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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임동욱 기자
2011-03-15

식량과 에너지 부족… 새로운 해결책을 찾자 2011년 AAAS 연례대회를 조명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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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의 식품가격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의 식량위기 때보다 더 높다.

식량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식량이 부족하면 생명의 위기를 느낀 사람들이 폭력적인 행동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2008년 식량위기 때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의 개도국에서 수많은 폭동이 일어났다. 지금 아랍권을 휩쓰는 ‘자스민 혁명’의 주요 원인 중에는 부족한 식량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사람은 10억명에 달한다. 아프리카에서만 매년 4천만명 가까운 인구가 배고픔으로 죽어가고 있으며 굶어죽는 아이가 5초에 1명씩 발생한다. 2050년이면 지구촌 인구가 90억명으로 늘어난다. 지금의 식량 체계로는 인류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없다.

‘식량의 종말’을 저술한 폴 로버츠는 “기존의 작물 재배방식은 안정적인 기후, 풍부한 물, 저렴한 에너지 등 3가지 혜택 하에 자라났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기후변화, 에너지, 물 부족 등은 지구촌 전체의 관심사다. 지난달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연례대회에서도 특히 △기후변화 △에너지 △육지와 해양 등 식량문제와 연관된 세션들이 인기를 끌었다.

현재의 식량체계 완전히 새롭게 재정비해야

‘지속가능성’ 세션 중에는 찰스 고드프리(Charles Godfray) 옥스퍼드대 교수의 ‘2050년이면 90억에 달하는 인구를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까(How Can The World Feed 9 Billion People By 2050 Sustainably and Equitably?)’ 강연이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고드프리 교수는 영국 정부의 수석과학자문으로 활동하는 존 베딩턴(John Beddington) 경이 지난 1월 발표한 식량문제 관련보고서 작성에도 참가했으며, 사이언스지에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에 대해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고드프리 교수는 “산출물을 얻어내는 데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로운 재배방식과 관련기술을 개발하지 않은 채 재배면적만 늘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남미의 아마존강이나 아프리카의 콩고강 유역을 농지로 개간하는 움직임은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쓸모없는 짓이라는 것이다.

관련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노력도 큰 도움이 된다. 고드프리 교수는 “재배된 식량 중 30퍼센트가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실정”이라며, “선진국이고 부유한 나라일수록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식량 공급체계뿐만 아니라 소비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가정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 매년 1천달러 가량을 절약할 수 있으며 식량이 선진국으로 집중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매년 15조원의 식재료가 버려지는 우리나라도 음식물 쓰레기 비중이 높은 나라다.

정부간 정책 공조도 필요하다. 가뭄이나 홍수로 인해 일시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나라를 원조하는 이른바 ‘대륙간 식량 지원’이 절실하다. 인도적인 조치이면서도 재해로 인해 식량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막는 경제적 조치이기도 하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는 것도 식량가격에 큰 영향을 준다. 비료와 살충제를 생산하는 화학공장은 석유를 원료로 하고 있으며, 농장을 운영하고 곡물을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석유가 주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석유를 대체하는 대안으로 꼽히는 ‘바이오에탄올’도 곡물로 만들어진다. 현재 바이오에탄올 제조에는 브라질에서 재배되는 사탕수수가 주원료로 쓰인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 덕분이다. 그러나 가격이 오르면 또 다른 원료를 찾아야 한다. 결국은 옥수수 등 곡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으며 반복적인 식량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효모 이용해 에너지원과 약품 생산 가능해

