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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최범수 이코노미플러스 기자
2005-10-18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 [이코노미플러스공동] 첨단과학기술의 산실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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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로 얼음을 싣고 다니는 차가 거리를 누빈다…. 이건 공상과학 만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빠르면 10년 내 얼음 속에 저장된 수소를 이용해 동력을 얻는 차가 나올 수 있다. 이미 수소를 활용한 차가 운행되고 있고 얼음에 수소를 저장하는 기술 또한 개발되고 있다. 수소를 통해 전기를 발생시키고, 이를 이용해 일반 도로에서 주행하고 있는 벤츠 수소연료 전지차 F-Cell을 통해 눈앞에 다가온 수소경제 시대를 취재했다.


남은 것은 가격뿐 5년 안에 상용화될 것


2005년 8월 8일 오전 9시15분, 취재를 위해 숙소인 싱가포르 콘래드 호텔(Conrad Hotel)을 나서던 기자의 눈에 벤츠의 수소연료 전지차인 F-Cell(Fuel-Cell)이 잡혔다. 2004년부터 싱가포르에서만 F-Cell 6대가 시범 운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지척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나중에 확인한 결과 콘래드 호텔이 벤츠의 싱가포르 F-Cell 프로그램 파트너였다. 이외에도 정유사 BP, 항공사 루프트한자, 타이어사 미셰린 등이 파트너로 F-Cell을 이용하고 있었다).

도어맨은 “호텔 VIP 고객들을 위한 공항 영접 서비스나 시내 투어 서비스에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21세기 미래형 차로 떠오르고 있는 수소연료 전지차는 산소와 수소의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먹어도 문제가 없는’ 순수한 물만 배출한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공해가 ‘덜’ 발생한다는 이유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에 열광하고 있는 것처럼 F-Cell을 시승한 대부분의 호텔 고객들 또한 완벽한 환경친화적인 시스템과 대안 에너지를 사용하는 미래형 자동차를 타보았다는 점에서 특권의식을 가진다고.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


수소는 여러 측면에서 매우 편리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다. 도시가스처럼 수송관을 통해 가정으로 보낼 수 있고, 이를 연소시켜 음식을 조리할 수도 있는가 하면, 수소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생산할 수도 있다. 휘발유 대신 자동차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석유 등의 화석연료뿐 아니라 풍력·태양열 등 다른 대체에너지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사용범위는 수소에너지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중요한 요소다.

뿐만 아니라 수소는 오염물질을 전혀 방출하지 않는다. 친환경을 넘어 환경이란 개념에서 완벽함을 의미한다. 게다가 수소는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90%에 달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연료여서 미래 대체에너지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수소에너지 전문가들은 수소에너지, 수소 경제의 결정판으로 수소연료 전지차를 꼽는다. 그 이유는 수소연료 전지차에 수소 관련 기술들이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종원 수소에너지사업단 단장은 “수소를 자동차 연료원으로 쓸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는 수소를 산업용에서부터 가정용까지 그 어떤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고유가 문제가 겹치며 수소연료 전지차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에너지원 다변화 노력으로 선진국의 경우 에너지 중 석유의존도가 2002년 기준으로 OECD 평균 52.7%가 되었지만 운송 분야만은 대체에너지를 찾지 못하고 100% 석유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쉬운 예로 미국의 1일 석유소비량은 약 2천만 배럴인데 이 가운데 3분의 2가 승용차와 트럭 등 운송수단에 쓰이고 있다. 즉 화석연료를 대체할 차량 에너지원 개발이 시급한 문제란 뜻이다.

이런 상황은 역으로 F-Cell이 각광받는 이유를 잘 말해준다. F-Cell은 시험 운행 중이긴 하지만 2002년부터 세계 각국에서 60여대가 일반인에 의해 실제 운행되고 있는,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차량이기 때문이다.

외형으로만 봐선 호텔 앞에서 조우한 F-Cell이 수소연료 전지차인지 일반 차량인지 구분할 수 없다. 기존의 벤츠 A클래스에 내부의 동력계통만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으로 대체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F-Cell의 ‘비밀’은 3일 후 싱가포르 판단 지역에 위치해 있는 벤츠 서비스센터에서 드러났다. 8월 10일 정오에 방문한 벤츠 서비스센터 안쪽 깊숙한 곳에 싱가포르에 있는 6대의 수소연료 전지차에 대한 정비와 관리가 이뤄지는 F-Cell 워크숍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전문 엔지니어 한 명과 기술자 두 명으로 이뤄진 팀이 6대의 F-Cell을 전담 관리하는 이곳 워크숍엔 수소연료 전지차와 관련된 다양한 기기들과 안전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한 엔지니어가 “수소 가스가 1% 감지되면 한 시간에 여섯 차례 공기가 순환되도록 강제 배기되고 1.6% 감지되면 10회 순환되도록 배기시킨다”고 말하며 천장 위 파이프라인과 센서를 가리켰다.

