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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기자
2012-07-23

과학과 예술의 공통분모, '상상력' 제2회 과학토요토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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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창의앰배서더와 함께하는 제2회 과학토요토크 '과학으로 여는 창의세상'이 지난 21일 부산디자인센터에서 열렸다. 지난 6월 23일 서울 LG사이언스홀에서 성황리에 끝난 제1회 과학토요토크를 뒤로 하고 부산을 찾은 제2회 과학토요토크의 주제는 '과학과 디자인의 만남'.

이날 행사에는 교육과학기술부 박문혁 사무관, 한국과학창의재단 김동곤 과학문화연구단장, 부산교육청 차환옥 장학사, LG사이언스홀 박정한 관장, 부산과학기술협의회 손동운 총괄본부장, 대구·경북여성과학기술인회 정화숙 회장 등 많은 귀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강혜련 이사장은 "토크형식을 빌려 과학을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과학토요토크와 함께 하는 이 시간 안에서 많은 것을 얻고 느끼고 소통하고 공유해 과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길 바란다"고 영상으로 인사말을 전했다.

LG사이언스홀의 과학공연 '피터팬과 빵후크선장'으로 시작된 제2회 과학토요토크는 서울 SF 아카이브 박상준 대표와 포항공대 김승환 교수, 공간디자인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동양미래대 마정혜 교수가 진행자와 강연자로 나섰으며 350여 명의 관객들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진행됐다.

▲ 제2회 과학토요토크의 진행자와 강연자로 나선 마정혜 교수(왼), 박상준 대표(가), 김승환 교수(오)

과학과 예술의 만남

과학과 디자인의 만남은 어떤 모습일까? 주제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본격적인 토크에 앞서 박 대표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금붕어, 빌딩, 붉은노을, 고사리잎까지 4개의 그림을 제시한 후, 과학과 디자인의 공통분모로 가장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고르라는 것이었다. 무선응답기를 이용해 답변한 관객들의 대답은 ▲빌딩 ▲고사리잎 ▲금붕어 ▲붉은노을 순이었다.

▲ 과학과 디자인의 공통분모,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고사리잎

김 교수는 "카오스적인 측면, 프랙탈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라면서 가장 근접한 공통분모로 고사리잎을 선택했다. 그 이유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컴퓨터 안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고사리잎이다. 간단한 수학적 원리인, 카오스와 프랙탈의 원리를 이용해 만들어낸 것"이라며 "카오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혼돈, 무질서의 상태를 떠올리게 되지만, 불규칙성 속에서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고 무질서한 가운데서 질서가 존재하는 묘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과학 속 디자인의 원리인 카오스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나비 한 마리의 작은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 뉴욕의 폭풍우를 몰고 올 수 있다"며 "조그만 변화가 눈덩이처럼 커져 엄청난 차이를 주게 되는 나비효과처럼 자연현상의 예측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복잡성도 이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20세기 후반 본격적으로 등장한 카오스이론을 통해 무질서로 여겨졌던 복잡한 자연의 모습에서 새로운 질서를 찾게 됐으며 카오스의 규칙은 1975년 프랑스 수학자 만델브로트(B. Mandelbrot)가 발견한 기하학적 디자인, 즉 프랙탈 수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만델브로트가 만든 가상의 프랙탈 영상을 보여주며 "프랙탈을 확대해보면 복잡하지만 끊임없이 최초의 프랙탈을 닮은 형체가 나타나게 된다"면서 "복잡한 가운에 그 이면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운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프랙탈이 예술과 과학이 맞닿아 있는 지점인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카오스와 프랙탈의 원리를 알게 되면 과학 속 디자인의 원리 또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이야기를 들은 박 대표는 "과학과 디자인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며 디자인적 관점에서의 카오스와 프랙탈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마 교수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과학이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말한 마 교수는 30여 년전의 탱크핸드폰과 지금의 스마트폰을 비교하며 "핸드폰의 진화"라면서 "핸드폰의 진화는 곧 과학의 진화라고 할 수 있으며 여기에 디자인이 융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서 김 교수가 이야기한 카오스이론을 언급하면서 "조형적 시각요소와 디자인 형태의 구조, 디자인 형태의 표현 3가지로 카오스이론을 디자인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며 카오스이론이 적용된 디자인 몇 가지를 제시했다.

▲ 세계 최초의 움직이는 빌딩, 다이나믹 타워

카오스이론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는 세계 최초의 움직이는 빌딩, 두바이의 다이나믹 타워. 420미터, 80층 규모의 이 건물은 조립식으로 건축돼 수십개의 방이 독립적으로 회전하며 바람에 따라 건물의 형태도 변하게 된다. 이러한 유사한 형태의 반복과 구조적 변형에서 카오스이론을 엿볼 수 있다는 것.

