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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이성규 객원기자
2010-11-11

도심 속 블랙홀, 싱크홀(sink hole) 바다 속 싱크홀, 블루홀(blue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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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120km 떨어진 슈말칼덴의 한 주택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멍이 생겨 주민들이 경악했다. 새벽 3시경(현지시각) 조용한 주택단지에 거대한 굉음과 함께 폭 40m의 지반이 푹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독일 현지 언론은 폐광이 무너지거나 카르스트 암석지대에 물이 고여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 과거 목격된 적은 있지만 주택가에 거대한 구멍이 생긴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7월에는 미국 플로리다 서부 탬파에 사는 주부 샌디 번햄의 집 앞 주차장에 둘레 6m, 깊이 3m의 거대한 구멍이 생기면서 주차했던 승용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일이 발생했다. 6월에는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 도심 한가운데에서는 지름 30m, 깊이 60m의 구멍이 갑자기 생겨 3층 건물과 3채의 단독건물이 괴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도심 속 블랙홀 싱커홀, 석회암 지반 붕괴

어느 날 갑자기 도심 한복판 땅이 꺼지면서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이 정체불명의 괴구멍은 무엇일까. 학계에서는 이를 싱크홀(sink hole)로 추측했다. 싱크홀은 지하 암석이 녹아내리거나 기존의 지하 동굴이 붕괴돼 움푹 팬 웅덩이를 지칭한다. 가뭄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지하수를 지상으로 갑자기 많이 빼내면 지하수 수면이 내려가면서 지반이 동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붕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싱크홀은 석회암과 같이 지하수에 잘 녹는 암석이 분포하는 지역에서 흔히 발생한다. 싱크홀은 지반이 붕괴되는 속도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된다. 스토핑(stoping)은 지하 암석의 지붕 전체가 갑자기 무너지는 현상이며 래벌링(raveling)은 스토핑에 비해 상대적으로 천천히 무너지는 현상이다.

싱크홀은 땅 속 지반이 붕괴되는 자연 재해이지만 싱크홀의 원인이 인재(人災)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과테말라 싱크홀의 경우 정부는 중남미를 강타한 열대성 폭풍 ‘애거사’가 몰고 온 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지 주민들은 부실한 배수체계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과테말라는 지난 2007년에도 깊이 100m에 달하는 구멍이 생기면서 20여채의 가옥이 빨려들어 갔고 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노쇠한 배수관이 파손되면서 흘러나온 물이 지반을 휩쓸면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보도된 주요 싱크홀에는 포르쉐 5대가 파묻힌 1981년 미국 원터파크, 왕복 5차선 도로가 붕괴한 2005년 미국 델토나, 직경 20m·깊이 22m의 2006년 미국 닉사, 자동차가 빨려 들어가고 11가구 주민이 긴급 대피한 2007년 미국 플로리다 싱크홀 등이 있다.

싱크홀은 역사적으로 오래 전부터 존재했으며 이런 이유로 지역에 따라 지역민들이 호칭하는 명칭이 조금씩 다르다. 세노트(cenotes)는 유칸 반도 바다 속의 싱크홀을 지칭한다. 티안켄(tiankengs)은 100m 이상의 직경과 깊이를 가지는 매우 큰 싱크홀을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지하 동굴의 붕괴로 형성되며 중국 지질학계가 중국에서 가장 큰 싱크홀을 지칭하면서 명칭이 유래했다. 중국에서 가장 큰 티안켄은 ‘Xiaozhai tiankeng’으로 662m의 깊이이며 세계에서 가장 깊은 싱크홀로 알려졌다.

소타노스(sotanos)는 멕시코 지역의 싱크홀을 일컫으며 가장 잘 알려진 소타노스는 372m깊이의 ‘드라스 골노드라나스(de las Golnodrinas)’가 있다. 블루홀(blue hole)은 바하마제도의 수중 싱크홀을 지칭하며 가장 잘 알려진 블루홀로는 바하마의 ‘딘스 블루홀’이 있다.

바다 속 수직해저동굴, 블루홀

도심 속 블랙홀이 싱크홀이라면 바다에는 블루홀이 있다. 블루홀은 심해동굴 또는 싱크홀이라고 부리는 수직해저동굴을 일컫는 말이다. 주변의 얕은 바다의 밝은 색과 대비되는 깊은 검푸른 색 바다의 인상적인 모습을 따 이름 지어졌다.

