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화학, 생리의학 분야에 대해 매년 발표되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또 그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정도는 기억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정작 어떤 이유로 노벨 과학상상이 수여되었는지 그 연구 업적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립과천과학관에서는 노벨 과학상에 대해 일반인과 청소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올해 세 번째로 ‘노벨상을 말하다’ 행사를 열고 있다.
‘노벨상을 말하다’ 행사의 일환으로 11월 12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노벨상 궁금증 대중강연회’ 현장에 다녀왔다. ‘노벨상 궁금증 대중강연회’는 올해 노벨 과학상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다. 올해는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대학생, 일반인들까지 매 회 230여명에 달하는 청중이 강연장을 찾았다.
12일에는 서민 단국대학교 교수가 “노벨상의 모든 것”이라는 주제로 어떻게 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노벨상을 받으려면 독창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호기심과 상상력, 사명감, 인내심을 기를 것을 주문했다.
서민 교수는 ‘영어를 잘 하고 유학을 다녀왔다고 해서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얘기도 했다. 그는 “과거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마스카와 교수는 수상자로 선정된 후 “영어를 못 해서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고 해 청중들의 공감 어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단상에 오른 한정훈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위상물질’에 대해 설명했다. 한정훈 교수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사울레스 박사의 제자이기도 하다. 그는 프레첼과 도넛, 공 모양의 소품까지 준비해 일상 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도 없고 개념도 어려운, 일종의 인조 물질인 ‘위상물질’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 날 강연에는 초등학생부터 자신을 75세의 농부라고 밝힌 청중까지 참가해 강연이 끝나고까지 연사와 활발한 질의 응답을 이어갔다.
19일 열린 두 번째 강연회에서는 김기문 포항공과대학교 교수가 노벨 화학상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화학자들이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이유에 대해 유명한 산악가 조지 말로리의 ‘에베레스트를 오르려는 이유는 그 산이 저기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카테난’과 ‘로택산’이 화학자의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에 의해 만들어진 물질이기 때문이다.
김기문 교수는 직접 만든 소품을 가져와 ‘카테난’의 합성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강연이 끝난 뒤에는 고등학생들이 연달아 ‘카테닌’의 합성 과정에 대해 질문을 했다. 김기문 교수는 대학원생들이 할 법한 질문을 받았다며 감탄했다.
김기문 교수는 “노벨상은 당장 산업 현장에서 쓰일 것보다 원리를 발견한 데 주는 것이다. 원리가 실제로 응용되어 생활을 바꾸기까지는 50~100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며 “50년 전에 합성된 ‘로택산’의 합성으로 시작된 ‘분자기계’에 대한 연구 역시 아직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적 호기심으로 시작된 순수과학 역시 궁극적으로는 인류 복지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이창준 박사가 노벨 생리의학상에 대해 설명했다. 이창준 박사는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업적인 ‘자가포식(autophagy)’을 ‘생체 내에서 쓰레기 봉지를 만들고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는 과정’이라는 말로 쉽게 설명했다. 또, 뇌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교세포(astrocyte)의 역할과 기능의 중요성에 대해, 특히 치매가 일어나게 하는 원인으로써 설명해 청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과학관 측에서는 이 강연회가 일반인들이 노벨상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 청소년들이 노벨상에 대한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는 12월 17일에는 ‘노벨상을 말하다’의 마지막 행사로 ‘노벨상 시상식 토크 한마당’이 열릴 예정이다.
- 박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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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11-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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