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가 20일 새 도서관 건물인 ‘학술문화관’ 5층에서 ‘2031비전선포식’을 열었다. 학술문화관은 도서관을 비롯해서 콘퍼런스 홀 등을 갖춘 새로운 시설이다. 비전선포식이 열린 학술문화관 5층엔 400석 규모의 콘퍼런스 홀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콘퍼런스 홀 이름은 ‘정근모 컨퍼런스 홀’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비전선포식에서 신성철 총장은 카이스트를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과 전략을 발표했다.
비전선포식이 11시로 예정되었지만, 정근모 전 과기처 장관은 10시부터 와서 컨퍼런스 홀 앞에서 감회를 되새겼다. 입구에는 ‘터만 보고서’를 비롯해서 오늘날 카이스트를 있게 한 중요한 역사적인 문서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에는 정근모 장관이 쓴 제안서, 논문, 역대 총장들이 작성한 발전계획서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근모 장관은 기자를 붙잡고 “터만 보고서는 진짜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는 부록이 있는데 안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비전선포식이 열린 학술문화관 5층 강당 이름을 ‘정근모 콘퍼런스 홀’로 지은 것은 정근모 박사가 카이스트의 기초를 놓은 일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근모 박사는 카이스트 설립의 기본이 된 이공계두뇌의 해외유출방지에 대한 논문을 쓰고, 그 논문이 바탕이 돼서 미국 정부가 움직여 대한민국에 이공계 대학원을 설립하는 계기가 됐다.
서남표 전 총장 퇴임 후 첫 방문
이날 비전선포식에서 또 눈에 띈 사람은 서남표 전 총장이다. 카이스트 13~14대 총장(2006~2013)을 지낸 서남표 박사는 퇴임한 이후 처음으로 카이스트를 찾아 신성철 총장의 따듯한 환영을 받았다.
비전선포식의 발표과정은 대학에서 실시된 행사로서는 매우 특이하게 도전적이고 혁신적이었다. 신성철 총장이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언하고 “창의(Creativity)·도전(Challenge)·배려(Caring) 등 C큐빅(C³)이 이 시대의 정신”이라며 “질적 성장을 통해 개교 60주년을 맞는 2031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이스트 동문창업 기업 수는 총 1456개로 3만2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함께 연간 13조6000여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정부가 카이스트에 지원한 출연금은 2조9000여억 원 수준이다. 신 총장은 “카이스트는 정부의 성공한 투자 프로젝트”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신 총장은 “논문 수 등 과거의 양적 성장보다는 미래 인류사회에 필요한 난제해결과 요소기술 변화중심의 연구에 중점을 두는 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의 재정립과 비전이 필요하다”고 새로운 비전제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광형 교수가 전체적인 비전선포식의 내용을 요약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비전을 실현할 젊은 교수들이 한 명씩 무대 위로 나와 비전내용을 설명했다. 차미영 교수를 비롯해서 홍순법 교수, 김소영 교수, 바쟁 교수 등은 무선 헤드마이크를 달고 아나운서처럼 3분씩 교육, 연구, 기술사업화, 국제화, 미래전략 등의 내용을 소개했다.
How보다 What 연구할 ‘미래전략연구소’ 설립
이들은 △ 학생들을 실험실이라는 동굴에 가두지는 않았는지 △ 남이 해 놓은 연구를 뒤쫓기만 하면서 논문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 한국안 개구리 노릇에 만족한 것은 아닌지 등을 반성했다. 새로운 연구개발의 방향으로 카이스트는 △ How를 쫓기 보다 What을 추구하는 연구를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카이스트는 이를 위해 ‘미래전략연구소’(Future Strategies Institute)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카이스트 해외 연구 센터를 설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외캠퍼스 설립 등의 국제화 방향을 제시했다.
카이스트가 제시한 ‘사회적 가치’와 ‘배려’ 정신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신상진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앞으로 점점 배려가 중요하다. 정치 현실을 보면 걱정을 많이 하는데, 오늘 비전선포식에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카이스트가 과학기술대학으로 우뚝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03년까지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이군현 의원은 “꿈은 고난과 함께 오는데, 총장 혼자 꿈꾸지 말고 모든 분들이 함께 꿈꾸면 현실이 된다, 카이스트가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견인차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카이스트는 이번 주를 비전 위크로 삼고, 23일까지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총장자문위원회 회의, 명상 과학연구소 개소, 크리에이티브 팀 코딩 챌린지 등을 진행한다. 인공지능(AI) 월드컵 대회, 연구실 공개 '오픈 랩', 골든벨을 울려라, 음악회 등도 준비했다.
대학 발전은 학교 및 교육행정의 혁신과 개선도 필요로 한다. 카이스트는 22일 KI빌딩 1층 퓨전홀에서 대학발전을 위한 행정의 역할과 혁신사례를 주제로 ‘글로벌 대학행정포럼’을 개최한다.
카이스트 김기한 행정처장, 덴마크 공대 앤더스 자콥센 인사팀장, 미국 조지아 공대 폴 쿤 입학처장, 일본 교토대 마사노부 모리타 부총장 등이 주제 발표를 한다.
방진섭 카이스트 미래전략실장은 “비전 2031 선포를 계기로 카이스트가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으로 성장하는 행정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8-03-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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