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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이승아 객원기자
2011-08-05

"좋은 연구 하면 노벨상 가능하다" 홋카이도대학 서울사무소 개소기념 스즈키 아키라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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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대학은 지난 4월 연구 기관 간 교류, 학생 및 연구자 교류, 홋카이도대 한국 동문회 지원 등을 위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홋카이도 대학 서울사무소를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 2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2010년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스즈키 아키라 홋카이도대학 명예교수를 초청, 강연회를 가졌다. 

▲ 강연 중인 노벨화학상 수상자 스즈키 아키라 교수
스즈키 교수는 홋카이도대 이학부, 대학원 이학 연구과 석‧박사 과정을 거친 이학박사로 홋카이도대학에서 합성화학공학과와 응용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0년 ‘스즈키 커플링’으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인물.

그는 '스즈키 커플링 : 노벨 화학상의 길'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회에서 그에게 화학상을 안겨준 스즈키 커플링에 관한 설명을 비롯, 노벨상을 받는 ‘노벨 위크’의 과정, 교육과 연구에 대한 그의 가치관 등을 이야기했다.

1987년 한국화학회 공로상 수상 경력이 있는 그는 "한국에 방문한 것도 수 차례이며 화학계에 친목이 두터워 각별하다"고 전했다. 특히 고 윤능민 서강대 교수를 회상하면서는 "퍼듀대학(Purdue University)에서 친분이 있었던 훌륭한 친구인데 한국에 와서 더는 만날 수 없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스즈키 커플링과 노벨상

스즈키 커플링은 팔라듐을 촉매로 하여 유기 할로겐 화합물과 유기 붕소 화합물을 효율적으로 결합시키는 유기 화학 반응이다. 그는 과거에 "탄소-탄소 결합의 수율이 낮고, 비효율적이었던 것에서 연구를 시작, 팔라듐을 촉매로 염기를 가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고 설명했다.
 
유기합성을 수월하게 한 공로로 그에게 노벨화학상을 안겨준 탄소-탄소 크로스 커플링 (Cross coupling), 스즈키 반응 (Suzuki coupling)이라 일컬는 이 반응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79년이었고 그 이후 그는 관련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스즈키 교수와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리처드 헤크 교수는 이 반응을 통해 (최초로 팔라듐 촉매를 사용해) 크로스 커플링을 발견하였고, 네기시 에이이치 교수는 이를 대중화 시킨 주역이다.

크로스 커플링은 물에서의 안정성, 반응 조건의 안정성, 넓은 범위로의 응용 가능성을 비롯하여 무해하고 적은 양의 촉매를 사용해도 된다는 점 등의 장점이 있다. 때문에 1979년 이후 전세계 제약 생산업체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당시에 특허를 냈다면 더 좋지 않았겠냐는 질문에 "40년 전에 대부분의 교수들은 자신의 기술을 특허 신청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며 "그래서 더 많이 대중화가 되었고 상을 받은 게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근래에는 이를 도구로 하여 반도체와 OLED 발광에도 응용하고 있어 유기 화합물 제조의 혁신이라고도 불릴 정도다. 스즈키 교수는 “모든 연구원들이 그렇듯 많은 실패 끝에 성공했고, 그럼에도 그만두지 않은 점이 자신을 이 자리에 있게 한 것 같다”고 전했다.

▲ 노벨위크를 설명 중인 스즈키 교수
또 노벨상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 ‘노벨 위크’에 스웨덴을 방문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고급의 숙식 및 공연 관람을 제공 받고 거국적으로 환영받았던 것이 너무 감사하고 뜻 깊은 경험”이라 말했다.

노벨상 수상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면서는 “노벨 재단의 이사장님과 통화하고는 믿기지가 않았다. 곧 이사장님의 비서가 ‘공식 발표 전까지 주위에 알리지 말고 혼자 알고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며 웃었다.

유력한 후보로 지목된 지 수 년 만의 일이었다. “매 년 10월 초 순에 노벨상 발표가 있을 즈음이면 각종 메스컴에서 ‘제발 그 날은 댁에 계셔달라’고 당부하는 전화가 왔다”며 “다행히 작년에는 집의 서재에 있었다”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끌어갔다.

한국과의 연구 교류, 한국 노벨상의 미래는

노벨상 수상에는 세계적으로 각 분야의 권위자들이 노벨 위원회로 선정되어, 자신이 생각하는 ‘노벨상에 적합한 인물’을 추천하여 그 중 심사를 거치는 시스템이다. 스즈키 교수의 경우 그의 스승인 미국 퍼듀대학의 브라운 교수의 추천으로 심사를 거쳤다.

이에 “사제 관계가 노벨상 후보에 영향을 미친다면 한국 학계의 노벨상 가능성이 희박해지지 않겠느냐”는 청중의 질문에 “사제관계에서 추천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고, 대게는 전혀 면식이 없는 학자의 논문을 검토하여 추천한다”며 “한국에는 좋은 연구자가 많으니 가까운 장래에 수상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이런 환경에서 홋카이도대학 서울사무소가 양 국간의 연구 교류의 다리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 본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이가 모였다.
일본에서는 노벨상 수상자가 역대 18명, 한국은 한 명도 없다. 이에 관해 “일본에서는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지” 또 가까운 장래에 한국에서 수상을 기대할 수 있겠다는 발언에 대해 “어떻게 한국에서 노벨상을 준비할 수 있을 지”에 관한 질문이 오갔다.

이에 스즈키 교수는 “정부의 특별 연구비 지원은 없다. 그저 부단히 자신이 하는 연구를 이어나가는 것이 방법이다. 좋은 연구를 하는 것만이 답이 될 수 있다” 며 “국가가 재정적 지원이 되면 좋지만, 그 것까지는 아니어도 그런 연구를 따뜻하게 감싸고 정신적으로도 서포트를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

이학부를 졸업하여 공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한 스즈키 교수에게 “기초학문과 응용학문 중 어떤 연구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하겠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국내 이공계는 이공계 자체의 기피현상 뿐만 아니라 기초과학 분야 기피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스즈키 교수는 “응용 학문이 실제 세상에 도움을 주는 실용 학문인 것은 맞다. 학문이 인류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응용학문”이라며 “하지만 기초과학 베이스가 튼튼하지 않으면 실용학은 존립이 어렵다. 둘 중 어떤 것이 중요한 지를 재는 것이 아니라 기초를 꼭 알고 그를 토대로 응용학문을 연구해야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승아 객원기자
himeru67@hanyang.ac.kr
저작권자 2011-08-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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