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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조재형 객원기자
2011-07-01

대기 중의 미세입자, 에어로졸 국내 연구진, 기포에서의 에어로졸 발생 원리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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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계속되면서 밤낮으로 주변이 온통 뿌옇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물방울 입자들이 대기를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대기 혹은 기체 중에 고체 및 액체의 작은 알갱이들이 분산돼 있는 것을 ‘에어로졸’이라 한다. 이는 분무형 살충제를 연상케 하는 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살충제를 분사하면 공기 중으로 작은 액체 입자들이 퍼져 나가기 때문에 에어로졸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대기 중의 미세입자, 에어로졸

에어로졸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대기 중에 퍼져 있는 작은 입자 중엔 오염물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오염물질 에어로졸로 인해 형성된 구름은 산성비를 내려 여러 피해를 준다.

또한 자동차나 선박, 항공기 등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황 등은 대기 중의 수증기와 결합해 에어로졸을 형성하는데, 이들은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이 된다.

에어로졸은 오염물질 뿐만 아니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연무나 먼지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들어 에어로졸에 의한 대기 오염이 심각해지자 이에 대해 여러 연구가 이뤄져 왔다. 대기오염의 원인에 대해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에어로졸은 대기 오염 뿐만 아니라 구름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종 대기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 에어로졸은 상공에서 수증기를 뭉치게 해 구름으로 성장시키는 씨앗이 되는 응결핵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에어로졸의 농도가 짙어지면 구름의 형성이 잦아진다. 하여 에어로졸은 기후 변화 모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 연구진, 기포에서의 에어로졸 발생 원리 밝혀

하지만 에어로졸은 워낙에 종류 및 생성과정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헌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 에어로졸에 대해 획기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는 세계적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의 온라인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의 22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 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본 연구는 기포에 의해 만들어진 에어로졸의 발생 원리를 규명한 것으로 포스텍의 제정호 교수와 원병묵 연구교수 및 이지산 박사과정생이 주도했다.

탄산음료를 컵에 따른 후, 그 표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탄산음료 내에 녹아있던 이산화탄소 기체가 기포가 되어 수면위로 떠오르고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기포가 물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터지면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작은 물 입자를 발생시키는 것인데, 이것 또한 에어로졸의 일종이다.

이는 비단 탄산음료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흐르는 계곡물이나 파도치는 바닷물에서도 수많은 기포를 볼 수 있는데 이 기포들이 공기 중으로 배출될 때도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나 지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드넓은 바다에서 발생하는 에어로졸은 그 양이 매우 많을 것이며 이것이 대기 현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임에 분명하다. 이로 인해 만들어진 에어로졸이 구름과 허리케인을 형성하는 등의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바다 속의 미세 생명체가 에어로졸 안에 들어가면 사람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연구진이 밝혀낸 이번 현상은 사실 1950년대에 처음으로 확인됐었지만 최근까지도 그 원리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네이처’지를 통해 큰 기포가 작은 기포로 연쇄적으로 감소하는 원리를 밝혀낸 바 있지만 이 작은 기포가 에어로졸로 변화하는 원리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제정호 교수팀은 초고속 엑스선 현미경을 통해 이 작은 기포를 관찰함으로써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엑스선 현미경은 표면 관찰만이 가능한 일반 현미경과 달리 투과력이 강한 엑스선을 광원으로 이용해 시료의 내부를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이다. 특히 방사광에서 얻어지는 엑스선의 에너지 및 세기를 조절해 연체물질의 내부 구조를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이 엑스선 현미경으로 기포가 터지는 순간을 마이크로초 단위로 포착해 에어로졸이 발생되는 원리를 규명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번 연구결과로 기포와 기포 또는 물방울과 물방울이 합쳐질 때 일어나는 현상까지 일반적인 원리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제정호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로 기포와 물방울이 관련된 현상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통합 원리를 확립했을 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기포 제어나 에어로졸을 포함한 기후변화 모델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구의의를 밝혔다.

에어로졸의 지구 온난화 억제 효과

에어로졸은 지구 온난화와도 관련이 있다. 이는 안개가 끼었을 때 시야가 흐려지는 것과 같은 이치로, 대기 중에 떠있는 입자들이 태양광을 반사해 산란시킴으로써 차단하는 효과를 낸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에어로졸이 응결핵 역할을 함으로써 구름을 생성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마찬가지로 이 구름이 상공에서 태양광을 차단시키기 때문에 대기의 온도 상승을 방지하는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해 에어로졸은 매우 흥미로운 양상을 보인다. 산업화 이후 화석 연료의 연소로 인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졌다. 헌데 이로부터 함께 발생한 에어로졸이 태양광을 차단함으로써 온난화를 억제시키는 역할 또한 하고 있는 것이다.

에어로졸은 수목이 가득한 산림에서도 발생한다. 수목은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테르펜’이라는 휘발성 유기물을 방출하는데 이 중 일부가 대기 중에서 에어로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2006년, 스웨덴의 한 연구진이 산림에서 방출되는 테르펜과 에어로졸간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러한 예측이 가능해졌다.

테르펜은 식물이 흡수한 이산화탄소의 일부로부터 방출되는데,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가 증가하면서 테르펜의 방출량 또한 증가하게 됐다. 이는 자체적으로 또는 구름 생성을 통해 태양광을 차단해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게 된다. 만약 이와 같은 에어로졸의 작용이 없었다면 지구 온난화는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졌을 수 있다. 신비롭게도 이는 사람이 땀을 내 체온을 조절하듯 지구가 스스로 온난화에 맞서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에어로졸은 기후변화 및 지구온난화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에어로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예측이 힘든 각종 대기 현상에 대해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1-07-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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