상상력, 과학과 예술의 공통분모

이어서 착시 그림화가 에셔의 작품, '천국과 지옥' 그리고 '메타모포시스'를 소개하면서 카오스이론이 적용된 디자인에 대해 설명해나갔다.

▲ 착시 그림화가 에셔의 작품. '천국과 지옥'(왼), '메타모포시스'(오)

박쥐와 천사가 중심부를 시작으로 반복과 변형을 이루면서 자기유사성을 보이고 있는 '천국과 지옥', 수많은 네모난 점이 도마뱀으로, 도마뱀이 벌집으로, 벌집이 벌로 기하학적인 패턴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반복과 변형을 이룬 '메타모포시스'에서도 카오스이론과 프랙탈 수학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에셔는 평면을 규칙적으로 분할하는 테셀레이션 기법을 개발한 미술가이며 테셀레이션 기법은 반복되는 기하학적 패턴을 이용해 대칭, 대칭의 깨짐, 반복과 변화를 통해 평면을 채워가는 방법으로 그는 다수의 테셀레이션 작품을 남겼다.

에셔의 작품을 감상한 김 교수는 "평소 평면을 분할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았던 에셔는 수학자의 규칙적 패턴 유형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창의적이고 기발한 작품들과 함께 수학적 소재를 예술로 승화한 에셔의 작품은 과학자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예술가의 상상력이 과학자보다 시대를 앞섰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작품을 통해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에셔와 같이,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예술적 측면에서도 시대를 앞서는 선도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이야기했고, 이에 김 교수는 "창의성은 과학자와 예술가의 공통분모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과 예술의 또 다른 만남

▲ SF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박 대표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미처 알고 있지 못했지만 과학과 디자인의 만남은 지속돼 오고 있었다. 미래사회의 과학과 디자인의 만남은 어떠한 모습일까? SF 영화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박 대표는 1982년에 제작된 '트론'과 2010년에 개봉한 '트론: 새로운 시작'의 일부분을 보여주며 미래사회의 과학과 디자인의 만남, 즉 SF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트론은 천재박사 케빈 플린이 만든 최고의 가상 현실 프로그램을 삼켜버리고 그를 디지털 세상에 감금시켜버린 슈퍼컴퓨터와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사이버세계로의 여행을 나서는 케빈 플린의 아들 샘 플린의 대결을 그려낸 이야기다.

"1982년 당시의 컴퓨터 성능으로는 복잡한 컴퓨터 그래픽을 구현해낼 수 없었다"면서 "지금의 컴퓨터 그래픽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단순하지만 뛰어난 상상력은 1982년의 트론에서도 엿볼 수 있다"고 말한 박 대표는 "미래의 과학적인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지식못지 않게 SF적 상상력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영화 에일리언과 프로메테우스의 외계괴물과 우주선을 디자인한 스위스 출신의 화가 기거(H. R. Giger)와 영화 블레이드 러너 등을 통해 미래사회의 컨셉을 잘 그려내는 산업디자이너 출신 시드 미드(Syd Mead), 영화 아바타, 해리포터 등의 외계생물과 괴물을 디자인한,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SF 디자이너인 웨인 발로우(Wayne Barlowe)를 소개하면서 "이들은 뛰어난 미술적 재능만큼 미래사회에 대한 과학적, 기술적 지식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감있는 디자인을 구현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중한 기회…여전히 아쉬움은 남아

제2회 과학토요토크에서는 특별한 관객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과학토요토크를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먼 길을 걸음해준 서울영어과학교육센터의 학생들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권나현 양이었다.

과학자가 꿈이라고 밝힌 권 양은 "서울에서 열렸던 과학토요토크와는 또 다른 주제로 진행돼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여러 가지 사례와 설명으로 쉽게 설명해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권 양의 어머니인 진방글 씨는 "제1회 과학토요토크에 참석하면서 최신 과학이슈를 접할 수 있다고 생각돼 제2회 과학토요토크를 찾아 부산까지 오게 됐다"면서 "과학자가 될려면 공부만 열심히해야하는 줄 알았는제 1회에 이어 2회에 참석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됐고, 과학자가 꿈인 아이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인 것 같다"고 과학토요토크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제2회 과학토요토크의 주제가 '과학과 디자인의 만남'이었던 만큼 디자인을 통해 과학을 보다 쉽게 풀어냈지만, 이로 인해 강연의 내용이 디자인으로 치우친 것 같다는 이야기와 함께 초등학생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내용이 많았다는 의견이 여전히 나와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제2회 과학토요토크는 교육과학기술부 주최, 한국과학창의재단 주관, 부산광역시교육청, LG사이언스홀, 부산과학기술협의회, YTN사이언스의 후원으로 개최됐으며 제3회 과학토요토크는 오는 9월 1일 대전에서 진행된다.

이수진 기자
whangel@kofac.re.kr
저작권자 2012-07-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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