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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형근 과학칼럼니스트
2011-10-14

“창의적 아이디어, 겁 없이 덤벼라” '버블 프로젝트'로 성공한 이지별 페이스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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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겁 없이(fearless) 자신의 일에 몰두 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자신의 전공이라고 해서 한 과목에만 치우치지 말고 상호연관성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면 보다 나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뉴욕이 그렇습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간의 접목은 물론 예술과의 융합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미래형 융합인재육성을 위한 STEAM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창의성은 과학과 예술의 공통점

STEAM의 출발점은 1990년대부터 미국과학재단이 사용해 온 STEM 교육이다. 개념은 매우 간단하고 또 직접적이다. 마크 샌더스 미 버지니아공대 교수의 작품으로 예를 들어 종이 비행기를 더 멀리 날리기 위해 대칭이라는 수학적 문제와 유체역학, 그리고 항공공학 등 서로 다른 분야를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과학(Science)과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등의 교과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로 STEM이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Arts를 추가해 STEAM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 한국 출신의 이지별씨는 세계 디자인계에 돌풍을 일으킨 신예다 ⓒ매일경제

매경미디어 그룹이 주최한 제12회 세계지식포럼에 초청연사로 나온 페이스북의 이지별(Ji Le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이러한 교육의 성공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자랐으며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기상천외한 창의적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디자인계에서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아트디렉터다.

창의적 아티스트라는 세계적 명성에 걸맞게 그가 30분간 강연한 워커힐 호텔 코스모스 룸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만원이었다. 그는 “모든 학문가운데 예술과 과학은 창의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는 데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두 분야 모두 풍부한 호기심과 상상력이 있어야만 성공에 이를 수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 프로젝트의 혁신적인 힘 Transformative Power of Personal Projects’ 이라는 주제강연에서 이지별씨는 “이제 겉으로 보기에 예쁜 디자인만으로는 소비자의 욕구를 이끌어 낼 수 없다”며 “스토리가 담겨 있어 소비자가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수인 시대”라고 강조했다.

2002년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시도한 <버블 프로젝트(Bubble Project)>로 유명해진 이지별 씨는 미국 디자인계의 촉망 받는 신예로 구글을 거쳐 6개월 전 페이스북에 합류했다.

'버블 프로젝트'의 말 풍선으로 촉망 받는 신예가 돼

▲ 이지별씨가 제작한 MP3의 '나는 음악을 훔쳤다' 작품

5만여 개의 말 풍선 스티커가 뉴욕 도처의 광고판을 메워갔다. 만화 대사가 들어가는 구름 같은 말 풍선 안은 비어 있었다. 행인들은 그 안에 무엇이든 써넣을 수 있었다. `동물의 권리나 보호해라(모피코트 광고)`,`나는 음악을 훔쳤다(MP3 광고판)` 등 흥미롭고 톡톡 튀는 문구들이 5만여 개의 말 풍선 스티커를 채워나갔다.

전세계는 그의 `수상하고도 솔직한` 말 풍선 광고에 열광했다. 말 풍선만 쫓아다니며 광고문구를 채워 넣는 매니아도 생겼다. 뻔한 광고를 재치 있게 역이용한 이 프로젝트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 <버블 프로젝트> 기획자가 중국, 인도의 인구에 이어 8억 명의 사용자를 둔 페이스북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지별(41)씨다. 그는 지금도 틈틈이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

이씨가 모험이 뒤따르는 <버블 프로젝트>를 시작한 데에는 그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 창출에 열정을 갖고 있던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던 광고회사에 개인적으로 불만이 많았다.

“개인의 창의성을 가장 존중해 주는 곳이 광고대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원하는 컨셉이나 아이디어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워낙 큰 회사인데다 클라이언트나 조직도 보수적인 성향이 컸기 때문에 제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했죠”

유명 광고대행사 박차고 나와

4년간 근무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지 못한 그는 회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개인적인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회사일과 병행하면서 자비를 털어 혼자서 제작하고 진행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회사에는 알리지 않았다.

그는 광고대행사의 구태의연한 광고제작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나중에 말을 하긴 했으나 회사는 잘 모르고 있었죠. 그러나 회사 일들이 재미가 없었고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마찬 가지로 간판광고가 많은데, 어떻게 보면 시각적인 공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버블 프로젝트>는 혼자서 진행했지만 그 성격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차원에서는 오픈 프로젝트다.

항상 창의적인 일을 벌이는 것은 그의 성격이자 생활신조다. "사람들은 인생의 29%를 잠으로 보냅니다. 깨어있는 71%의 시간을 잘 보내야 합니다. 사람들은 일과 사생활인 사랑을 명확히 구분 짓는데 익숙한데 이 둘을 접목시키는 ‘멋진 접점(awesome spot)’을 찾아내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 '버블 프로젝트'는 이지별씨의 간판 브랜드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일하며 느낀 3가지를 제시했다. “일이 재미 있으면 저절로 좋은 일이 생긴다”, `개인적인 프로젝트와 프로페셔널한 프로젝트는 상호보완적이다”, “아이디어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실행에 옮기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신조를 바탕으로 그는 페이스북에서 일과 개인적 성취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지별’은 시인인 어머니가 붙여준 이름

그의 창의적인 감수성은 선천적으로 타고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별은 순전히 한글로 시인인 모친이 직접 지어준 이름이다. 하늘에 뜬 별처럼 빛나라는 희망을 담고 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가 추구하는 아트는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다. “제가 ‘스트리트 아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공개적이고 민주적이며, 갤러리나 미술관의 정책에 구애 받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제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좋습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개발한 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바로 그러한 아이디어가 오늘날의 이지별을 만든 것이다.

갈색단화에 청바지를 입은 채 강연현장에 나온 것처럼 그는 어제나 자유로운 사고와 간단하고 평범한 진리 속에서 산다. “빨리 행동하라, 그리고 모든 것을 깨부셔라! Move fast and break things!” 그의 머리 속에는 늘 경제학자 슘페터의 ‘창조적인 파괴’ 개념으로 가득 차 있다.
김형근 과학칼럼니스트
hgkim54@hanmail.net
저작권자 2011-10-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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