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기술이 ‘떠다니는 정유공장’으로 불리는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 플랜트(LNG-FPSO)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유조선처럼 생긴 선박에 원유 및 LNG 등의 생산, 액화 및 저장설비 등이 모두 설치돼있는 부유식 해상가스플랜트(Floating Production Storage & Offloading Unit)는 심해 유전의 원유를 퍼올려 정제하고, 저장하는 ‘바다 위의 정유공장’이라 할 수 있다. 이동이 쉽고 육상 생산저장시설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이 선박을 개발한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6척을 수주한 가운데 지난해 3월에는 유럽의 로열더취셀社로부터 연간 350만 톤의 천연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LNG-FPSO 1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 12일에는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07년 12월 굴지의 오일메이저 프랑스의 ‘토탈(Total)’사로부터 발주한 ‘파즈플로(Pazflor) FPSO’를 공개하고, 명명식을 갖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파즈플로 FPSO는 계약 금액과 크기에 있어서 세계 최대의 FPSO”라며 “총 건조금액 2조 6천억 원에 길이 325m, 폭 61m, 높이 32m에 자체 무게만 12만 톤에 이르고, 하루 최대 22만 배럴의 원유와 440만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97년 캐나다 핼리버튼(Haliburton)社를 시작으로 외국 업체로부터 총 5기의 FPSO 프로젝트를 수주, 현재까지 4기의 FPSO를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FPSO 수요 견인하는 심해유전 개발
지난 2009년 9월 10일 브라질 상원 자원위원회에 출석한 에드손 로방 브라질 에너지부 장관은 “브라질이 대서양 연안 심해유전 개발을 통해 세계 8위 산유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7년 말부터 산타 카타리나, 상파울루, 리우 데 자네이루, 에스피리토 산토 주 등에 접한 대서양 연안에서 연이어 발견된 심해유전은 길이 800㎞, 넓이 112㎢에 걸쳐 해저 5천~7천m에 분포돼있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그동안 확인된 심해유전의 석유 매장량은 95억~140억 배럴에 달하며, 확인되지 않은 유전까지 합치면 매장량이 최대 1천억 배럴로 추산돼 브라질이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이란, 이라크, UAE, 쿠웨이트, 러시아 등과 함께 세계적인 산유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
브라질 정부를 대신해 심해유전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브라질 최대의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다.
페트로브라스社의 에스트렐라 생산개발국장은 “심해유전에서만 2013년부터 하루 평균 21만9천 배럴의 원유 생산이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 심해유전 개발에만 1천11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트로브라스社가 심해유전 개발을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분야가 바로 부유식 해상저장설비다.
가스전에서 뽑아 올린 천연가스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에 설치된 액화·저장설비에 보관했다가 LNG선으로 운송하는 것이 기존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육상설비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므로 점차 경제성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이동성이 매우 중요한 심해유전의 경우, 가스액화공정 개발이 대규모의 천연가스 저장을 위한 지상 플랜트의 건설보다 천연가스의 대량 수송을 위한 부유식 저장설비로의 개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액화공정기술이 가장 핵심 기술 분야
전 세계의 LNG 수요가 200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각국이 심해유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신개념의 LNG-FPSO의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LNG-FPSO가 심해유전 개발에 유리한 이유는 원유 및 가스 개발을 위한 모든 설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라며 “LNG-FPSO는 심해 유전에서 올라오는 원유, 가스, 물 등의 혼합물 중 가스를 분리한 후, 불순물을 허용 기준 이하로 제거해 저장하는 능력을 모두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때 기체 상태인 천연 가스는 액화시켜서 부피가 약 1/600인 액화 천연 가스(LNG) 상태로 저장한다. 따라서 LNG-FPSO에서는 액화 공정(liquefaction process)이 매우 중요하며, 가격 면에서도 전체 건조가의 30~40%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LNG-FPSO의 액화 공정은 육상 플랜트에서 요구되는 생산 효율 외에 추가로 공정의 간결성, 경량성, 고유 안전성, 해상 환경의 고려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LNG-FPSO의 선체(hull)는 LNG 탱크, LPG 탱크, 응축 탱크 등으로 이용되며 상부 시스템은 각종 장비 및 계기들의 설치 장소가 된다. 선미부의 거주구 인근에 전력, 물 등을 공급하는 유틸리티 시스템이 배치되고 이를 제외한 갑판의 전 구역에 걸쳐 LNG의 생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프로세스 시스템(process system) 등이 배치돼있다.
프로세스 시스템의 경우 가스 분리 공정과 천연 가스 액화공정 등으로 나누어지며, 이중 액화공정은 매우 중요한 설비로서 해양 플랜트에선 터빈 기반의 액화 공정이 가장 뛰어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냉매 가스인 질소가 순환과정을 거쳐서 열 교환기를 통해 천연 가스를 LNG로 액화시키는 장치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액화 공정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액화 공정 기술이 향후 LNG-FPSO를 더욱 고부가가치의 선박으로 바꾸어나가는 핵심기술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 조행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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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1-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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