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의 바람이 농생명 분야에도 불고 있다. 농림과 축산, 그리고 식품 및 미생물 등 모든 생명 데이터를 총망라하는 농생명 빅데이터가 바이오산업 발전의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농촌진흥청이 국립농업생명공학정보센터(NABIC, 이하 나빅)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농생명 빅데이터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농업 분야의 R&D 활성화는 물론, 전문 일자리 창출에 까지 기여하고 있다.
활성화되고 있는 유전체 빅데이터 서비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02년부터 연구자 개인 및 기관별로 흩어져 있던 유전체 빅데이터를 하나로 모아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2년부터는 그동안 모여진 유전체 빅데이터를 가공하여 ‘나빅누리집(nabic.rda.go.kr)’이라는 이름으로 대국민 서비스를 하고 있다.
나빅누리집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정보에 대해 살펴보면 벼와 배추 같은 곡물과 소, 돼지 등의 가축, 그리고 벼흰잎마름병균 같은 병원체 등 147종의 유전체 정보를 포함한 총 327만 건의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또한 농생명 빅데이터의 정보등록과 더불어 분석에 필요한 프로그램 43종도 서비스하고 있으며, 특정 유전체 서열 조합이나 유전자 기능 예측 등 수요자 맞춤형 정보 분석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나빅은 2년 전 ‘범부처 농생명 빅데이터 등록 허브’로 지정되면서, 산·학·연·관의 협력도 이끌고 있다. 지금까지 나빅을 통해 농생명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곳은 산업체 14곳, 대학 38곳, 연구소 8곳 등 모두 60곳에 이르고 있다.
수많은 첨단 장비와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는 나빅은 하드웨어의 경우 유전체분석 및 대용량 정보 저장 용도로 총 15종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또한 유전체 정보 등록 유형도 다양해서 유전자 및 염색체, 그리고 뉴클레오타이드, 단백질, DNA 칩 등 유전체 해독에 필요한 모든 유형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나빅의 활용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품종을 육성하는 육종가들을 위한 유전체 정보 활용 서비스가 눈에 띈다. 육종가용 웹시스템인 티지솔(TGsol)은 현재 누적 사용자가 1만 명을 넘어섰는데, 특히 세계최초로 탄저병에 저항성을 가진 신품종 고추를 개발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농생명 빅데이터를 활용한 종합 서비스로서 ‘한우 육종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와 ‘돼지고기 원산지 식별 프로그램’ 등 이 있고, 유용한 유전자 발굴 서비스로는 엽록체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엽록체 분석 시스템 등의 사례가 있다.
정부 3.0의 우수성과로 인정받은 나빅
나빅이 출발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10년 전만 해도 연구원들은 연구정보가 개방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 자체가 어려웠다. 얼마나 데이터 수집이 어려웠는지 이 분야에 진출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유명 정보 분석가를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석할 정보가 없어 사업을 추진하는데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였다.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빅 프로젝트를 담당한 농촌진흥청 유전체과의 설영주 농업연구사는 우선 내부에서만이라도 연구 정보를 공개해 중복 연구를 방지하고 후속연구에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일단 정보 개방을 꺼려하는 연구원들에게 정보를 등록하는 행위 자체를 성과로 인정해 주고 빅데이터 관리와 활용에 따른 기대효과를 홍보했다. 또한 나빅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컴퓨팅 리소스를 제공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나빅에 정보가 모이기 시작했다. 설 연구사는 “당시 2명의 직원이 하루에 100통 넘는 전화를 3개월 넘게 받았다”고 회상하면서 “빗발치는 전화로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했지만, 연구원들과 통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빅의 불편사항을 파악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성과는 설 연구사에게 2014년 대한민국공무원 수상이라는 영예와 함께 정부 3.0 경진대회에서도 우수 성과로 인정받았다. 이제는 다른 정부 기관들도 나빅의 성과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센터를 찾고 있다.
다음은 설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나빅을 통해 거둔 성과 중 R&D 분야와 함께 내세울 수 있는 성과가 있다면?
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일자리 창출을 들 수 있다. 농생명 빅데이터의 활용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지난 2년 동안 민간 업체들을 중심으로 300여명 가까운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이 채용되었다. 이 같은 수치는 현 정부의 출범 때와 비교하여 거의 20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있어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 해외에도 나빅과 같은 농생명 빅데이터 서비스가 있는지?
미국의 국립생물정보센터(NCBI)나 유럽의 생물정보센터(EBI) 등이 대표적인 빅데이터 서비스 기관들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생명공학 전반을 아우르는 반면에 나빅은 농생명 분야를 중점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정부 3.0의 우수 성과로 서비스로 인정을 받은 만큼 정보 활성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리고 해외 서비스 기관과의 데이터 공유 등도 추진할 계획인데, 우선 EBI와의 협력을 구상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6-01-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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