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트위터는 각 나라 정부로부터 사용자 계정 정보, 콘텐츠 삭제 요청 횟수에 대한 투명 보고서를 공개했다. 놀랍게도 저작권 문제만이 아니라 범죄 수사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정보 요청이 늘어나고 있었다.
실제로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공공을 위해 SNS에 대한 대응 방침을 제정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SNS 개인정보요청도 규제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SNS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유럽은 폭넓은 인정, 중국은 폐쇄적 정책
SNS에 대한 우리나라에서의 규제 움직임은 작년부터 시작됐다. 먼저 지난해 11월 대검철청 공안부는 ‘SNS를 통해 허위사실 유포는 단속 대상이며 구속수사가 원칙’이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12월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S 심의를 위해 '뉴미디어 정보 심의팀'을 가동하면서 SNS와 스마트폰 앱에 대한 심의를 대폭 강화했다.
올해 초 불법·유해정보 유포 방지 차원의 ‘SNS 경고제도’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고 난 후, 6월에 트위터 계정 158개를 무더기로 차단하면서 찬반 여론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SNS 차단에 대한 논의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개방 인터넷’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운 나라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테러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고 있는데, 미 국토안보부는 테러의 징후를 포작하기 위한 핵심용어 및 구절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실 미국연방수사국인 FBI에서 SNS 감시를 위한 사업자 모집 공고까지 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래서 공공기관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필요할 경우에 주로 소송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선진 유럽 국가들인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편이다. 일반적인 경우 SNS 사용에 대한 규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나치 찬양이나 유대인 대학살인 '홀로코스트'를 옹호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협하는 SNS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폐쇄적인 SNS 정책을 펴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최근 ‘SNS 사용자 실명제 ’를 전면 실시키로 규정을 변경하여 더욱 강경한 온라인 여론 규제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해외 SNS는 접속 자체를 차단하고 있으며,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만들어 인터넷 콘텐츠마저 관리에 나섰다.
사적 영역인지 공적 영역인지 구분하기 애매해
SNS 규제 찬반 논란의 핵심은 ‘SNS가 사적 영역인지, 공적 영역인지’에 대한 생각의 다름 때문에 발생한다. 정확히 이 공간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구분하기 애매하다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규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SNS의 공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논리를 펴고 있다. SNS는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관계가 없는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공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외수와 진중권 씨와 같은 사람들은 팔로어 수가 많다. 그들의 한마디가 파급력이 높아지는 이유이다.
전파 속도도 빠르다.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선동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고, 왜곡된 정보나 음란물 등이 급속도로 퍼질 수 있다. 가끔 개똥녀, 지하철녀 등 온갖 '00녀'들에 대한 동영상이 순식간에 확산되고 네티즌들은 일명 ‘신상 털기’로 영상의 주인공을 찾아낸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구도 표적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SNS가 강력한 미디어 도구가 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들이라고 할 수 있다.
SNS 영향력과 관련해 가장 뜨거운 이슈를 만들었던 것은 ‘월스트리트 시위’였다. 2011년 9월 9·11테러 10주년 기념식이 열린 이후, 뉴욕 월스트리트를 끼고 있는 주코티파크라는 곳에서 20대 청년 3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여기서 그들은 트위터를 통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인스턴트 메시지를 돌리면서 결집해 시위에 돌입했다.
이 사건은 SNS가 충분히 시위나 테러에 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검찰도 이들에 대한 데이터를 트위터에 요청했다. 하지만 트위터는 그 요청을 거부했고,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결과는 검찰의 승리. 뉴욕 법정은 “트위터에 올리는 글은 마치 창밖으로 소리치는 것과 같다”며 “이는 헌법에 의해 보장될 수 없는 공공의 정보에 속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규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적 영역인 SNS의 검열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만이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NS는 구두생활을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소통 단위가 실질적으로 자신이 미리 설정한 관계망에 한정되어 있다.
속담에 ‘임금님 없는 자리에서는 임금 흉도 본다’라는 말이 있다. 사적 관계를 갖는 사람들끼리는 그 어떤 말도 가능한 셈이다. 그런데 이를 검열하게 되면 개인의 사적 영역은 침범당할 수밖에 없다.
규제를 하게 되면 표현의 자유 억제는 불 보듯 뻔한 수순이다. 다양한 생각이 오가는 대화의 창구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나의 예로 최근 유행한고 있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은 집단 지성에 의해 탄생됐다. SNS가 규제되면 집단 지성의 활동 축소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 아이디어 도출은 더욱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건전한 비판도 하기도 쉽지 않아 사회 발전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기준을 만드는 데도 문제가 생긴다. 어떤 말은 해도 되고, 어떤 대화는 나눠서는 안 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셈이다. 설사 기준을 세운다고 해도 심의 기관의 의중이 들어갈 확률이 높다.
현재 SNS 차단의 또 다른 목적도 음란물이나 불법물에 관한 것도 있다. 하지만 지난주 헌번재판소에서는 “음란물이나 불법물, 악플을 규제하고자 시행됐던 인터넷 실명제가 효과도 없을 뿐더러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있다”고 판결을 내렸다.
SNS는 서버가 외국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규제가 더 어렵다. 거기다 실질적으로 하루에 3천개 이상 업데이트 되는 SNS 내용을 일일이 모두 확인하는 것 역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라는 오해만 부르게 된다. 반대론자는 ‘SNS 규제는 결국 민주주의를 후퇴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김연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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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8-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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