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환경·에너지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010-11-09

풍력발전기로부터 박쥐 일병 구하기 풍력발전의 친환경성 연구 활발해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최근 클라우스 레이브 세계풍력협의회 의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풍력을 통해 얻는 에너지가 총 2천300GW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전 세계 전력 수요의 22%를 담당하는 양이다.

풍력 발전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면 어디서나 전기를 얻을 수 있다. 또 2MW급 풍력발전기 1대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만 해도 숲 110만평과 맞먹는다. 따라서 지난 몇 년간 풍력에너지는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산업 중의 하나에 속한다.

미국 온타리오 주의 경우 풍력발전 비중이 현재 1%에 불과하지만 2025년에는 15%까지 급상승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 과학아카데미는 풍력발전이 2020년까지 에너지 분야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약 4.5%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2008년 기준으로 풍력발전이 총 전력 수요의 4.2%를 차지한 유럽연합은 2020년까지 전체 소비 에너지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하는 새 에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풍력발전이 과연 친환경 에너지인가 하는 점에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풍력발전기 1기를 설치하는 데는 약 256㎡의 면적이 필요한데,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 수십 기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대형 크레인의 진입로가 필요하고 송전탑 및 관리동 등의 시설도 들어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산림 훼손 및 생태계 파괴 등의 환경 피해를 피할 수 없다.

건강에 해를 끼치는 ‘풍력 터빈 신드롬’

풍력 날개가 돌아가면서 내는 미세한 진동과 터빈이 발생시키는 음파도 문제다. 이 진동과 음파는 인체에 불면증과 두통, 고혈압, 심장부정맥, 심계항진, 이명 현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

이러한 건강 피해를 ‘풍력터빈 신드롬’이라 하는데, 세계건강기구(WHO)에서는 풍력터빈을 거주 지역에서 최소한 1.5㎞ 이상 거리를 두고 건설하게끔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소음으로 인한 가축 피해를 이유로 주민들이 풍력발전 시공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이런 문제 등으로 현재 대부분의 풍력발전 설비는 환경단체 및 주민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해안가 주변에 설치되고 있다.

그런데 풍력발전은 이외에도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바로 풍력발전기의 날개에 부딪쳐 죽는 새들이 많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풍력발전기 때문에 오리나 검독수리, 희귀 철새류 등이 떼죽음을 당한다는 이유로 환경단체들이 풍력발전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새가 아닌 박쥐도 풍력발전기 때문에 죽음을 당한다는 사실이다.

박쥐는 6만~8만㎐의 초음파를 발사해 그 음에 물체에 닿아 일어나는 반향을 감지하는 ‘반향정위(反響定位)’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 반향정위를 이용해 박쥐는 눈으로 보지 않고도 3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의 초파리를 감지해낼 수 있다. 또 2천 배가 더 강한 주위의 소음 속에서도 자신이 보낸 신호만을 정확하게 구별해낼 수 있다.

박쥐가 야간에 좁은 동굴이나 무성한 산림 속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은 모두 이 놀라운 반향정위 능력 덕분이다. 심지어 눈을 가린 채 가는 철사를 수없이 많이 매달아 놓은 실내에 둬도 박쥐는 철사를 피해 날아다닐 수 있다. 그런데 왜 박쥐는 그처럼 큰 풍력발전기의 바람개비를 피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미스터리는 2년 전 캐나다 캘거리대의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그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박쥐는 바람개비에 찢겨져 죽는 새들과는 달리 풍력발전기의 터빈 끝에서 갑자기 낮아진 공기 압력으로 허파가 터져 죽는 것임이 확인됐다.

박쥐 허파는 풍선처럼 얇은 공기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어서 압력이 급격히 변할 경우 그처럼 허파가 터져 죽을 수 있다.

박쥐는 무서운 흡혈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환경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이다. 밤나방 및 농작물 병충해의 천적이 바로 박쥐이기 때문이다.

박쥐를 살리는 풍력발전기

따라서 최근 박쥐의 희생을 막아 풍력발전의 친환경성을 살리려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영국 러프버러대 연구팀은 지난달 풍력 터빈의 색상을 바꿈으로써 그 부근으로 날아드는 곤충의 수를 줄이는 연구결과는 발표했다.

박쥐는 곤충이 많은 곳을 찾아가는 특성이 있으므로 풍력 터빈 부근으로 몰려드는 곤충의 수를 줄이면 박쥐의 희생도 막을 수 있다. 러프버러대 연구팀이 다양한 색상카드를 이용해 총 2천12마리의 곤충에 대해 관찰한 결과, 노란색과 흰색, 밝은 회색에 곤충들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곤충이 가장 싫어하는 색상은 보라색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외용 풍력 터빈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색상이 바로 흰색과 밝은 회색인 점을 감안하면, 이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점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박쥐가 곤충에 의해 유인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곤충이 풍력 터빈에 유인되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없어, 이 연구의 실용성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한편, 지난해에는 독일에서 주회전축의 기둥이 수평인 설비와는 반대로 수직 방향의 터빈이 개발됐다. 이 수직축 터빈은 새와 박쥐가 회전날개에 부딪쳐 죽는 문제를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낮은 속도로 회전하므로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도시 지역에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부각됐다.

또한 수평형 풍력 터빈의 경우 설치시 깊은 기초공사가 필요한 반면, 수직형 풍력 터빈은 낮은 기초 토대에 설치할 수 있어 크레인도 필요 없다.

그러나 수평형 풍력 터빈의 효율성이 45% 정도인데 반해 이 수직형 풍력 터빈은 효율성이 25~35%밖에 되지 않아 발전효율이 낮다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밖에도 전파, 향료, 초음파 등 다양한 방법을 개발해 풍력발전소로부터 새와 박쥐를 지킬 수 있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어디서나 부는 바람은 무료이지만, 그것을 유용한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박쥐의 죽음으로부터 배우고 있는 셈이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0-11-09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