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최근 들어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희망하는 사람들로부터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 그린리모델링(green remodeling)이란 창호 교체 등을 통해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고, 주거 쾌적성을 높이는 리모델링 사업의 하나다.
그린 리모델링을 희망하는 건축주가 관련 공사비를 은행에서 대출받고, 공사가 끝난 뒤 절감되는 냉·난방비로 사업비를 장기간에 걸쳐 상환토록 하는 방식으로서, 초기 자본에 대한 걱정 없이도 단열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린리모델링은 에너지 수급의 불균형 때문
그린리모델링 사업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국내 에너지 수급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상기온으로 여름과 겨울일수가 늘어나고 폭염과 혹한이 잦아지면서 에너지 사용량은 증가 추세에 있지만, 원전가동 중단 및 화력발전소 건설 차질과 같은 이유로 인해 예비전력의 보유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해가 거듭될수록 증가하고 있는 에너지 위기를 효율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에너지 정책의 기조를 ‘에너지 공급’에서 ‘수요 저감’으로 전환하고 있다. 발전소 추가 건설과 같은 에너지 공급 위주의 정책에서, 에너지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이 같은 수요 저감 정책의 시행방안 중 하나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건축물이 에너지 사용량의 21%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감축잠재력이 높은 대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성능개선을 이뤄나간다면 에너지 수요 감축에 있어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평균 공사 기간은 약 6개월 이내로서, 약 7년 정도가 소요되는 발전소 건설에 비해 대단히 짧기 때문에 단기간에 에너지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간 당 1기가와트 생산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비용인 12.65조 원을 그린리모델링에 투자할 경우, 총 에너지 절감량은 22만GWh로서 발전소의 발전량인 12.4만GWh의 1.7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성능개선이 이뤄진 해외 사례로는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들 수 있다. 지난 2009년에 보수공사를 시작한 이 빌딩은 그린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연간 38%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관리하고 있는 업체의 자료에 따르면 15년 동안 기존 대비 10만 5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킴에 따라, 에너지 비용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매년 440만 달러의 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에 국내 건축물들의 경우는 디자인만을 고려한 건축자재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서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면 업무용 건축물의 리모델링 시 외벽을 유리로 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여름철 냉방에너지 사용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사업을 총괄하게 될 그린리모델링 창조센터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그린리모델링 창조센터’를 개원했다. 경기도 분당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내에 설립된 이 센터는 690만동에 달하는 국내 건축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690만동의 국내 건축물은 지난 2014년 말을 기준으로 한 통계치로서, 이 중 20년 이상 노후화된 건축물이 전체의 55.6%인 384만 동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노후 건축물들은 대부분 단열이 잘 안되고 에너지 낭비가 심해 건축물의 효율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창조센터는 그린 리모델링의 요소별 기술인 △일사량을 조절하여 열 획득을 감소시키는 열차단 기술 △외벽 창호와 지붕 등의 열손실을 줄이는 단열 기술 △건축물 틈새부위의 기밀성을 확보하여 냉·난방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는 기밀 기술 등을 현장에 적용하면서 성공적인 사례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본관동에 시공된 열차단 개선 공사의 경우, 기존 창에 창틀이 얇은 창을 추가로 설치하고, 중앙에 블라인드를 설치하는 이중외피 창호시스템을 통해 기존보다 태양열을 2배나 차단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은지 28년 된 상계동 아파트의 단열 개선 공사는 기존 창틀 위에 단열 창틀을 추가 설치하고, 기존 창틀 내에 단열재를 충진하여 단열성능을 개선함으로써 기존에 비해 40% 정도의 에너지를 절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린리모델링 창조센터의 관계자는 “낡고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은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하며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은 우리나라의 여건을 고려할 때 빠르고 분명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그린리모델링 사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업 신청은 그린리모델링 창조센터(성남시 분당구 LH 5층)를 방문하거나, 우편과 e메일(greenremodeling@lh.or.kr)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신청된 사업은 서면 평가 등을 거쳐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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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1-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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