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은 대안물로 찾아낸 것이 바이오매스(biomass)다. 바이오매스란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식물이나 미생물 자원을 가리키며, 1년 동안 생산되는 바이오매스는 전체 석유 매장량과 맞먹는 양이다. 옥수수는 1에이커 면적당 연간 250갤런, 사탕수수는 450갤런의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지만 해조류는 2천갤런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바이오매스를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연구가 상용화돼 지금의 석유산업을 대체할 수도 있다. 때문에 미국 최대 정유업체인 엑손(Exxon)은 해조류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바이오연료를 얻어내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6억달러(한화 약 7천억원)의 투자 계약을 맺기도 했다. 옥수수는 1에이커 면적당 연간 250갤런, 사탕수수는 450갤런의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지만 해조류는 2천갤런까지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전공학을 이용해 세포의 신진대사를 변형시켜 화학원료를 대단위로 생산해내는 분야를 인공생물학(synthetic biololgy)이라 부른다. 인공생물학의 대가로 평가받는 옌스 닐센(Jens Nielsen) 스웨덴 샬머시(Chalmers) 공과대 교수는 해조류 대신에 이스트(yeast) 즉 효모를 선택했다. 빵을 만들 거나 술을 양조할 때 쓰는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는 기원전 4천년대 이집트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닐센 교수는 인공생물학 기술을 이용해 효모를 에너지원뿐만 아니라 화학약품과 단백질을 만드는 데도 이용할 계획이다.

닐센 교수는 ‘에너지’ 세션에서 “효모의 유전자 중 호박산(succinic acid)을 만들어내는 데 관여하는 3개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호박산은 고부가가치를 지닌 바이오 기반 화학물을 만드는 데 벽돌과 같은 역할을 한다. 효모가 산을 만들어내려면 보통은 글리신(glycine)이 필요하지만, 유전자를 변형시키면 글리신 없이도 호박산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닐센 교수의 모델은 각국의 실험실에서 상용화 연구의 소재로 쓰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인공생물학은 실험실에서 생물을 만들어낸다는 문제 때문에 윤리적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닐센 교수는 “대안으로 향하는 길은 다양하다”며 “윤리적으로도 올바르고 효율도 높은 방법과 소재를 계속 찾아보는 노력을 기울이자”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수산자원 관리가 필요한 시점

식량문제에는 고기를 섭취하는 육식도 연관되어 있다. 경제학자 제레미 러프킨도 저서 ‘육식의 종말’을 통해 육식 중에서도 사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쇠고기의 비중을 줄이자고 역설한 바 있다.

FAO는 2006년 보고서에서 “세계에서 생산한 곡물 20억톤 중 3분의 1 이상이 동물의 먹이로 쓰였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립농학연구소(INRA)도 최근 발표한 ‘아그리몽드(Agrimonde)’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의 육식 습관을 위해 엄청난 양의 곡물이 사료로 제조된다”고 지적했다. 아그리몽드는 농업(agriculture)과 세계(monde)의 합성어다.

육식을 대신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곤충을 지목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수산자원을 대안으로 꼽는다. 그러나 해양 생태계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지난 100년간 해양생물의 80퍼센트가 사라졌으며, 특히 최근 40년간에만 60%가 사라졌다. 남획에 의존하는 현재의 수산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육지와 해양’ 세션에서 ‘2050년 해양에도 물고기가 남아 있을까(2050: Will There Be Fish in the Ocean?)’라는 충격적인 제목으로 강의한 빌리 크리스텐센(Villy Christensen)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대 교수는 참치, 연어 등 거대포식자 위주의 수산업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대포식자를 남획하면 정어리나 멸치 등 중간포식자의 개체수가 많아져 치어와 해양생물들이 늘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안을 찾지 못하면 2048년 즈음에 해양생물이 전멸하리라는 예측도 있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해양생물을 ‘은행’에 비유한다. “목돈을 은행에 넣어두면 이자만으로도 충분히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지만, 과도한 소비로 인해 원금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파산에 이른다”는 것이다. 남획을 멈춰야만 현재 해양 바이오매스의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수산물 양식업은 청색혁명(Blue Revolution) 즉 녹색혁명에 이은 또 하나의 식량혁명으로 불린다.

이처럼 현재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지 않다. 지구촌 전체가 하나의 생태계로 얽혀 있다는 의미다. 해양과 육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수요량을 충당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과학기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임동욱 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1-03-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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