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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2004-07-21

자기 둥지 앞에서 숨을 거두는 가시고기 신일권 (주)환경생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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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앰배서더 과학강연은 환경생태연구소의 신일권 연구원이 안산 시곡중학교에서 우리나라의 민물고기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이름만큼이나 예쁘고 정겨운 민물고기의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가 봅니다.


눈을 뜨고 자는 것은 눈꺼풀이 없기 때문

우리나라에는 약 2백여종의 민물고기가 살고 있습니다. 낚시터에서 잘 잡히는 잉어, 붕어, 향어와 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라미, 송사리, 꺽지, 쉬리, 가시고기 등은 널리 알려진 민물고기입니다. 그 가운데 쉬리를 포함한 약 60여종은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입니다.


물의 등급에 따라 서식하는 민물고기의 종류도 다릅니다. 1급수는 수정같이 맑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그냥 마실 수 있는 물입니다. 거기에는 주로 버들치, 버들개, 열목어, 둑중개 등이 살고 있습니다. 2급수는 비교적 맑은 물로 목욕을 할 수 있는데, 피라미, 갈겨니, 쉬리, 은어, 돌고기 등이 삽니다. 3급수는 황갈색의 탁한 물로서, 붕어, 잉어, 미꾸리, 미꾸라지, 메기 등 수질오염에 비교적 잘 견디는 민물고기들이 삽니다.


그럼 물고기는 왜 물에서만 살 수 있을까요? 동물은 공기 중에 있는 산소로 숨을 쉬지만, 물고기는 물 속에서만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물 밖에 있으면 오히려 공기 중의 산소를 받아들이지 못하여 죽습니다.


물고기는 숨을 쉴 때 입과 아가미 덮개를 번갈아 여닫습니다. 아가미 덮개를 닫고 입으로 물을 마셔서 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를 받아들이고, 입을 닫으면서 아가미 덮개를 열고 물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내보냅니다.


그러나 물 속은 공기보다 산소량이 적기 때문에 부족한 산소를 다른 방법으로 보충하는 물고기도 있습니다. 즉, 부레가 허파 역할을 해 공기 호흡을 하는 폐어류도 있고, 미꾸리와 같이 부분적으로 창자나 피부로 호흡하는 종류도 있습니다.


물고기가 잘 때 눈을 뜨고 자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눈꺼풀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눈을 뜨고 물 가운데 떠서 잠을 자지만, 몇몇 물고기는 바닥에 누워서 잠을 자기도 합니다. 또 동자개, 미꾸리, 뱀장어, 퉁가리, 동자개 등 일부 민물고기는 밤에 활동하고 낮에는 구멍이나 식물 틈새에서 잠을 자는 야행성입니다.


보름 동안 먹지 않고 둥지 지켜

지구상에 사는 생물 중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가장 강한 생명체가 가시고기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큰가시고기, 가시고기, 잔가시고기 등 모두 3종류의 가시고기가 있는데, 이 중 부성애가 강한 고기는 ‘큰가시고기’를 말합니다.


큰가시고기는 바다에서 살다가 해마다 이른 봄이면 산란을 위해 하천으로 올라옵니다. 약 일주일간의 민물 적응기간이 지나면 본격적인 산란 준비에 들어갑니다. 먼저 수컷이 새끼를 키울 둥지를 짓는데, 둥지가 와성되면 암컷이 거기다 알을 낳습니다. 하지만 암컷을 알을 낳으면 미련 없이 둥지를 떠나 버립니다.


그때부터 수컷의 알 지키기가 시작되는데, 알을 먹기 위해 모여드는 침입자들을 물리칩니다. 또 알들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앞지느러미를 움직여 끊임없이 둥지 안에 새 물을 넣어줍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며 오직 둥지 안의 알을 지키고 키우는 데만 전념하는 것입니다.


마침내 알이 부화해 새끼들이 태어나도 수컷은 둥지를 떠나지 않습니다. 갓 부화한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나가면 새끼들을 물어다 다시 안으로 집어넣습니다. 아직 나올 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화한 지 5일 정도 지나서야 제법 자란 새끼들은 둥지를 떠나 먹이를 찾아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마지막 한 마리의 새끼들까지 다 떠나면 수컷은 그 자리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둥지를 지을 때부터 새끼들이 모두 떠나기까지 약 보름간을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수컷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습니다. 주둥이가 다 헐고 화려했던 몸 색깔이 볼품없이 변한 채 그토록 애지중지 지키던 둥지 앞에서 숨을 거둡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둥지를 떠났던 새끼들이 죽은 수컷의 주위로 몰려듭니다. 자기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해서가 아니라 아비의 살을 파먹기 위해서입니다. 이처럼 큰가시고기는 죽어서까지 자신의 몸을 새끼들의 먹이로 내어주는 것이죠. 그래서 가시고기를 부성애가 가장 강한 생물이라고 합니다.


산란탑으로 일기예보 하는 어름치

한편 일기예보를 하는 민물고기도 있습니다. 4월말이나 5월초 강 바닥에 수백개 이상의 잔 자갈을 모으는 어름치가 바로 그들입니다. 어름치가 자갈 더미를 강의 가장자리에 모으면 그 해는 비가 많이 오고, 강의 한복판에 모으면 가문다고 합니다.


과학적으로 보면 그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어름치가 깊은 곳에 자갈탑을 쌓는 것은 비가 안 와 강물이 줄어드는 것이 대비하기 위해서이고, 얕은 곳에 쌓는 것은 비가 많이 와서 물 높이가 높아져도 지장이 없게 하기 위해서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름치는 왜 자갈을 한 군데 모으는 것일까요? 그것은 알을 낳기 위해서입니다. 물 속 깊은 곳에 알을 낳으면 햇볕을 못 받아 수온이 올라가지 못하므로 부화가 늦어집니다. 자갈로 탑을 쌓아 그곳에 알을 낳으면 이 문제가 해결될 뿐만 아니라, 알이 돌 틈에 엉겨붙어 물살에 떠내려갈 염려도 없어지는 거죠. 그래서 어름치들은 산란탑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밖에 물 속의 청소부 모래무지와 버들잎처럼 납작하게 생긴, 버들붕어, 새식시처럼 곱고 아름다운 각시붕어 등 우리나라에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민물고기가 참 많습니다. 우리 땅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신일권

(주)환경생태연구소 연구원

정리/이성규 객원편집위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04-07-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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