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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심재율 객원기자
2016-03-11

과학자 죽음으로 내몬 익명 투서 대덕넷 등 과학기술단체들 긴급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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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를 좀 먹는 ‘무책임한 익명의 투서질’을 바로 잡기 위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10일 대덕연구단지 테크비즈센터에서 진행된 ‘투서·감사 연구풍토 선진화 긴급 토론회’는 우리나라 연구자들 사이에 만연한 투서질의 폐해의 원인을 발견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익명의 투서를 바탕으로 감사하는 풍토를 바로잡기 위한 긴급 토론회 ⓒ 심재율 / ScienceTimes
익명의 투서를 바탕으로 감사하는 풍토를 바로잡기 위한 긴급 토론회 ⓒ 심재율 / ScienceTimes

투서질의 악영향은 그동안 아까운 연구자들의 죽음을 불러와 많은 관계자들의 우려를 샀지만, 쉬쉬하면서 감추기에 급급해왔다는 인상을 줬다. 긴급토론회는 지난달 발생한 정 모 단장의 자살 사건이 계기가 됐다.

지난 달 24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 나노헬스가드 연구단 정 모 단장이 목 매 숨진 사건이 발생해 대덕연구단지에 또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정 단장은 지난해 9월 연구비를 유용했다는 ‘익명의 투서’로 감사원 감사를 받았지만 큰 문제없이 해결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또 투서가 들어가며 괴로움과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정 단장은 이날 아침 관사로 사용하는 오피스텔에서 가스배관에 목을 매 숨졌다. 바이오나노헬스가드 연구단은 미래부와 생명연이 글로벌프론티어 사업의 신규연구단으로 선정됐을만큼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익명의 투서질’에 의해서 ‘고강도 감사’가 연이어 벌어지면서 아까운 연구자를 죽음으로 내 몬 것이 아닌가 깊은 회의감이 퍼지는 가운데, 긴급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대덕넷을 비롯해서 과총, 대덕클럽, 여성과학기술인회, 과실연, 과학언론인회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긴급 토론회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듯, 각 연구소의 감사를 비롯해서 전직 연구원장 등 50여명이 모여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를 담당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홍성주 박사는 연구단지에서 무책임하고 고질적인 투서가 남발되는 풍토의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공감을 샀다.

홍 박사는 연구비를 더 차지하려는 경쟁심에서 발생한 투서에 대해서 “연구와 행정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구원들이 행정적인 일도 동시에 맡아서 하면서 불필요한 사태가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출연연이 △관료주의 △성과중심 △미션중심의 3가지 방식이 혼재돼 운영되는 과도기가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내세웠다. 특히 행정적인 부분 외에 연구내용까지 감사하려 드는 것은 연구소를 황폐화 시킬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익명의 투서’가 너무나 쉽게 이뤄지는 병든 풍토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익명의 투서가 남발되는 것도 문제이고, 익명의 투서를 바탕으로 고강도의 감사를 벌이는 행태에 대해서도 토론 참가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직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투서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보호장치가 마련된 만큼, 투서의 대상이 된 사람의 인권도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지원 인력 중 행정직 비율이 10.2%에 불과해 연구자들이 행정처리 등 익숙하지 않은 업무 때문에 연구에 몰입하기 어려운 상황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PBS 제도가 시행되면서 투서가 늘어난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각종 규제와 규정이 하지 말아야 하는 내용만 규정하고, 기타 사항에 대해서는 자율에 맡기는 ‘네거티브 감사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토론자들의 의견발표 ⓒ 심재율 / ScienceTimes
토론자들의 의견발표 ⓒ 심재율 / ScienceTimes

2시간 넘게 진행된 진지한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무책임한 익명의 투서질’에 대한 대책으로 다음 몇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칼을 꼽는 것과 같은 ‘익명의 투서’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쓰레기통에 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투서에 따라 감사를 벌였으나 사실무근으로 드러날 경우, 투서 한 사람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세 번째, 투서나 부당한 감사 등으로 연구자들이 심리적 신분적 압박을 받을 때, 연구자가 속한 기관에서는 개인의 문제로 방치하지 말고, 연구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무팀’을 구성해서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도시철도공사에서 온 한 참가자는 “함부로 감사를 해서 인권을 침해하거나 부당한 감사를 한 사례에 대해서는 위법 사실이 없는지 법적 대응을 해서 마구잡이 감사의 관행을 끊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연구자들 사이에 만연한 이기주의와 무관심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주제발표를 한 홍성주 박사는 제도적으로 수정해야 할 사항으로 “연구자가 연구비 카드를 가지고 다니지 못하게 하는 방안과 함께, 정부가 연구소를 공기업과 동일한 거버넌스로 운영하지 말고 연구원에 맞는 거버넌스를 적용하도록 연구자들이 요구할 것을 주장했다.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원장은 “꿈이 있는 사람은 건의는 해도 투서는 하지 않는다”면서 “투서를 하는 사람은 과학자가 아니다”고 양심없는 과학자들의 태도와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사태에 대한 분노를 표시했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6-03-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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