워크숍 한 쪽 끝에는 수소연료 전지차에 대한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차 하부의 동력 계통을 드러낸 F-Cell 모델이 있었다. 벤츠 F-Cell 프로젝트 리더인 우도 로시(Udo F. Loersch·56) 메르세데스-벤츠 아시아 지역 부사장이 설명해준 수소연료 전지차의 시스템이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로시 부사장은 1999년부터 벤츠의 ‘F-Cell’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해왔다.

“F-Cell은 수소탱크에 저장된 수소를 연료전지 모듈로 보내 그곳에서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얻고 그 전기로 모터를 돌려 차량을 운행시킵니다. 수소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기를 발생시켜 운행하는 전기차라고 보시면 됩니다. LPG차처럼 수소를 연료원으로 해 엔진에서 폭발시키는 방식의 수소차와는 큰 차이가 있죠. 이 경우 연료효율이 15%에서 높아야 30% 수준인 기존 화석 연료를 사용할 때와 비슷한 수치가 나옵니다. 진정한 차세대 차량이라고 할 수 없는 거죠. 이에 비해 수소연료 전지차는 연료효율이 현재 37%에서 50%까지 나옵니다. 동력을 전기로 사용하기 때문에 엔진이 없다는 점도 큰 차이입니다. 엔진이 없기 때문에 진동도 없고 소음도 없습니다.”

로시 부사장에 따르면 F-Cell 수소연료 전지차의 핵심은 두 개의 전지판(Graphite Plate)을 분리시켜주는 양자교환막(PEM, Proton Exchange Membrane)이다. 양자교환막은 수소이온이 통과할 수 있는 얇은 플라스틱판인데, 가스관을 통해 양자교환막의 한쪽으로는 수소가 공급되고, 다른 한쪽으로는 산소가 공급된다. 이때 수소는 연료전지 양단에 있는 촉매활동에 의해 전자가 분해되어 양자화된 상태에서 양자교환막을 통과하게 된다. 이후 수소가 산소와 반응해 물을 생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전력이 발생한다는 게 로시 부사장의 설명이었다.

F-Cell에는 이런 연료전지 셀이 440개 있는데, 가로 50cm 세로 1m 남짓한 검은색 박스 안에 담겨 차체 하부에 놓여 있다. 로시 부사장은 “94년 메르세데스벤츠가 세계 최초의 연료전지차인 ‘네카(NECAR)’를 개발했을 때 운전석과 동반석을 제외한 공간은 모두 연료전지 장치로 채워졌다. 당시 800kg에 달하는 연료전지 장치가 네카의 공간을 모두 차지해 실험용 자동차가 마치 바퀴 달린 실험실처럼 보였다”고 회상하며, 10년 동안 이룬 진보에 대해 자랑스러워했다.

연료전지 시스템 뒤쪽으로 하늘색 연료통 두 개가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F-Cell이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통이었다.

“수소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저장·공급될 수 있는데, 여러 시험을 거쳐 현재 벤츠가 채택하고 있는 방법은 수소를 가스 상태로 저장하는 겁니다. F-Cell 연료통에는 350기압의 고압수소가 담겨져 있습니다.”

탱크에서 공급된 압축수소는 바로 연료전지 시스템으로 운반되며, 한 번의 연료 충전으로 약 160km 가량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F-Cell의 수소 소비량은 100km당 4.2리터의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수치라는 게 로시 부사장의 설명이었다.

수소연료 전지차를 시승해보기로 했다. 우선 우도 로시 부사장과 인터뷰를 했던 메르세데스-벤츠 아시아 사무실이 있는 싱가포르 센테니얼 타워에서 F-Cell 워크숍이 있는 판단 지역까지 동승 후 판단 지역에서 기자가 직접 운전을 하기로 했다. 시승차에 올라타자 운전자 알윈 차(Alwin Chia) 씨가 수소연료 전지차의 운행 시스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었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모니터에 수소-연료전지-모터로 이어지는 시스템과 현재 상태가 간단한 그림으로 나타나 있었다.

최범수 이코노미플러스 기자
저작권자 2005-10-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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