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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이성규 객원기자
2018-06-20

설탕세, 세계적 웰빙 트렌드로 부상 설탕이 우울증 앓을 확률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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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영국 공중보건국은 2015년에서 2017년도까지 청량음료의 설탕 함량이 100㎖ 기준 11% 감소했으며, 1인분 기준 청량음료 칼로리가 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영국 재무부는 최근 들어 청량음료 제조업체의 절반 이상이 설탕 함량을 줄인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코카콜라 사는 영국에서 판매하는 환타 및 스프라이트의 설탕 함량을 100㎖ 기준으로 6.9g, 6.6g에서 4.6g, 4.5g으로 각각 줄였다. 시장조사기관인 IRI에 의하면 영국의 저설탕 음료 판매는 7% 증가했다.

영국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까닭은 바로 설탕세의 도입 효과 덕분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4월 6일부터 청량음료에 대한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과세 기준은 음료 100㎖당 설탕첨가물이 5~8g이면 1ℓ당 0.18파운드(약 257원), 설탕첨가물이 8g 이상일 경우 1ℓ당 0.24파운드(약 344원)이다. 이로 인해 영국의 세수 규모는 연간 2억4천만 파운드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에서는 설탕세 도입 이후 청량음료 제조업체의 절반 이상이 설탕 함량을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음). ⓒ Public Domain
영국에서는 설탕세 도입 이후 청량음료 제조업체의 절반 이상이 설탕 함량을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음). ⓒ Public Domain

비만 및 당뇨 환자 등을 줄이기 위한 설탕세 도입 정책은 세계적인 웰빙 트렌드다. 영국 외에도 유럽에서는 핀란드를 비롯해 프랑스, 벨기에, 노르웨이, 포르투갈 등 10여 개국이 설탕세를 도입했다. 그밖에 멕시코, 칠레 등의 중남미와 피지 등 남태평양 국가, 그리고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까지 약 30개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설탕의 과다 섭취는 비만, 당뇨뿐만 아니라 구강 건강, 심혈관질환 등 여러 가지 건강 문제와 직결된다. 영국의 경우 어린이의 1/5이 초등학교 졸업 때 비만 상태이며, 성인의 63%가 과체중이거나 비만 상태다. 또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연구진의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설탕은 우울증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초콜릿 세금' 추가 부과 주장도 제기돼

약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식이요법과 정신건강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하루에 67g 이상의 설탕을 섭취하는 남성은 40g 이하를 섭취한 남성보다 5년 내에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23% 높았던 것. 이에 대해 연구진은 당분이 높은 식단이 뇌에서 특정 단백질을 감소시켜 불안증과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는 설탕세 도입 이후 청량음료에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사용해 설탕 함량을 낮춘 기업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신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공감미료 역시 설탕처럼 비만과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스콘신의대 등의 공동연구팀은 설탕 성분과 인공감미료를 각각 실험쥐에게 3주일간 먹인 결과, 둘 다 혈관벽을 손상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인공감미료의 경우 설탕과는 완전히 다른 생물학적 경로를 통해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영국의 일부 학계에서는 설탕세 외에 ‘초콜릿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옥스퍼드대학 등이 실행한 연구에 의하면 과자 및 케이크, 비스킷 등 달콤한 간식의 가격이 기존에 비해 10% 인상될 경우 이에 대한 소비가 약 7%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과자나 케이크, 비스킷 등에는 기존의 청량음료보다 설탕 함량이 약 2배 정도 더 많이 함유돼 있다. 즉, 달콤한 간식의 가격 인상은 청량음료에 대한 설탕세 부과보다 더 효과적으로 국민들의 설탕 소비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영국 언론은 사회 운동가들이 청량음료뿐만 아니라 과자류에도 세금을 20% 부과하는 이른바 ‘초콜릿 세금’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영국 공중보건국은 2020년까지 비스킷, 케이크, 푸딩, 아이스크림 등 9개 품목의 달콤한 음식류에 포함된 설탕 함량을 20% 감소하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설탕업계의 반격도 만만치 않아

하지만 이런 노력에 대한 설탕업계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일부 도시에서 설탕세를 신설했으나, 정작 대도시인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설탕세 도입이 시의회에서 부결됐다. 바로 관련 기업들의 로비 때문이다. 설탕 관련 식품업체들은 설탕세가 차별적인 제도이며, 당분과 비만의 관계도 입증이 안 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 인구를 줄이기 위해 2016년부터 각국에 설탕세 도입을 권고해왔다. 그런데 비전염성 질병 문제를 다루는 WHO 독립위원회는 지난 1일 회의를 끝으로 설탕세 도입 관련 논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설탕업계들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설탕업계는 예전부터 설탕에 관한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설탕이 건강에 미치는 해악성을 은폐해온 전력이 있다. 1960년대 후반 설탕연구재단의 자금 지원을 받은 연구팀이 쥐에게 사탕수수가 많은 사료를 먹인 결과, 심장발작이나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은 물론 설탕 소비와 방광암 관련 효소와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그러나 관련 연구 결과는 끝내 발표되지 않았다. 당시 연구 자금을 댄 설탕연구재단에서 연구 결과에 불만족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원들이 새롭게 찾아낸 당시 내부 문서에 의해 50년 만에 밝혀졌다.

지난 1일 독립위원회의 설탕세 도입 관련 논의 중단 발표에도 불구하고 WHO는 세계 각국에 대한 설탕세의 도입 권고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WHO가 이처럼 설탕세의 도입 추진을 권장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1930년대부터 설탕세를 도입한 덴마크는 2013년에 설탕세를 폐지했다. 세금을 부과해도 음료 소비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설탕세가 부과돼 관련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인상되자 덴마크 국민들이 주변 국가인 스웨덴이나 독일로 건너가 관련 식품을 구매했던 것이다. 탄산음료를 비롯해 설탕이 함유된 모든 음료수에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는 노르웨이에서도 최근 들어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8-06-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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