카리브 해의 소국 벨리즈에는 ‘그레이트 블루홀(great blue hole)’이라고 불리는 블루홀이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있다. 그레이트  블루홀은 ‘라이트하우스’ 산호초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직경 300m, 수심 124m이다. 하늘에서 보면 주변의 바다색과 다르게 검은 원형으로 보인다. 검은 원형으로 보이는 이유는 다른 주변보다 깊기 때문이다.


마지막 빙하기 시대에는 육지였던 그레이드 블루홀은 간빙기 해수면이 다시 높아지면서 지형이 녹아 구멍이 형성됐다. 빙하기에 점점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이 기간에 종유석이 그레이트 블루홀 내부에 형성됐는데 오늘날 이 종유석은 여전히 블루홀에 보존돼 있다. 프랑스의 해양탐험가이자 스쿠버다이빙의 창시자인 자크이브 쿠스토(Jacques-Yves Cousteau)가 발견하면서 그레이트 블루홀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71년 쿠스토는 자신의 배 ‘칼립소’로 그레이트 블루홀에 근접해 구멍의 깊이를 측정했다. 쿠스토 탐사에서 이 구멍은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형으로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형성됐다는 점이 밝혀졌다. 쿠스토는 그레이트 블루홀을 전 세계 다이빙 포인트 탑 10에 선언하기도 했다.

블루홀은 바다의 싱크홀로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아름다움 경관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관광 명소이다. 블루홀 속 수많은 산호와 물고기들은 장관을 이룬다. 한편 블루홀은 스쿠버다이버들에게는 꿈의 무대이기도 하지만 그 깊은 수심으로 수많은 다이버들이 죽어 다이버들의 무덤이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그레이트 블루홀 이외에도 다양한 블루홀이 존재하는데 바하마제도 롱섬의 딘스 블루홀은 수심 180m이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블루홀로 기록됐다. 세계적인 다이버 윌리엄 트루브리지는 무홉으로 딘스 블루홀에서 3분 56초 동안 수심 93m을 잠수해 세계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2000년 4월28일 이집트 다합 블루홀에서 숨은 거둔 다이버 유리 립스키의 경우 다이빙 직후부터 숨을 거두기까지의 모습이 영상으로 남아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당시 립스키의 사망원인은 의문으로 남았다.

한편 싱크홀이나 블루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구멍도 우주에는 존재한다. 우주의 미스터리 블랙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블랙홀은 밀도가 무한한 지점으로 시간과 공간이 그 자체에 갇힌 공간이다.

빛마저 빨아들이는 우주의 미스터리 블랙홀

블랙홀이 블랙홀이란 명칭을 얻은 것은 막대한 중력의 힘으로 빛을 끌어당겨 빛마저 블랙홀에서 탈출할 없기 때문이다. 블랙홀 주변의 물질은 불랙홀 중심으로 끌려가고 다가갈수록 중력이 강해져 결국 어느 문턱에 도달하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빛도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고 예측했다. 천체의 밀도가 커질수록 별빛이 휘어지는 정도는 더 커진다. 만약 천체의 밀도가 극단적으로 높으면 빛이 천체 속으로 빨려 들어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천체가 블랙홀인 셈이다.


만약 반경 69만km의 태양을 반경 3km까지 압축한다면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천체를 고밀도로 압축하는 것은 우주탄생의 초기에는 우주의 밀도가 지극히 높았으므로 가능한 일이지만 현재 우주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별의 경우에는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을킬 때 남는 별의 중심핵은 엄청난 압력으로 수축된다. 초신성 폭발 때 고밀도의 중성자별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확인됐다.

중성자별은 태양 정도의 질량이 반경 10km로 압축된 것이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초신성 폭발 후 남는 별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3.5배를 넘으면 중성자별 대신 블랙홀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화이트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에 비해 모든 것을 내놓기만 하는 천체를 말하며 아직까지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 그 존재가 증명되지는 않았다. 화이트홀은 웜홀(worm hole) 때문에 제시됐다. 웜홀은 우주 내의 통로로써 한쪽으로 들어가서 다른 쪽으로 나와야 하는데 입구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설명한다면 그 출구를 설명하기 위해 화이트홀 개념이 등장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0-11-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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