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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객원편집위원
2013-07-01

벤처기업들의 고민…죽음의 계곡 영국의회 '죽음의 계곡 보고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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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란 개념이 있다. 기술개발에 성공한 벤처기업이 사업화 단계에서 겪는 고통의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이 문제를 놓고 세계 각국의 산업정책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국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나라다. 지난 2000년대 들어 거의 매년 ‘죽음의 계곡’에 대한 국가적 협의를 진행하면서 벤처기업들 살리는 데 힘을 쏟아 붓고 있다.

올 들어 영국 하원은 '죽음의 계곡을 위한 가교(Bridging the Valley of Death)'란 제목의 2012~2013년 보고서를 공개했다. 죽음의 계곡에 대한 상세한 분석 내용을 담고 있는 있는데 향후 벤처 활성화 정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에 대한 후속투자가 중요하다

어떤 기업이 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하려고 한다면 크게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 먼저 새로 개발한 기술이 시장 속에서 어떻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증명해야 한다. 미래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말한다.

▲ 지난 2001년 네이피어(Napier) 대학에서 창업한 벤처기업 ‘카르디오디지털(CardioDigital)'에서는 환자의 심장상황을 측정할 수 있는 의료보조기기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투자사와의 협력을 통해 죽음의 계곡을 넘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http://www.napier.ac.uk/

그래서 이 성공 가능성을 증명했다면 그 기술을 사업성 있는 케이스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잠재해 있는 미래 고객들, 미래 시장을 겨냥해 완벽한 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시장조사와 함께 R&D, 생산설비 구축, 시제품 생산 등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기술을 사업화하는 이 두 가지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돼 나간다면 기업도산이라는 비극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훌륭한 기술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이 과정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죽음의 계곡의 비극이 발생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 때문이다.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기술사업화에 대한 잘못된 투자관행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공공성을 띤 초기 투자는 잘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미래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두 번째 투자단계에서는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민간 투자사들이 후속 투자를 맡아 진행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무시한 잘못된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민간 투자사들 대다수가 후속 투자를 외면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열심히 개발해온 연구 성과를 사장시키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이처럼 후속투자가 중단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영국 사회가 주목해줄 것을 주문했다. 기업도산이 일어나는 직접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의 역량부족 역시 도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시장성 있는 적정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할 때까지 추진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는데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 벽을 넘지 못하고, 죽음의 계곡에서 허덕이거나, 도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큰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쪽은 생명과학(life science) 분야다. 사람에게 적용하는 기술들인 만큼 임상실험 기간이 매우 길어(보통 10~15년)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결국 많은 기업들이 이 기간을 넘기지 못하고 도산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죽음의 계곡 극복

생명과학 분야 신제품들의 주기가 매우 짧은 것도 벤처기업들을 괴롭히는 요인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헬스기기의 경우 임상실험이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제품이 탄생해 결국 오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체와 관련이 있는 생명과학 분야 제품들은 다른 분야 제품들과 비교해 복잡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런 만큼 투자비도 많이 들어 민간 투자사들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은 생명과학 분야 신제품 개발 패턴을 바꿔놓고 있다. 특히 시장성 있는 혁신기술을 개발한 벤처기업들은 초기 연구 성과들을 글로벌 기업들과 공유하면서 위험부담을 줄이고 있다. 이른바 개방형혁신(Open Innovation) 전략이다.

모범사례도 있다. ‘카르디오디지털(CardioDigital)'이란 회사가 있다. 지난 2001년 네이피어(Napier) 대학에서 창업한 이 기업에서는 환자의 심장상황을 측정할 수 있는 의료보조기기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이 업체를 장기적으로 지원한 곳이 영국의 의료자선재단 웰컴 트러스트(Welcome Trust) 재단이다. 지난 2002년, 2006년 두 번에 걸쳐 카르디오디지털에 개발자금을 투자했는데 2008년 글로벌기기업체인 미국의 코비디엔(Covidien)이 기술을 인수했다.

웰컴 트러스트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을 대상으로 매우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다. 브리스톨 대학의 데이비드 레이스(David Wraith) 교수는 1989년부터 재단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자기면역에 따른 염증성 질환을 억제하는 표적치료 방법을 개발 중이다.

2002년 ‘Apitope'이란 벤처회사를 설립했으며, 이 기업을 통해 지난 2008년 임상실험을 완료했다. 그리고 그동안 개발한 연구 성과 ’ATX-MS-1467'을 스위스의 다국적 회사에 매각했으며, 지금은 두 회사가 공동연구를 진행중이다. (계속)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7-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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