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화여대 매미연구팀이 지역별 매미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됐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이 농촌보다 최대 13배까지 매미가 더 많은 것으로 밝혀진 것. 같은 서울이라고 해도 강북 지역에 비해 강남 지역에 매미가 훨씬 더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
즉, 매미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은 도시열섬 현상이 나타나는 곳과 정확히 일치하는 셈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이화여대 매미연구팀은 도시열섬 현상으로 온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말매미의 유충이 성장하기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도시열섬이란 도시 내부가 교외에 비해 기온이 높은 현상을 말한다. 기온이 같은 지점을 ‘등온선’으로 연결해보면 도시 상공의 등온선이 마치 바다에 홀로 떠있는 섬의 등고선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원인은 도시 내부의 가옥이나 공장,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인공열, 콘크리트 건축물과 아스팔트 도로 등의 열적 특성, 도시 상공의 배기가스 및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온실효과, 바람의 통로를 막는 건물 배치 등 다양하다.
특히 여름에는 도시열섬 현상이 반복되면서 밤에도 대기의 기온의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기상청에 의하면 1980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동안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5.3일이지만, 서울, 부산, 대구 등 6대 도시 평균은 그보다 2배 이상 많은 11일이나 된다. 지난 130년간 지구 평균기온은 0,85℃ 상승했지만 우리나라 전국 7대 대도시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여 년간 1.85℃ 상승할 만큼 도시열섬 현상이 심각하다.
지붕을 하얗게 칠해 열섬현상 완화시켜
장마 후 찾아온 더위에 전국이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다.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지는가 하면 지난주 열사병과 일사병 등으로 사망한 사람만 해도 7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폭염 속에 도시열섬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시는 ‘십년후연구소’와 함께 옥상이나 지붕을 하얗게 칠해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쿨루프(Cool Roof)’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지붕을 하얗게 칠하면 태양열을 반사하는 차열효과와 더불어 지붕 표면의 열을 대기 중으로 빠르게 방출하는 방사효과로 지붕의 열기 축적을 감소시킬 수 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하셈 액배리 교수 등이 전 세계 27개 도시를 대상으로 수행한 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쿨루프를 도입할 경우 냉방 부하가 18~9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쿨루프 시공 후 옥상이나 지붕 온도가 43.9℃에서 28.8℃로 떨어졌으며, 방안 온도는 27℃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쿨루프 캠페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와 댈러스시 등에서는 신축 및 재건축 건물에 쿨루프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도입했으며, 뉴욕도 신축 건물 지붕 면적의 75% 이상에 대해 의무화하도록 했다. 더불어 13개 주에서는 융자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며, 14개 주에서는 전력회사가 보조금을 지원할 정도로 쿨루프 사업이 활성화되어 있다.
옥상에 식물을 심는 옥상녹화의 경우 콘크리트 지붕에만 적용 가능한 반면, 쿨루프는 모든 지붕에 적용이 가능하며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부터 산하기관 및 민간건물을 대상으로 쿨루프 사업을 시범 추진해 성과를 검증한 서울시는 올해부터 건물에너지효율화 자금융자 대상사업의 범위를 옥상단열 및 차열공사로도 확대해 쿨루프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건물에너지효율화 사업은 에너지 절약 시설을 개설하거나 새로 설치할 경우 설비금액의 100%를 연 1.75%, 8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융자해준다. 또한 옥탑에 거주하는 청년의 경우 쿨루프 무료 시공의 혜택도 얻을 수 있다.
지하수를 도로에 분사하는 클린로드 시스템 가동
대구시는 도심 간선도로인 달구벌대로의 만촌네거리에서 신당네거리까지 총 9.1㎞ 구간에 클린로드 시스템을 가동해 도시열섬 현상으로 인한 폭염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클린로드 시스템이란 지하철 내의 역사에서 하수도로 버려지는 깨끗한 지하수를 활용하여 중앙분리대에 설치된 살수노즐을 통해 도로면에 분사함으로써 도로를 세척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클린로드 시스템을 가동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4~6%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클린로드 시스템의 3500여 개에 달하는 노즐에서 일제히 물을 분사할 경우 도로 지면의 온도가 18℃ 정도 낮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구시는 클린로드 시스템을 하절기에는 1일 2회, 폭염주의보 발생 시에는 1일 4회 가동하는 등 날씨를 고려해 살수시간과 횟수를 조정하고 있다.
광주시에서는 전국 최초로 실측에 의한 ‘하계 열섬지도’를 제작해 폭염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존에 열섬지도는 대개 인공위성의 영상자료를 활용해 분석․제작됐다. 하지만 광주시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주거 및 상업, 공원 지역 등 도심 특성별로 구분한 16개 구역 154개 지점에서 열섬현상에 대한 실측을 진행하여 열섬지도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의 실측 조사 결과, 광주에서 가장 더운 지역은 주간에는 광산구 용아로 인근이었으며 야간에는 염주주공 아파트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건축물 고밀도 지역은 주야간 구분 없이 기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제석산, 중심사 등 산지 인근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시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시는 이번 폭염 기간에도 같은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해 향후 지역 특성에 맞는 도시열섬 저감 종합대책을 수립하는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15-08-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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