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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임동욱 기자
2010-10-18

해파리와 해초로 전기를 만든다? 바다생물 이용한 태양전지 개발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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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화학상은 3명의 과학자가 공동으로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그 중에 일본인 과학자가 둘이나 돼 부러움과 질투를 받기도 했다. 2년 전 2008년 노벨 화학상도 일본인 과학자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때도 3명이 공동 수상했다. 주인공은 미국 우즈홀 해양생물연구소의 시모무라 오사무(下村 修) 박사를 비롯해 컬럼비아대의 마틴 챌피(Martin Chalfie) 교수, 샌디에고 캘리포니아대의 중국계 로저 첸(Roger Tsien) 교수다.


이들은 생물체가 스스로 녹색의 빛을 낼 수 있게 해주는 형광단백질(GFP, green fluorescent protein)을 연구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형광단백질은 1955년 빅토리아 해파리(Aequorea victoria)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는데, 1962년 시모무라 오사무 박사가 형광단백질 분자를 분리해내 에쿼린(aequorin)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마틴 챌피 교수는 형광단백질을 이용해 유전자의 진화와 발달을 추적할 수 있음을 발견했고, 로저 첸은 녹색이 아닌 다른 색을 낼 수 있게 함으로써 여러 유전자의 발현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형광단백질은 세포 연구의 핵심으로 떠오르게 됐고, 뇌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원인을 추적하거나 암세포가 빠르게 퍼져나가는 이유를 밝히는 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해파리의 형광단백질이 유용하게 쓰이는 곳이 또 있다. 생물체를 이용해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생물전지 분야다.

해파리의 형광단백질로 만든 발전기

해파리는 여름의 불청객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 등 바다에 인접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매년 피서철이면 해파리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노무라입깃해파리(Nomura’s jellyfish)라 불리는 독성 해파리가 급속도로 불어나 피서객과 어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 해파리는 평균 크기가 1미터에 달하고 떼를 지어 이동하기 때문에 어선의 그물이 찢어지고 양식장이 황폐해지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되는 해파리도 있다. 스스로 빛을 내는 해파리의 생물학적 원리를 이용해 고효율 태양 전지를 만들려는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CNN은 지난주 “해파리 주스가 태양에너지 문제 해결한다(Jellyfish’ smoothies offer solar solutions)”는 기사를 통해 지난달 스웨덴 예테보리 소재 샬머시 공대의 연구를 소개했다.

재커리 치라그완디(Zackary Chiragwandi) 연구원은 빅토리아 해파리를 믹서기에 갈아 주스처럼 만들었다. 마시기에는 너무나 역겨운 물질이지만 전기를 만드는 데는 아주 유용하다. 두 개의 알루미늄 전극 사이에 해파리 주스에서 추출한 형광단백질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나노미터 크기의 발전기가 완성된다. 일명 ‘생물 광전지 나노기기(biophotovoltaic nanodevice)’다.

전기를 만들어내려면 자외선이 필요하다. 단백질이 자외선의 광자를 흡수하고 전자를 방출하면서 발생한 전기는 전극을 통해 회로 속으로 흘러든다. 치라그완디 연구원은 “티타늄 원소를 사용하는 기존의 그레첼 전지(Grätzel's cell)보다 훨씬 안전하며 더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그레첼 전지는 1991년 스위스 로잔공대의 마이클 그레첼(Michael Grätzel) 교수가 개발한 색소 감응형 전지다. 그레첼 전지는 구조가 단순하고 비용이 저렴해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으며, 덕분에 그레첼 교수는 지난 6월 핀란드에서 수여하는 ‘밀레니엄 기술상’을 받기도 했다.

빛과 전기 자급자족하는 발전기도 가능

해파리 전지는 이보다 더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스스로 빛을 내는 반딧불이나 바다 팬지(sea pansy, 학명 Renilla reniformis)라 불리는 강장동물의 발광 효소를 이용하면 외부의 자극 없이도 자체적으로 빛을 공급해 전기를 생산하는 자급자족 발전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전기의 양은 수십 나노암페어 정도로 아직 많지 않다. 그러나 기술을 좀 더 발전시키고 발전기의 크기를 키우면 현재의 태양전지보다 더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1~2년 후에는 축전지로 상용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내장한 채 몸 속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으고 문제 부위를 치료하는 ‘나노 기계’ 제작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치라그완디 연구원은 “살아 있는 유기체 내부에 이 나노기술을 내장시킨다면 진찰, 의료, 통신기기들이 외부전력 없이도 스스로 작동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해조류의 광합성으로도 전기 얻어내

해파리뿐만 아니라 해초도 새로운 전지로 각광받고 있다. 파올로 봄벨리(Paolo Bombelli)와 에이드리언 피셔(Adrian Fisher)가 이끄는 영국 캠브리지대의 생물전지 개발팀은 광합성 기관이 발생시키는 생물에너지를 전기로 전환시키는 기술을 선보였다.

백금 나노입자를 바른 탄소 전극에 해조류의 광합성 세포를 부착시킨 후 소금물에 담근다. 햇빛에 노출된 광합성 세포가 바닷물을 산소, 양성자, 전자로 분해하면 전극이 이를 흡수한다. 개발팀은 해조류 전지에서 발생한 전기로 디지털 시계를 켜는 데 성공했다.

해조류 전지도 상용화 될 만큼 발전 효율이 높지는 않다. 그레첼 전지가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15% 정도라면 해조류 전지는 0.1%에 불과하다. 그러나 밤낮으로 온도가 오르내리는 소금물에서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조류 전지를 물에 띄우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 사용이 가능하다. 개발팀은 이 전지를 유기체 안에 탑재시킬 계획이다. 유기체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전지를 내장시키는 기술이 앞으로의 과제다.

앞으로는 해파리나 해조류를 믹서기에 갈아 형광단백질을 추출하는 방법도 개선될 전망이다. 박테리아를 이용해 형광단백질을 재배하는 방법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발전 효율만 개선한다면 바다생물을 이용한 나노 발전기는 안전하고 저렴한 전력 공급 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임동욱 기자
duim@kofac.or.kr
저작권자 2010-10-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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