이상 벗어났을 경우 집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성향이다.

국립공원연구원의 관계자는 “이 같은 땅벌들의 반응을 고려할 때, 밤이나 도토리를 줍기 위해 탐방로를 벗어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라고 지적하며 “또한 낙엽으로 덮여있는 숲 속에서 머리를 숙이거나 막대기로 땅속의 벌집을 건드리는 것도 위험한 행동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반적으로 땅벌집 입구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서 벗어난 조용한 곳에 자리잡고 있고, 깊이도 약 10~20cm 정도의 땅속에 있으므로 숲 속 깊이 들어가는 경우만 제외하면 공격당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색깔있는 털뭉치로 땅벌의 공격 성향을 조사한 실험 ⓒ 국립공원연구원
색깔있는 털뭉치로 땅벌의 공격 성향을 조사한 실험 ⓒ 국립공원연구원

다음은 이번 현장실험의 실무를 담당한 국립공원연구원 조사연구부의 정종철 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땅벌의 공격성 실험을 진행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최근 말벌이나 땅벌의 벌쏘임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사고예방법에 대해 잘못된 정보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어 오히려 피해를 주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올바른 대응방법을 알려주고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진행하게 되었다.

- 가을이 되면 땅벌을 포함한 말벌류의 활동이 증가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가을은 말벌류의 벌집이 가장 크면서 개체수도 가장 많아지는 시기다. 먹이활동 역시 빈번해지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땅벌은 2000~4000마리 이상의 개체군이 하나의 벌집 안에 군집하기 때문에 활동도 증가하게 된다.

- 땅벌도 말벌처럼 검은색에 강한 공격성향을 보이는 이유가 궁금하다

다른 말벌들과 마찬가지로 땅벌이 검은색에 강한 공격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천적 동물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곰이나 오소리, 또는 담비 같은 천적동물의 색상이 모두 검은색 계열들이어서 땅벌이 강한 공격성을 보이는 것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8-10-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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