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세종대학교에서는 한국기후변화학회 주최로 ‘기후변화연구 공동학술대회’가 개최됐다.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술과 제도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혜를 모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기후과학과 기후카지노’라는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한 이승훈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 미국 예일대학교 경제학 교수의 말을 인용하여 온실가스 감축의 시급함을 설명했다.
“노드하우스 교수는 전 세계 각국이 언제 기상이변의 재난을 당할지 모르는 ‘기후카지노(Climate Casino)’에 들어섰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카지노처럼 결국 모든 나라들이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죠. 만약 파국을 보기 전에 카지노를 나서고 싶다면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온실가스의 동등 배출과 동등 감축 정책
기상 재난을 당하는 국가의 피해규모는 천문학적이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똑같은 규모로 기상 재난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공통적으로 부과되는 온실가스 감축은 국가별로 막대한 비용을 부과한다. 이런 점 때문에 기후변화를 둘러싼 세계 각국은 감축비용의 국가별 분담률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밀고 당기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 정세를 설명하며 이승훈 위원장은 “우선 현재를 기준으로 하여 배출량을 국가별로 할당한 다음, 연차적으로 동일한 비율을 적용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해 나가는 원칙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현재의 생산활동에 끼칠 교란 요인을 최소화하면서 국가별 감축의무를 현재 배출량의 비율로 부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동등감축의 원칙은 국가별 배출량을 현재 수준으로 할당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지구온난화를 유발시켰던 국가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등 감축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이 위원장은 “기후변화를 둘러싼 국제정치가 장기적으로는 동등 배출을 목표로 하지만, 이는 국가별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당장은 동등 감축 정책을 추진하되, 연차적으로 동등 배출의 정책을 이행하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100년에는 꽃가루 농도가 최대 50퍼센트 증가
이번 학술대회는 ‘기후변화와 건강’ 및 ‘극지의 기후변화’ 등 총 6개 세션으로 구성되어 진행됐다. 기후변화와 건강 세션에서 국립기상연구소와 한양대 구리병원은 공동으로 ‘꽃가루 알레르기와 기후변화’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꽃가루에 의한 천식이나 호흡 알레르기는 소아 청소년의 10퍼센트 이상이 영향을 받는 질환이다. 알레르기를 유발시키는 꽃가루는 기상조건에 따라 결정되고, 바람과 강수 등의 조건에 따라 공기 중 농도가 결정된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라 향후 꽃가루 농도나 꽃가루 알레르기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는 보건기상 분야의 정책결정을 위해 중요한 정보로 활용된다.
김규랑 국립기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대표적인 알레르기 꽃가루인 참나무와 환삼덩굴의 전국 일별 꽃가루 농도를 예측할 수 있는 통일모델을 개발했다”고 전하며 “이 모델을 온실가스시나리오(RCP)에 적용하면 꽃가루 농도와 위험도의 증가를 전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동 연구진이 통일모델을 활용하여 전국의 꽃가루 농도를 전망한 결과, RCP 4.5는 100년 후 15퍼센트가 증가하고, RCP 8.5는 100년 후에 50퍼센트가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RCP 4.5는 온실가스 정책이 어느 정도 실현되는 경우고, RCP 8.5는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저감 없이 배출되는 경우를 뜻한다.
김 연구원은 “오는 2100년에는 꽃가루 농도가 지금보다 최대 50퍼센트가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를 위해 알레르기 위험도 증가에 대비한 ‘건강영향평가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 연구진이 개발할 건강영향평가모델에는 일별 꽃가루 정보시스템 및 기후변화 적응 정보 등 기초자료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아울러 여가생활의 증대에 따른 환경 및 보건 정보 등도 축적될 계획이다.
대표적 기후변화 적응산업은 건설업
기후변화와 사회경제 세션에서는 박창석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후변화 적응산업 시장분석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가 심해지게 되면,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제품수요로 이어지면서 기후변화 적응산업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영국 기업혁신기술부의 발표에 따르면 기후변화 적응산업은 2011년부터 2018년 까지 약 6퍼센트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 적응에 도움을 주면서도,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후변화 적응산업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후변화 적응산업 시장분석 연구는 이 같은 필요성에 의해 시작됐다. 국내 기후변화 적응산업의 산업별 시장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의 정책적 방향을 제시한다는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연구 결과 기후변화 적응산업의 3대 산업으로는 △건설업 △전기·가스·증기·수도사업 △금융·보험업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전체 기후변화 적응산업에서 3대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26퍼센트, 21퍼센트, 13퍼센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박 위원은 “우리나라 기후변화 적응산업의 약 50퍼센트 정도가 인프라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진단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적응산업이 정부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주도시장은 성장에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수요 증대를 통한 시장의 확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면서 “기후변화 적응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기후변화 적응 인식에 대한 증가와 함께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4-06-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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