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영국 맨체스터에서 '2016 유럽과학포럼(The Euro Science Open Forum, ESOF)'이 열리고 있다. ESOF은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과학행사로, 매 2년마다 유럽 각국을 순회하며 열린다.
26일 ESOF에 따르면 이 행사를 위해 90개국으로부터 온 4500여 명의 과학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과학이 당면한 과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6개 주요 과학기구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공동성명에는 한국의 한국과학창의재단(KOFAC)을 비롯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중국과학기구협회, 브라질 과학발전협회(SBPC), 유로 사이언스(Euro Science),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JST) 등 6개국을 대표하는 과학기구가 참여했다.
"정치인들은 경제난을 이유로 과학 기술에 대한 장기투자 외면"
ESOF는 이 성명서에서 최근 과학이 각국 정부와 일반 대중으로부터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과학에 대한 몰이해다. 과학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과학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치인들은 경제난을 이유로 과학과 기술에 대한 장기투자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대신 단기 투자에 치중하면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에 매달리고 있다며 큰 우려감을 표명했다.
일반 대중의 경우 과학에 대한 신뢰감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 과학이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미래 과학 발전을 위해 어떤 환경을 조성해야 할지 등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재난, (일부 정치인들의) 기후변화 과학에 대한 부정 등 일련의 사례들은 과학에 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목했다. 과학인 전반에 대한 신뢰감을 손상시키고, 과학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단기적으로 사업성만 강조하고 있는 기업들, 경제성장만 강조하고 있는 정부 움직임 등도 과학이 당면한 과제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ESOF는 성명서를 통해 과학과 기술 분야의 지속적인 공공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기준을 발표했다.
기초·첨단 과학 투자 더 확대해야
ESOF는 공동성명을 통해 '과학은 솔직한(unequivocal) 학문'이라고 강조하고 이를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활용해줄 것을 주문했다. 과학적 연구 결과와 데이터들이 사회적 기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책 입안자들이 과학적인 결과를 가지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학적 진실이 이해관계에 따라 거래되어질 수 없는 것이라며, 정책 결정에 있어 최고의 선(good)을 지향해줄 것을 주문했다.
성명서에는 공공부문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조언이 포함됐다. 과학 전반에 균형 잡힌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특히 호기심으로 비롯된 기초 과학과 첨단 과학을 위해 투자 규모를 확대해줄 것으로 주문했다.
특히 정부 입장에서 사회적으로 분출되고 있는 다양한 요구들을 충족시켜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초 연구는 과학 발전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며, 기초 과학 투자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했다.
각국 정부가 당면한 과제 혁신(innovation)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참다운 혁신이 이루어지기 위해 기초·첨단 연구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혁신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 기초·첨단 연구임을 강조했다.
인류발전 위해 학제간 공동연구 제안
산업계 역시 과학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의 공공 과제들은 산업이 당면한 중요한 과제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이 역시 탄탄한 과학적 기초 위에서 가능한 것이라며, 공공부문 투자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ESOF는 과학과 기술이 최근 수 세기 동안 현대화에 원동력이 돼왔으며, 인간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켜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과학과 기술은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직면한 대형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세계는 환경재난, 인구 문제 등 전 지구적 사안들로 인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과학 투자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증대하고 있다며, 보다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투자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했다.
UN의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역시 과학을 기반으로 한 생산적이며 삶의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기업을 요구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지구를 살리고, 인류공동의 삶의 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연구개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목표를 위해 ESOF는 과학자들과 민간·공공 부문, 시민사회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공동체를 제안했다. 사회과학, 인문과학자들을 포함한 이 공동체는 공동연구를 통해 인류 발전을 도모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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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7-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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